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교사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의 어려움

곽규현 2023. 10. 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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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입력은 담당교사 재량에 맡겨야

[곽규현 기자]

 교실.
ⓒ unsplash
 

요즘 고등학교는 2학기 중간고사(1차 지필고사) 시즌이다. 시험을 준비 중이거나, 시험을 치르거나 또는 후속적인 성적 처리 작업이 한창이다. 아울러 교과 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시간 관찰 사항을 정리하기에도 바쁘다. 담임 교사들은 자율활동, 진로활동 자료 등을 정리하고, 학생 개인의 행동특성을 관찰해 기록한 것을 챙겨볼 시점이다.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학습활동을 포함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교육부에서 발행하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라 담당 교사나 담임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입력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담임 교사나 교과 담당 혹은 동아리 담당 교사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는 상급학교 진학은 물론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기록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민감하게 관심을 가진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기록하는 것은 교사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활동 중의 하나다. 가르치는 학생의 장래와 직결되는 학교생활을 기록하는 거라서 교사로서는 신중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특히 과목별 성적이나 특기사항을 입력할 때는 더욱 그렇다.

지필평가의 선다형 문제는 답안지 자동채점기로 채점돼 성적이 입력되므로 성적처리는 간단하다. 서술형 문제는 채점 기준에 따라 교과 담당 교사가 직접 채점해서 학생들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유사정답 인정 여부를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고,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문항의 핵심적인 물음과 오답 이유, 출제 의도를 설명하면 수긍하지만 끝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에는 교사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을 평가하기에 적합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는 가급적 피하게 된다. 서술형 문항의 출제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효과적인 평가 방법이지만,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현실에서 채점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수행평가는 수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평가이기 때문에 학습을 수행하는 과정 관찰, 수행활동 결과물 등을 보고 교과담당 교사가 비교적 재량껏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수행평가를 하는 동안에 학생들의 활동 상황을 관찰하거나 결과물의 평가를 참고해 기록한다. 그밖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에서 보이는 행동들을 관찰하고 기록해 뒀다가 입력한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은 학생참여형 수업 및 수업과 연계된 수행평가 등에서 관찰한 내용을 입력한다.

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모든 교과(군)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입력한다.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교육부훈령 제433호) 해설 및 기재요령 121페이지
 
그런데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모든 교과 교사들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입력하는 것이 타당한지,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과목마다 특성이 있어 학급별로 주당 수업시수가 많은 교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도 있다. 주당 수업시수가 학급별로 한두 시간인 교사는 수업을 들어가는 학급이 많아서 수업받는 학생도 많을 수밖에 없다. 가령 학급 인원이 25명인 8개 학급을 주당 2시간씩 합해서 16시간 수업할 경우에 입력할 학생은 200명이나 된다. 주당 수업시수가 2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국경일이나 명절같은 공휴일, 이런 저런 학교행사나 시험기간 등으로 수업을 빠지는 주가 많다. 학생 수도 많거니와 주당 한두 시간씩 수업을 하면서 모든 학생들을 일일이 관찰하고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까.

과목에 따라서는 교과 교사가 위의 사례보다 더 많은 학급에 수업을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한 명의 교사가 두 과목 이상을 수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기록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결석을 하거나 전혀 수업 참여 의지가 없는 학생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까지 관찰해서 입력하라고 하니, 교사들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이 행동하는 그대로 관찰해서 입력하는 것이 원칙이나,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있는 모습대로 직접적인 표현을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무리 수업 열의가 없다 하더라도 주당 한두 시간의 수업으로는 미처 교과 교사가 발견하지 못한 아이의 성장 가능성이나 잠재력도 있으므로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기록할 수도 없어 대개 개선할 점을 완곡하게 표현하거나 숨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정도로 그친다. 담당 교사에 따라서는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직접적인 표현으로 기록하는 경우도 있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입력하기도 한다.

어떻게 기록을 하든 교과 담당 교사로서는 고민스럽다. 굳이 긍정적인 세부능력이나 특기사항이 없는 학생들까지 모두 입력하라니까 교사도 힘들어지고 학생에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이전처럼 긍정적인 특기사항이 없는 학생은 적지 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을까. 칭찬할 만한 세부능력이나 특기사항이 있는 학생은 구체적으로 충실하게 기록해 주고, 그런 게 없는 학생은 교과 교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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