[단독] "카카오 잡겠다"던 동백택시 콜 반토막…그래도 달린다

김민주 2023. 10. 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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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코나아이가 운영하는 공공 택시호출 플랫폼 동백택시. 2021년 11월 출범한 동백택시엔 지역 택시 가운데 95% 이상이 가입돼있다.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호출택시 시장 독점을 막겠다며 출범한 부산 동백택시 콜 수가 최근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화폐 캐시백 할인이 줄고, 카카오와 비교하면 배차·승차 지점 안내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비슷한 모델의 공공 택시플랫폼을 둔 다른 광역지자체 상황도 유사하다. 하지만 해당 지역 택시 업계에선 이들 공공택시 플랫폼이 경영 악화를 막는 버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동백택시 콜 수, 캐시백에 울고 웃었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고객이 동백택시를 호출한 콜 수는 25만4957건으로 집계됐다.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해 6월(51만7393건)과 비교하면 49.3% 수준이다. 부산시와 코나아이가 운영하는 공공 콜택시 플랫폼인 동백택시는 2021년 11월 출범했다.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카카오T에 대한 수수료 부담 등 업계 원성이 높아지자 부산시가 시장 내 최소한의 ‘안전지대’를 두겠다고 판단하면서다.

택시기사 수수료를 없애고, 승객에겐 지역 화폐 ‘동백전’으로 결제하면 일정 금액을 동백전으로 돌려주는 방식(캐시백)으로 혜택을 줬다. 부산 법인ㆍ개인택시 2만3549대 중 2만2443대(95.3%)가 가입했을 만큼 업계 반응이 뜨거웠다.

동백택시 콜 수가 늘고 주는 덴 캐시백 비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부산시의 월별 집계를 보면 출범 직후인 2021년 12월 12만3483건이던 콜 수는 캐시백 비율이 10%로 유지된 지난해 7월(49만4023건)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5%로 캐시백 비율이 깎인 지난해 8월(40만9258건)부터 하강 곡선을 그려 올해 6월엔 15만8912건까지 내려앉았다. 7월 들어 부산시가 캐시백 비율을 7%로 높이자 다시 동백택시 이용자가 늘면서 콜 수는 지난달까지 25만4957건을 회복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캐시백 비율이 초기보다 줄고, 캐시백 한도 또한 10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조정된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백택시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인천 e음택시 상황도 비슷하다. e음택시는 지역 화폐 캐시백을 제공하는 한편 기사 수수료(개인 1.2%, 법인 1.4%) 부담을 낮추고, 시장 독점을 견제한다는 취지가 동백택시와 같다. 첫 달 2만4803건을 기록한 e음택시 콜 수는 지난해 6월 22만건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달엔 9만6846건까지 줄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캐시백 비율을 높였다. 배차 성공률을 30%에서 40%대로 끌어올리고, 승ㆍ하차 지점 지도와 예상요금 계산 서비스를 정밀하게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 닥친 기사에겐 믿을 구석” 지역선 호평


최고점 대비 콜 수는 비록 줄었지만, 해당 지역 업계에선 좋은 평가가 나온다. 부산 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부산 하루 콜 수가 10만 건 정도인데 동백택시가 9~18%를 점유했다. 독점 시장에 후발로 뛰어들었는데도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T보다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춘 플랫폼을 이용하며 추가 승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크다고 택시기사들은 전했다.
공공배달앱 '대구로' 안에 있는 '대구로택시'. 앱을 클릭하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중앙포토

대구로택시를 운영하는 대구시는 지난 8월 대구ㆍ경북에서 카카오택시 가맹사업을 총괄하는 DGT모빌리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대구로택시 또한 낮은 수수료(건당 200원, 한 달 최대 3만원)와 5% 캐시백 등을 앞세워 한 달 20만~30만건의 안정적인 콜 수를 유지하는 공공 택시호출 플랫폼이다.

대구시는 DGT모빌리티가 대구로택시를 통해 올린 택시기사 매출에까지 수수료를 매긴다고 의심하며,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본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택시기사 민원을 검토한 끝에 공정거래위에 신고한 것”이라며 “대구로택시 안정세를 유지하면 지역 택시기사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자체 공공 택시플랫폼이 카카오의 벽을 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지역 택시업계 부담을 덜고 독과점을 견제하는 의미는 있다”며 “정확한 승ㆍ하차 지도와 신속한 배차 등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야 (공공 택시플랫폼의) 역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서 운행되는 카카오T 블루 택시에 카카오T 사인이 붙어 있다. 대구시는 지난 8월 대구와 경북의 카카오택시 운행을 총괄하는 DGT모빌리티가 기사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수수료를 매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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