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이스 샷! 피부암 걸릴라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3. 10. 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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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크림 바른 것만 봐도 고수 알아본다.”

골프 시작하기 전 한 동반자가 선 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다른 동반자를 보더니 불쑥 내뱉었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구력 30년을 들먹이며 피부 건강 깨알 지식을 자랑했다. 소홀히 하면 자칫 피부암까지 걸린다며 우리를 겁박했다.

최근 들어 골프 나갈 때면 아내가 선 크림 발랐느냐고 꼭 확인한다. 나이 들어 얼굴과 손등에 검버섯이 하나 둘 느는 것도 다 자외선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골프 고수의 경고가 허언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최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UVR)으로 인한 골퍼들의 피부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 대중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골퍼 33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와 일반인 1만6000명의 건강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골퍼들 가운데 27%가 인생의 특정 시점에 피부암 진단을 받았지만 일반인은 7%에 그쳤다. 나이, 성별, 교육, 흡연 습관 등을 고려해도 골퍼들의 피부암 발병 확률은 일반 대중보다 2.4배 높았다.

감성골프
골프는 건강에 분명한 이점을 주지만 태양 아래 4시간 이상 피부를 노출시키기에 위험도 상존한다. 연구 결과는 골프의 건강상 이점을 충분히 인정하면서 위험성도 똑같이 알려준다.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는 자외선은 홍반성 반응, 일광 화상, 다형광 발진, 색소침착, 광노화 등을 유발한다고 밝힌다. 이를 막기 위해 오 교수가 골퍼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선 크림 사용법이다.

외출 때 뷰티 제품 하나만 사용한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65%가 자외선 차단제인 선 크림을 꼽았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선 크림을 바르지 않는 골퍼는 없지만 선 크림을 제대로 활용하는 골퍼는 의외로 흔치 않다. 골프장 화장실에서 시간에 쫓기듯 대충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뛰쳐나간다.

효과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얼굴, 목, 손등, 팔 등 노출 부위에 2~3시간마다 SPF(자외선차단지수) 30 이상 선 크림을 꼼꼼히 바른다. 자외선차단지수는 ㎠당 2㎎ 발랐을 경우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양을 발라야 한다.

평균 얼굴 면적 430㎠ 기준으로 보면 860㎎ 정도 필요한 분량인데 대략 500원짜리 동전만큼이다. 한 번 발라 흡수시키기에 쉽지 않은 분량이다.

우선 외출하기 30분 전에 500원 동전 분량만큼 손등에 덜어 그 반을 먼저 고르게 바른 다음 두드려 피부에 스며들도록 한다. 1분 정도 지나면 다시 나머지 분량을 한 번 더 반복해 두드려 잘 흡수시킨다.

소홀하기 쉬운 콧등, 코 주변, 귓불 주변, 목까지 꼼꼼하게 빼놓지 않는다. 사용하기 전에 유통 기한도 살핀다. 사용 기한은 보통 제조 후 1년 정도인데 이후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저하되고 변질 우려도 있다.

차단 효과가 떨어진 제품을 바르고 햇볕에 피부를 노출시키면 화상을 입거나 피부암 위험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아끼지 말고 자주 듬뿍 발라 유통 기한 내에 소화한다.

데일리 선 크림을 고를 때엔 성분을 꼼꼼히 살펴본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인 만큼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순한 선 크림이 적합하다. 특히 피부가 어른보다 약한 유아나 좁쌀여드름, 화농성여드름 등 트러블 케어에는 자극이 적은 크림이 선호된다.

선 크림의 중요한 기능인 자외선차단지수도 꼼꼼히 살펴 본인에게 알맞아야 장기 사용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선 크림 종류는 선젤, 선블록, 선스크린 등 다양한데 피부에 적합한 형태를 선택한다. 미백 선 크림, 끈적이지 않는 선 크림 등도 인기 순위가 높다.

골프를 끝내고 홍반성 반응, 햇볕 화상 등으로 피부가 달아올라 열감이 느껴지면 찬물로 샤워하거나, 얼음찜질로 증상을 완화시킨다. 이때 가능하면 샴푸나 비누 사용을 자제해 자극이 덜 가도록 한다.

수분 공급과 진정 효능이 있는 오이나 감자 팩도 신속한 효과를 거둔다. 물집 등으로 증상이 심하면 속히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다.

오재근 교수에 따르면 다형광 발진과 일광 두드러기가 계속되면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히스타민제 등을 사용해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선 크림 외에도 얇은 팔 토시를 착용하거나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기능성 옷을 착용한다. 보통 의류의 일광차단능력은 UPF(ultraviolet protection factor) 40 이상이 효과적이고 폴리에스테르 소재가 우수한 편이다. 짙은 색 옷감이 이론적으로는 차단 효과가 크다고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적다.

모자 착용도 중요하다. 모자는 자외선 차단 효과뿐 아니라 골프 도중 오구로 인한 사고 위험에서 보호하기 때문이다. 얼굴 보호를 위해선 7.5㎝ 이상 챙이 달린 모자가 추천된다.

골프를 위해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알로에 겔이나 진정 시트 마스크를 냉장고에 먼저 넣어두고 귀가 후 사용하면 화끈거리는 기운을 달랠 때 유용하다. 햇볕을 쬐고 돌아와서 열감을 제거하고 충분한 보습을 해주면 자외선으로 인한 노화, 색소침착, 주름, 건조를 예방한다.

요즘은 얼굴에 붙이는 선 패치도 유행이다. SNS에 필드 인증샷을 올리는 새 골프 문화가 형성되면서 선 패치가 골퍼들 사이에 뷰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선 패치는 자외선 차단부터 피부 케어를 위한 수딩(soothing)과 쿨링(cooling) 효과를 바로 발휘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통기성과 밀착성이 좋으면 4~8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얼굴 대부분을 가려주는 다기능 패치도 있다. 1매로 눈가, 광대뼈, 볼까지 얼굴 대부분을 덮는 빅 사이즈 패치이다. 다양한 유효 성분을 함유해 피부 케어까지 돕는다.

주로 스포츠 의류로도 사용되는 원단이어서 땀 흡수는 물론 공기 순환도 원활해 오래 붙여도 덜 답답하고 부드러운 겔 타입 패치다. 붙이거나 떼낼 때 자극이 없어 민감한 피부에도 사용 가능하며 신축성이 뛰어나 얼굴 굴곡에도 딱 맞게 밀착된다.

아예 골프 마스크도 나왔다. 기본 마스크 모양은 물론 목 아래까지 철벽 관리할 수 있는 롱넥 등 두 가지 형태로 시중에 나와 있다. 눈밑, 관자놀이 부위까지 꼼꼼히 가려 색소 질환이 올라오기 쉬운 얼굴의 가장 높은 부위까지 보호한다. 롱넥 스타일은 간과하기 쉬운 목 뒤까지 햇빛에서 보호해준다.

아무리 피부를 보호한다지만 ‘오징어 마스크’로 불리는 얼굴 가리개는 피했으면 한다. 소중한 자신의 피부는 보호하겠지만 동반자들에게는 기괴함 그 자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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