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초토화된 가자지구, 삼손이 최후를 맞았던 사사시대의 땅

김아영 2023. 10.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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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속 ‘성서 톺아보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진행 중인 가자지구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지역들이 다수 존재한다. 성경 인물 아브라함과 이삭이 살았던 곳으로 추정되는 그랄.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제공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시작되어 중동을 넘어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화약고로 변모한 가자지구. 이곳은 성서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기에 크리스천이라면 사건 지역의 성경적 의미와 역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서지리 전문가인 한국성서지리연구원장 홍순화 주심교회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거룩한 땅(Holyland)이자 성경의 땅(Bibleland)인 성지기에 대부분 지역은 성경의 지명과 성경에 기록된 사건의 현장이 있다”며 “이·팔 전쟁을 바라볼 때 성서적 의미를 생각하며 바라보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목사가 주목한 가자지구와 부근의 성경적 의미가 있는 지역들을 짚어봤다.


가자지구는 성경 인물 삼손이 최후를 맞은 다곤 신전이 있는 블레셋 도시 ‘가사’(Gaza)에 해당한다. 구약성경 사사기에 등장하는 사사 삼손은 이스라엘을 블레셋으로부터 구원할 운명으로 초인적인 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로 파멸한다. 블레셋에 의해 두 눈을 잃고 구경거리로 전락한 삼손은 가사에서 맷돌을 돌리다가 신전을 무너뜨리고 블레셋인들과 함께 죽었다.(삿 16:21,30)

블레셋은 5대 도시(가사 아스돗 아스글론 가드 에그론)를 중심으로 한 다섯 통치자가 다스린 연맹이었다(수 13:3). 당시 블레셋인들은 그리스 에게 문명에 뿌리를 둔 해양 민족으로 지금의 아랍계 팔레스타인 주민과 인종적으로 다르다.

가나안 시대의 고대 도시 중 하나인 가사는 이스라엘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여호수아는 가사 지역까지 공격해 이스라엘 영토로 확보했으나(수 10:41) 성경은 가사, 가드, 아스돗에 아낙 자손 몇몇이 남아 있었다고 기록한다.(수 11:21~22) 유다 지파는 가사까지 영토로 분배받았으나 사사 시대 때 미디안인들이 가사까지 압제했다. 솔로몬 시대 때 가사는 이스라엘 영토가 됐고(왕상 4:24) 히스기야는 블레셋을 공격해 가사를 정복했다.(왕하 18:8) 선지자 예레미야, 아모스, 스바냐, 스가랴는 가사의 멸망을 예언했다.(렘 47:1, 암 1:6, 습 2:4, 슥 9:5)

홍 목사는 “가사는 가자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텔 하루베(Tell Harube)로 인구가 밀집한 현대 도시가 세워졌기에 체계적인 고고학 발굴이 이뤄지지 못했으나 청동기·철기 시대 유물과 블레셋의 토기들이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26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음악 축제가 열린 장소는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레임(Re’im)에서 북동쪽으로 약 1.5㎞ 떨어진 지역으로 그랄 시내(Nahal Gerar)가 지나가는 곳이다. 레임에서 서쪽으로 약 1㎞ 떨어진 브솔시내 남쪽에는 그랄(Gerar)의 추정지인 텔 가마(Tel Gama)가 있다.

다윗이 아말렉 군대를 추격할 때 건넌 브솔시내.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제공


그랄은 가나안으로 옮긴 아브라함이 남쪽의 네겝 지방으로 이주했을 때 살았던 곳이다.(창 20:1) 아브라함은 그랄 왕 아비멜렉에게 사라를 누이동생으로 속이고 보내 아비멜렉 왕이 아내로 맞았다가 아브라함에게로 돌려보냈다.(창 20:2~18) 이삭 역시 흉년으로 그랄의 블레셋 왕에게 갔을 때 아브라함과 같은 일을 겪었으나 그랄에서 거주했다.(창 26:1,6,17)

하마스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Ashkelon)은 성경의 ‘아스글론’이다. 아스글론은 유다 지파가 추가로 정복한 블레셋의 도시였으나 삼손 시대에는 블레셋의 영토였다.(삿 1:18) 다윗이 요나단을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를 때 “이 사실을 아스글론에게 알리지 말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도시였다.(삼하 1:20)

비잔틴 시대에 기독교의 중심 도시가 된 아스글론의 시가지 전경.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제공


아스글론은 예레미야의 예언에서 언급된 도시이며(렘 25:20) 아모스, 스바나, 스가랴 같은 선지자도 아스글론의 멸망을 예언했다. 아스글론은 헤롯 대왕의 출생지로 헤롯 왕 때 크게 번성했으며 로마 시대에는 자유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비잔틴 시대에는 기독교의 중심 도시가 되어 교회들이 세워졌다. 성경시대의 아스글론은 현대도시 아스글론 남쪽에 있는 텔 아스글론(Tel Ashkelon)이다.

현대 아스글론은 1948년 이후 형성된 신도시로 가사에서는 북쪽으로 16㎞, 아스돗에서 남서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있으며 분리장벽에서는 북쪽으로 약 9㎞ 떨어져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와디 가자 이남으로 떠나라고 경고했는데 와디 가자도 주목할 만한 성경과 연결되는 지역이다. 와디 가자는 다윗이 시글락을 공격했던 아말렉 사람을 추격할 때 건넜던 브솔시내의 하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삼상 30:9) 와디(Wadi)는 계곡을 의미하는 아랍어로 비가 오는 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경우가 많으며 건기에는 메마른 하천이기에 통로가 되는 곳이다. 다윗은 아말렉 군대를 계속하여 추격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부하 200명을 이곳에 남겨두고 나머지 400명을 데리고 추격에 성공했다.

홍 목사는 “이처럼 가자지구가 있는 지역은 아브라함 시대에는 아브라함과 이삭이 살던 그랄이 있으며 사사 시대에는 삼손이 블레셋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죽이며 함께 최후를 맞이한 가사(가자)가 있던 곳”이라며 “다윗 시대에는 시글락에서 끌려간 사람들을 구하려고 건너간 브솔시내와 사람들을 구출한 지역이었기에 성경의 역사가 있는 성경의 땅”이라고 분석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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