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는 '장신', '짝수는 '단신'…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넘버링

박영국 2023.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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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EV 시리즈, 홀짝에 따라 차종 특성 확연히 구분
넘버링 차명, 브랜드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긍정 효과
(왼쪽부터) EV6 GT, EV4 콘셉트, EV5, EV3 콘셉트, EV9 GT 라인. 홀수 차종과 짝수 차종간 형태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기아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성하면서 차명 체계도 ‘아이오닉’과 ‘EV’ 뒤에 숫자를 붙이는 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패밀리룩과 함께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이른바 ‘넘버링 차명’이 현대차‧기아에서 어떤 식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다.

기아는 지난 12일 EV데이에서 EV6 GT와 EV4 콘셉트, EV5, EV3 콘셉트, EV9 GT 라인 등 5종의 신모델을 공개했다. 파생 모델인 EV6 GT와 EV9 GT 라인의 원판은 이미 출시됐고, 여기에 3종이 추가되면 전기차 주력 라인업이 대략 갖춰지는 셈이다.

이들 5종의 차가 나란히 전시된 모습을 보면 일종의 법칙이 읽힌다. 홀수를 부여받은 차는 전고가 높은 전형적인 박스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형태를 취하고 있고, 짝수 차종은 상대적으로 날렵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V 라인업의 선두주자인 EV6는 SUV라 하기엔 낮은 전고와 지상고에 납작한 보닛을 지녔다. 테일게이트가 달린 5도어 차종이지만 측면 실루엣을 보면 패스트백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에 가깝다.

이날 공개된 EV4 콘셉트는 전면 디자인은 기아의 새로운 패밀리룩 ‘스타맵 시그니처 스타맵 라이팅’을 따랏지만 실루엣은 EV6와 판박이다.

EV6(왼쪽), EV4 콘셉트. ⓒ기아

반면, 홀수가 붙은 EV 형제들은 전혀 다르다. 맏형인 EV9에서 선보인 온전한 2박스 형태를 갖췄다. EV5, EV3로 내려갈수록 크기만 작을 뿐 생김새는 비슷하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차명에서 짝수나 홀수는 의미가 없고 EV1~9까지 숫자를 부여할 때 체격, 고객 프로파일, 제원 등을 감안해서 숫자가 높을수록 높은 가격대로 형성하려고 한다”면서 굳이 차량 형태에 따른 짝수 홀수 차이를 두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대에 전시된 차종들은 홀짝의 구분이 뚜렷했다. 앞으로 EV2, EV7, EV8 등이 공개되는 상황을 보면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건 현재까지는 홀짝에 따라 차량의 형태가 일치하는 모습이다.

기아 EV9(왼쪽), EV5. ⓒ기아

현대차의 경우 기존 출시된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외에 아이오닉 7으로 탄생할 콘셉트카 ‘세븐’까지 총 3종만 공개된 상태로, 아직까진 기아와 동일한 ‘홀짝의 법칙’이 적용된 상태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첫 주자인 아이오닉 5는 전형적인 SUV 스타일은 아니지만 높은 전고를 바탕으로 공간 활용성을 높인 형태다. 현대차도 아이오닉 5를 RV(레저용 차량)로 분류하고 있다. 콘셉트카 ‘세븐’은 전고와 지상고가 모두 높은 전형적인 대형 SUV다.

반면 짝수를 부여받은 아이오닉 6는 쿠페를 연상케 하는 날렵한 디자인의 스포츠 세단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짝수마다 세단을 배치하진 않겠지만, 앞으로 아이오닉 4, 8 등이 등장할 경우 SUV보다는 CUV, 패스트백, 쿠페 등의 스타일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이오닉 6. ⓒ현대자동차

차명을 넘버링으로 통일하는 것은 브랜드 정체성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BMW가 그 시초다. 세단의 경우,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 등 홀수의 숫자를 매기고 그 사이 짝수에는 쿠페나 GT 차종들을 배치한다. SUV의 경우 숫자 앞에 X를 붙여 구분한다. 전기차 시대에도 이 기조를 유지해 i 또는 ix 뒤에 차급별로 숫자를 넣는 식으로 이름을 짓는다.

숫자 앞에 A나 Q를 넣는 아우디도 이 방식을 따랐다. BMW보다 위에 서겠다는 의미로 같은 차급의 차종에 하나씩 높은 숫자를 넣었다는 일화도 있다. BMW 3시리즈와 같은 급의 중형 세단을 아우디에서는 A4로, BMW 5시리즈와 같은 준대형 세단을 아우디에서는 A6로 부르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르노코리아가 옛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SM 뒤에 숫자를 붙여 차명을 만들었고, 기아도 세단 라인업은 K시리즈로 명명했다.

현대차의 경우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기아는 스포티지, 쏘렌토 등 차명 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사례가 있어 내연기관 시대에는 기존 차명을 유지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과거의 차명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 재편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시대, 차급별 판매간섭 벗어날지 관심

한편,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같은 차급의 디자인만 다른’ 각각의 차종을 내놓는 방식을 탈피할지도 관심이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중형 세단 쏘나타와 K5, 중형 SUV 싼타페와 쏘렌토가 서로 판매간섭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전기차 라인업에서는 ‘5’의 숫자를 부여받은 아이오닉 5와 EV 5가 각각 CUV와 SUV로 차종 특성과 타깃층이 다르다. ‘6’이 매겨진 아이오닉 6와 EV 6 역시 형태가 전혀 다른 차종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같은 숫자라도 아이오닉 시리즈의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되는 모습이다.

차급이 겹치는 대형 전기 SUV의 경우 기아는 EV9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현대차는 7이라는 숫자를 부여할 예정이라는 것도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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