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동원 (24) 천로역정 분위기와 구도적 영성 소원담은 ‘필그림’

김아영 2023. 10.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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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교회 성도 등록 거절 선언' 후 2007년 말 교회 등록자를 조사했다.

한 해 3000여명의 성도가 등록했는데 이 중 80%가 기독교 배경이 없는 이들이었고 나머지 20%는 과거 신앙생활을 하다 낙심한 성도들, 그리고 귀국한 뒤 교회를 정하지 않은 성도들이 주를 이뤘다.

한때 기도원이 한국교회 영성의 젖줄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당시 한국교회의 기록으로 남은 8226명의 성도가 장기기증 서약을 했으며 200명 이상이 헌혈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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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교회 성도 등록 거절 선언 후
등록 교인 중 80%가 불신자들
전도 지향적 셀 목회 가능성 발견
이동원 목사가 최근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타교회 성도 등록 거절 선언’ 후 2007년 말 교회 등록자를 조사했다. 한 해 3000여명의 성도가 등록했는데 이 중 80%가 기독교 배경이 없는 이들이었고 나머지 20%는 과거 신앙생활을 하다 낙심한 성도들, 그리고 귀국한 뒤 교회를 정하지 않은 성도들이 주를 이뤘다.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이렇게 해도 목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전도 지향적인 셀 목회의 열매임에 감사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한 사람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며 눈물로 기도하는 것보다 세상에 더 아름다운 광경이 어디 있을까.

지구촌교회의 ‘목장’ 모임에는 빈 방석이나 종이로 만든 포도송이가 있다. 거기에 전도해야 할 VIP(전도대상자) 이름을 적고 기도한다. 기도의 주인공이 마침내 그 자리에 앉도록, 혹은 포도송이에 그 이름이 기록돼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말이다.

2008년 경기도 가평에 필그림하우스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건물 설계자에게 이곳은 한국의 전통적 기도원과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기도원이 한국교회 영성의 젖줄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전통적 방법으로는 포스트모던 시대 사람들이 가진 영성의 목마름을 채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도원 분위기를 내되 수도원으로 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중세 수도원의 부활을 시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수도원이랄까. 기도하고 싶고 조용한 침묵 속에 나 자신을 만나고 하나님을 대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내달라고 했다. 이런 까다로운 주문으로 필그림하우스가 지어졌다.

그리고 내가 처음 선교사에게 영어를 배울 때 선물로 받은 책 ‘천로역정’의 분위기가 담기길 원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을 위한 구도적 영성을 자극하면 좋겠다는 소원도 담았다. 여기서 ‘필그림’ 이름이 유래했다. 우리는 결국 필그림 곧 순례자들이니까 말이다.

2009년 지구촌교회 창립 15주년을 맞아 숫자 ‘15’의 의미를 살린 특별한 섬김 축제를 시작했다. 15곳 선교지의 우물을 팠고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15명의 수술과 치료를 전담했다. 허물어져 가는 낡은 집 15곳을 선정해 개보수하는 사업, 장애인기관 15곳을 돕고 장애인 680명을 초청해 지구촌교회 성도 3120명이 함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 탄천길을 걸으며 청소하는 날도 기획했다. 당시 한국교회의 기록으로 남은 8226명의 성도가 장기기증 서약을 했으며 200명 이상이 헌혈에 참여했다.

교회의 긴 역사가 무슨 자랑이 되겠는가. 사명을 다하는 교회, 존재 이유를 다 하는 소금과 빛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15년 기념 사역이 또 하나의 촉매가 돼 30년 45년 60년에도 그 사명을 다하는 소금 같은 지구촌교회로 쓰임 받길 간절히 기도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3~14, 16)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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