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공룡 등뼈 타고 즐기는 황금빛 억새의 향연

남호철 2023. 10. 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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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 ‘영남알프스’ 신불산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신불산 공룡능선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울긋불긋 단풍에 물들 것인가, 은빛 물결 억새에 잠길 것인가. 너무나도 고운 계절의 색 덕분에 가을은 행복한 계절이다. 단풍과 억새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여기에 폭포까지 더해진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의 백미 신불산(해발 1159m) 일대다. 영남알프스는 울산과 경남 양산·밀양, 경북 청도·경주의 경계를 이루는 1000m 이상 고봉 7개로 연결된 산군을 일컫는다. 수려한 산세와 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 만하다고 해 산악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서리는 33m 높이의 홍류폭포.


들머리는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다. 등억은 산세가 등어리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복합웰컴센터에서 1㎞가량 다소 쉬운 길을 오르면 ‘홍류폭포(虹流瀑布)’를 만난다. 폭포수가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서린다고 해 얻은 이름이다. 마치 은하수라도 떨어지듯 33m 높이 절벽 위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홍류폭포 안내판에는 신선이 놀던 곳이라고 할 만큼 멋져서 ‘나는 듯 떨어지는 물줄기가 삼천 척이나 된다’는 시선(詩仙)이백(李白)의 시구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이 떠오른다고 적혀 있다.

홍류폭포를 지나 공룡능선까지 길은 가파르다. 평지는 거의 없다. 일부 구간은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이룬다. 거대한 바위가 나타나면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는 과정에 추락 사고가 잦아 바위 옆으로 안전한 등산길이 만들어졌다.

칼날 같은 바위로 이뤄진 신불산 공룡능선.


신불산의 등짝 공룡능선은 실제 백악기 공룡들의 집단서식지였다고 한다. 능선이 칼날 같다고 해 ‘칼바위’로도 불린다. 공룡의 등뼈처럼 뾰족뾰족 치솟은 바위가 살아 있는 공룡처럼 꿈틀대는 듯하다. 등산객 사이에 ‘공룡능선까지는 두 발로 등산하고, 공룡능선부터는 네 발로 오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험하지만 공룡능선 때문에 신불산을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힘들지만 산 아래 황금 들녘을 품은 시원한 조망이 수고를 보상해준다.

바위 아래 안전한 우회길이 있지만 뾰족뾰족한 바위를 아슬아슬 지나 오르면 신불산 정상이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신불산은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해발 1241m) 주봉에 이어 네 번째 높은 산으로, 울주군 상북면과 삼남면 경계에 걸쳐 있다. 영남알프스 고봉준령 가운데 신불은 단연 돋보인다. 정상은 넓은 평원이다. 정상석을 비롯한 돌탑이 상징으로 우뚝하다.

영남알프스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남쪽 영축산에서 출발해 신불산과 간월산을 거쳐 북쪽의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 고헌산 등의 봉우리들로 이어진다. 신불산 정상과 영축산 사이 신불재를 포함한 일대 4㎞ 구간 평탄한 능선은 거대한 억새밭이다. 은빛 억새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그 사이 나무데크 탐방로는 억새바다 물결 위를 건너는 구름다리 같다.

하루를 마감하는 해가 강렬한 한 줄기 빛으로 간월재 억새밭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신불산에서 바람도 쉬어간다는 해발 900m의 간월재로 내려선다. 낮은 언덕을 넘으면 바로 간월재로 내려가는 내리막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건너편에 간월산이 마주 보인다. 간월재 억새길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광활한 억새평원이 눈부신 가을 햇빛에 반짝이며 은빛 파도로 일렁인다. 바람마저 억새 사이에서 쉬어 간다.

신불산과 간월산을 잇는 안부에 자리한 간월재는 예전부터 울산 울주와 밀양을 잇는 고개다. 소금 장수와 장사꾼들이 넘어 다니고, 시월이면 인근 주민이 지붕을 이기 위해 억새를 베어 지게에 지고 내려갔던 삶의 터다. 간월재에서 큰 갈지(之)자 모양의 임도를 따라 복합웰컴센터로 하산한다.

에메랄드 물빛이 환상적인 파래소 폭포.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내 왕방골 계곡에는 파래소 폭포가 있다. 폭포 이름은 옛날 ‘기우제를 지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의미의 바래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깊은 계곡과 하얀 물보라가 어우러진 절경으로 울산 12경의 하나이다. 높이 15m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위압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오전 햇빛 좋은 날 가면 폭포수에 무지개가 걸려 있는 장관을 볼 수도 있다. 폭포수 아래 소(沼)도 넓고 깊어 환상적인 에메랄드 물빛을 자랑한다.

여행메모
홍류폭포~공룡능선~간월재 인기
양념장 버무려 구운 언양불고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주차장에서 출발해 임도 갈림길~홍류폭포~공룡능선~신불산 정상~간월재~임도를 거쳐 복합웰컴센터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가 인기다. 총거리는 9.5㎞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30분 정도지만 풍경에 시선을 뺏기는 데다 여유롭게 바윗길을 지날 수 있도록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가을산은 기상변화가 심하므로 방수방풍의, 보온복, 장갑, 모자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 해가 빨리 넘어가므로 야간산행에 대비해 헤드랜턴이나 손전등도 필수다.

간월재에는 피라미드형 서양식 건물인 간월재휴게소가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간단한 음료와 라면, 아이스크림, 과자, 구운 계란 등을 판매한다. 다만 현금은 안 되고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복합웰컴센터에는 대규모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이 일대에서 지난 20일 개막한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오는 29일까지 개최 중이다.

인근에는 산행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온천단지가 있다.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뛰어난 온천으로 신경통, 소화기질환, 피부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온천을 겸한 숙박시설도 많다. 입구에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파래소 폭포가 위치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에 들어가려면 입장료와 주차료를 내야 한다. 어른 기준 입장료 1000원, 중·소형차 기준 주차비 3000원이다.

언양은 소불고기가 유명하다. 굵게 채 썰어 배즙에 재웠다가 양념장을 넣고 버무린 쇠고기를 석쇠에 굽는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울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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