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은 4주, 이 차는 1년 기다린다...전기차 따돌린 대세

강기헌 2023. 10. 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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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국내 전기차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올해 1~9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는 11만500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1만7235대와 비교해 2228대가 줄었다. 연합뉴스

국내 전기차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올해 1~9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는 11만500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1만7235대와 비교해 2228대가 줄었다. 전기차 출시가 이어진 2021년 이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올 3분기가 처음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5월(1만1648대)부터 지난해 판매량(1만2762대)을 넘어서지 못하며 꺾이기 시작했다.

전기차의 빈자리는 하이브리드가 메웠다. 올 1~3분기 국내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차는 총 26만13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9만356대와 비교하면 37.3%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선호는 출고 대기 기간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자동차 10월 납기표에 따르면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2개월 이상 대기해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차량 대기에만 각각 10개월과 7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전기차 대부분은 출고 대기기간이 한 달 내외로 짧다. 아이오닉 5와 6는 신차 출고까지 4주와 3주만 기다리면 된다.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 G80은 출고 대기기간이 1개월에 불과하다.

김주원 기자

하이브리드 강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연하다. 친환경차 정책이 강력한 유럽 시장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선 전기차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절대적인 판매량에선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를 크게 앞선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1~3분기 유럽 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99만8921대로 조사됐다. 여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59만7376대)을 더하면 유럽 내에서만 259만6297대의 하이브리드차가 팔렸다.

현대차 아반떼.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은 신차 출고 대기기간만 1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현대차

반면 올해 1~3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11만2192대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세가 등등한 하이브리드차는 내친김에 휘발유차까지 따라잡을 기세다. 올 1~3분기 유럽에서 팔린 휘발유차는 287만8365대였는데 유럽 내 하이브리드차의 연간 성장률이 28%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1~2년 사이에 휘발유차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장은 “전기차 수요가 부진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재팬모빌리티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이 드디어 (전기차의) 현실을 보고 있다”며 최근 전기차 침체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평소 “전기차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며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량으로 판매하면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이런 선택지를 제약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하이브리드차가 선전하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일본 자동차 기업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올해 2월 1800엔 수준에 머물던 토요타 주가는 지난 9월에는 2800엔을 넘어섰다. 토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 25일 재팬모빌리티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이 드디어 (전기차의) 현실을 보고 있다”며 최근 전기차 침체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평소 “전기차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며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량으로 판매하면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이런 선택지를 제약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 하락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악재가 누적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인기인 것은 사실”이라며 “‘반값 전기차’ 등 가격을 낮춘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면 또 다른 경쟁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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