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가 이렇게 아름답구나…손글씨대회 수상작 보니

허미담 2023. 10. 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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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교보손글씨대회 성황
디지털 시대 '악필' 문제 환기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이 익숙해지면서 어린이들의 '악필'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번에 열린 교보손글씨대회에 역대 최다 응모자가 참여해 화제가 됐다.

으뜸상 수상자 송유하의 작품. [이미지제공=교보문고]

최근 교보문고는 제9회 교보손글씨대회 으뜸상 수상자로 우선아 씨 등 10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교보손글씨대회는 손글쓰기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손글쓰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손글쓰기문화확산캠페인'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으뜸상 수상자 우선아씨 작품. [이미지제공=교보문고]

심사위원 유지원 타이포그래퍼는 우 씨의 손글씨에 대해 "오른쪽 끝이 경쾌하게 들린 모습에서 글씨를 쓰는 기쁨이 느껴진다"며 "글줄들의 리듬감이 지면 속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작은 방울이 모여 커다란 방울을 만든 듯한 인상을 준다"고 평했다.

우 씨는 "글씨에 대해 매력을 느꼈던 건 독특하고 멋스러운 아버지의 필체 덕분이었다"며 "처음으로 참가한 교보손글씨대회에서 큰 성과를 얻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으뜸상 수상자 유선옥씨 작품. [이미지제공=교보문고]

또 다른 으뜸상 수상자인 유선옥씨는 "한 획 한 획 한 글자씩 글씨를 써 내려가며 모든 잡념을 버리고 집중하면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에 대한 재발견의 기회가 된 듯하다"고 했다.

심사위원단은 심미성·독창성·가독성 등 세 가지 평가 기준을 적용해 으뜸상 10점, 버금상 20점을 선정했다. 올해는 1만4739명이 응모해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했으며, 3세 어린이부터 93세 응모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으뜸상 수상자 오민선씨 작품. [이미지제공=교보문고]

으뜸상 최고령 수상자는 59세의 오민선씨가 차지했다. 오 씨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무척 기쁘다"며 "유아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저에게 배우는 아이들만이라도 손글씨로 우리 한글을 바르게 쓰면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으뜸상 최연소 수상자는 8살의 유지원과 송유하다. 유 씨는 "뿌듯하고 기쁘다. 이렇게 상을 받게 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송 씨는 "좋아하는 책의 한 부분을 손글씨로 써보는 게 즐거웠다. 경필체를 바르게 쓰는 법을 알려주신 리라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고운 마음을 담아 손글씨를 정성껏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글씨 낯설어진 어린이들…일부 나라는 탈 디지털화 추진

으뜸상 수상자 유지원의 작품. [이미지제공=교보문고]

한편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종이에 손글씨를 쓰는 일이 줄어들면서 악필인 어린이가 부쩍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소아 전문가들은 전자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면 연필을 쥘 수 있는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의 영국심장재단 소아 전문 치료사 샐리 페인 책임자는 2018년 "10년 전과 달리 어린이들이 손 근육과 손재주를 단련하지 못한 채 학교에 입학하고 있다"며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연필을 가지고 오긴 하지만 근본적인 손 운동 기술이 없어 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필을 움켜잡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가락의 미세한 근육(소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며 "지금의 아이들의 그러한 소근육 운동을 개발할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또 영국 왕립직업치료사대학(RCOT) 카린 비숍은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고 어린이들도 자라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긍정적인 측면이 많겠지만 어린이가 능동적으로 육체 활동하지 않고 집 안에서 전자기기를 더 사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국가들은 종이책을 읽고 손글씨 쓰는 걸 강조하는 등 디지털 기기 수업에 제동을 거는 추세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학생들의 읽기 능력 등 기초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스웨덴의 경우 유치원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한 기존 방침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캐나다, 네덜란드, 핀란드 등 여러 나라는 '필기체 쓰기' 수업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지정하거나 수업 중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등 탈(脫)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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