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 푸른 멜번 하늘에 울려 퍼진 함성
[스텔라김 기자]
▲ 태권! 우리가 지킨다 호주에는 300 여 개의 도장에서 수많은 비한국계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
ⓒ stellar kim |
"차렷! 경례!"
"태!권!"
남반구 가장 아래에 위치한 나라, 호주 그중에서도 멜번 근교에 위치한 물룸물룸 스타디움(Mullum Mullum Stadium)의 넓은 홀에서 우렁찬 한국어가 터져나왔다.
▲ 더 깊이, 더 널리 태권도를 알립시다 왼쪽부터 노의준 호주한인사범협회장, 멜번분관장 이창훈 총영사, 박종경 호주한인사범협회 사무총장 |
ⓒ stella kim |
태권도가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의 예의와 무술을 알려 온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특히 호주 멜번의 한인 역사에서 더 깊은 의미로 새겨진 까닭은 따로 있다.
50여 년 전 한인 이민 역사 초기, 이곳 호주의 경찰관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기 위해 호주 정부는 선별된 태권도 사범들을 한국으로 부터 초청, 정착하게 했다. 그 당시 이민을 온 사범들은 경찰관들에게 무술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호주에 대한민국의 '마샬아트'를 탄탄하게 심어왔다. 이번 한인 사범 협의회를 출범시키며 초대 회장을 맡은 노의준 사범은 그 선배들의 뒤를 이어 보다 더 체계적으로 태권도를 정착 시키고 올림픽 등 많은 대회에 호주 선수들을 이끌고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공로자다.
호주한인사범협의회는 노의준 회장을 비롯, 엄태호 이사, 박종경 사무총장 등의 임원진과 더불어 박형진, 김재영씨 등이 운영 위원으로 봉사하게 된다.
▲ "아이고 분해" 한 발을 더 뻗지 못해 인생 첫 패배(?)의 쓴 맛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 꼬마를 경기운영위원이 달래고 있다. |
ⓒ stellar kim |
길지 않은 홍보기간이었음에도 이날 대회에는 호주 빅토리아주의 11개 태권도장에서 208명의 선수가 참가해 경합을 벌였다.
1970년대 초, 앞서 언급한 첫 이민 사범 그룹들의 노력에 더 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태권도 붐이 다시 크게 일어났고 현재 호주 전역에서 300개 태권도장과 5만 여 명의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연마하고 있다. 수련생 중엔 비한국계 현지인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호주 현지에선 한국의 태권도장들이 어린이 수련생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태권도를 가르치고 숙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커리큘럼에 대한 부러움이 커지면서 곧 호주에도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날 행사엔 208명의 선수와 응원차 따라 나선 가족, 친지들까지 700여명이 스타디움에서 봄의 정취를 한껏 느꼈다.
이창훈 총영사, 박응식 빅토리아주 한인회장 그리고 김경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멜번지회장 등은 축사를 통해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태권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예절과 풍습, 문화를 함께 나누기 바란다고 말했다.
5세 어린이부터 성인부까지 연령별로 나뉘어 대련을 한 참가자들 중 좋은 성적을 기록한 참가 선수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했다.
열 네살 아들이 대회에 참석해 응원을 왔다는 50대 초반의 클로이씨는 "자칫 아들의 사춘기를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었을 텐데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태권도를 통해 예의를 중요하게 배워서인지 무난하게 넘어가고 있다"며 안심된 표정을 보였다.
▲ 멜번의 태권도 멜번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에서 멋진 시범도 시연됐다. ⓒ 스텔라김 |
"태권!" 우렁찬 기합소리에 태극마크와 한글로 된 소속 도장의 이름이 새겨진 도복을 입은 '파란 눈, 노랑머리' 수련생들은 한국인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어 참석한 한인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K팝, K무비, K드라마…아, 그렇다. 그 이전에 K 태권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커다랗게 다가온다. 가진 게 이토록 많은 나라 출신이어서 이 땅의 한인들은 소수민족이지만 커다란 자긍심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간 계속 되었던 꽃샘 추위 한풀 꺾이고 화창한 봄의 햇살까지도 아낌없는 협조를 해 줬던 참 멋진 주말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러시 제작진 "이태원 참사 풀리지 않은 의문 많아, 분명한 건..."
- '가슴 풍만한 멍청이'로만 기억되기엔 너무도 대단한 가수
- 윤 대통령 이태원 추도 '기획예배' 의혹... 신도들 "정치가 교회 이용"
- 인요한의 '뚫린 입'에 국민의힘 '자중지란'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혁신의 현장
- 엄마가 끓여주던 '똑딱이 손난로', 요거 아시는 분 있을까요
- 댐 10개 더 지어 가뭄 해결? 환경부의 무책임한 계획
- 함양·합천·구미는 1%도 안돼... '태양광'은 억울하다
- 해병대수사단 1광수대장 "1사단장 제외 지시, 외압으로 느껴"
- 내가 본 <크러시>는 '이걸' 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