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문어 잡으려다 4명 사망 "낚싯배가 바지선 줄 걸려 전복"

김준희 2023. 10. 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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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구급대원들이 전복 사고로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낚싯배 승선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 전북소방본부]


부안해경 "4명 사망, 14명 부상"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문어 등을 잡으려던 낚싯배가 예인선과 충돌해 낚싯배에 타고 있던 18명 중 4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일출 전이라 사방이 어두운 데다 날씨까지 추워 인명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부안해양경찰서·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57분쯤 전북 부안군 위도면 하왕등도 동쪽 약 1.6㎞ 해상에서 18명을 태운 낚싯배 A호(7.93t)가 예인선과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A호는 뒤집혔고, 예인선 일부는 부서졌다.

이날 오전 6시29분쯤 사고 해역에 도착한 해경은 주변 낚싯배 4척과 함께 A호 승선원 모두를 구조했다. 당시 A호 승선원들은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고, 일부는 배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러나 이 중 남성 4명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해경은 헬기 2대를 동원해 이들을 익산 원광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심정지로 사망했다.

부안군 등에 따르면 사망자는 김모(47·전북 부안군)씨, 송모(52·경기 부천시)씨, 김모(50·경기 의왕시)씨, 이모(56·경기 화성시)씨 등이다. 나머지 승선원 14명은 저체온증과 골절·타박상 등을 호소했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들 중 9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부상이 크지 않은 5명은 귀가했다고 부안해경은 전했다.

조사 결과 A호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부안 격포항에서 출항했다. 돔·우럭 등도 잡지만, 문어가 주 타깃이었다고 한다. 출항 당시 승선원 명부는 제대로 작성했다.

A호에 탄 18명 중 부안에 주소를 둔 사람은 선장을 비롯해 3명이다. 나머지 15명은 전국 각지에서 왔다. 경기 9명, 전남 2명, 경북 2명, 서울 1명, 인천 1명 등이다. 이들 중엔 부부도 포함됐다.

22일 오전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구급대원들이 전복 사고로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낚싯배 승선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전북소방본부]


"예인선 밧줄 걸려 전복 추정"


해경 등은 A호가 낚시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A호 전체 승선원 18명 중 16명은 주변 낚싯배 선장 등이 구했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뒤집힌 배 안에 갇힌 2명을 구조했다. 부안군 관계자는 "근처에서 예인선이 바지선을 끌고 가다가 두 배 사이에 있던 밧줄에 A호가 걸려 뒤집힌 것 같다"며 "사고 당시 주변에 낚싯배들이 많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인 데다 너무 어둡고 날씨도 추워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부안군 위도면 기온은 12.3도였다. A호가 출항한 오전 4시 무렵 위도 해역 유의(평균) 파고는 1.1m, 최대 파고는 1.5m였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보통 0.5m 정도가 잔잔할 때인데 그보다는 높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부안해경은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경비함정 등을 보내 A호를 관리하고 있다"며 "수사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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