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없어질 걱정에 절망은 그만… 직장암 수술 후 관리 중요"

이금숙 기자 2023.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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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직장암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계봉현 교수

 

직장암은 대장의 마지막 15cm 가량에 해당하는 직장에 생긴 암이다. ‘직장암 선고’를 받으면 환자들은 그 어떤 암보다 절망에 빠지기 쉽다. 생존율이 높은 편이지만, 수술 후 항문 기능이 떨어져 배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 장루 같은 인공항문을 달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장암이 증가하면서 직장암 역시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총 2만 7877건의 대장암이 새로 발생했다. 이는 국내 암 발생 3위에 해당하며, 대장암 가운데 직장암은 총 1만 1747건으로 전체 대장암의 42.1%를 차지한다. 직장암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계봉현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을 통해 직장암 환자의 항문 기능을 살리는 데 누구보다 노력하는 의사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병원에서는 드물게 ‘직장·항문 기능 검사실’을 갖추고 환자의 항문 기능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를 만나 직장암 수술과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계봉현 교수/신지호 기자
-직장암, 결장암과 다른 증상이 있나?
직장암은 혈변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간혹 치핵하고 혼동이 되는데, 항문에서 피가 나온다면 내시경을 통해 직장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암이 커지면 배변이 어려운 배변 곤란이 생길 수 있고, 환자들은 종종 뒤무직(배변 후에도 변을 보고 싶은 증상), 잔변감을 호소한다. 반면 결장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우측 결장암인 경우 빈혈, 좌측 결장암은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직장암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은? 
흡연, 과도한 음주, 육류 위주 식사가 꼽힌다. 직장암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이른 시기에 직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젊더라도 정기 검진을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대장내시경 검진 가이드라인은 50세부터지만 가족력이 있다면 30~40대라도 한번쯤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의사가 직장에 손가락을 직접 넣고 암을 만지는 직장수지검사도 직장암을 발견할 가능성이 80% 정도 된다. 정확도가 더 높은 건 내시경이다. 내시경은 검사 중간에 용종이 보이면 용종을 그 자리에서 떼어낼 수 있고, 암이 의심되면 조직을 떼어 조직검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병기 등 암 진행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CT·MRI를 찍어야 한다. 림프절 전이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알 수 있다. 직장암은 간과 폐로 전이가 많은 편이다.

-직장암 수술은 어렵다?
그렇다. 직장 자체가 좁은 골반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수술 때 시야 확보가 어렵다. 직장 주위에는 전립선, 방광, 자궁, 질 등의 복잡한 장기가 인접해 있다. 최대한 암 조직을 남기지 않고 제거하면서 성기능과 배변 기능 등 중요 조직과 장기의 손상은 최소화해야 한다. 직장암 수술이 까다롭고 정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암을 복강경, 로봇 같은 최소침습수술로 하는 비율은?
한국은 직장암의 70~80%를 복강경·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한다. 전세계적으로 절반 정도의 환자에게만 최소침습수술을 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최소침습수술에 적극적인 편이다. 암만 잘 제거된다면 최소침습수술로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상처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항문 기능 보존에도 유리하다. 의사도 복강경과 로봇의 카메라를 통해 골반 안을 확대해 보면서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수술 술기도 점차 발전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최소침습수술이 개복수술보다 결과가 더 좋은가에 대한 통계적 입증은 아직 안됐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직장암의 대다수를 최소침습수술로 하고 있다.

-복강경과 로봇의 차이는?
복강경보다는 로봇이 좁은 골반에 위치한 직장에 접근하기 편하다. 복강경은 기구가 1자로 돼 있는 반면 로봇은 팔에 관절이 있어 좁은 공간에 들어가기 용이하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비용이 1500만~2000만 원으로 비싸다.(복강경 수술 200만원) 수술 결과 측면에서 로봇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복강경을 더 선호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들도 있다.

복강경·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과거 복부 수술 경험이 있어 복부나 골반 내 조직 유착이 있는 경우다. 종양이 너무 커도 개복을 해야 한다. 복강경·로봇으로 큰 종양을 잘라도 꺼내려면 복부 절개선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방사선·항암 치료를 먼저 해야 할 때도 있다?
초기 직장암의 경우는 바로 수술을 하지만, 2기·3기 진행성 직장암의 경우엔 방사선 혹은 방사선·항암 치료를 먼저 한 다음에 수술을 한다. 직장암은 특히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좋은 편이다. 70~80% 환자가 암이 줄어든다. 암이 줄어들면 수술이 용이해지고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또 재발이나 전이 위험이 줄어든다. 개인적으로 방사선량을 줄여서 치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방사선량을 줄였을 때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방사선량 역시 가능한 줄여 치료하면 직장암 환자의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직장암은 대장의 마지막 15cm 가량에 해당하는 직장에 생긴 암이다./신지호 기자
-직장암 수술은 항문을 보존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어떻게 수술하나? 
우리 병원 대장암센터는 1994년부터 복강경을 이용한 직장암 수술을 적극적으로 해오고 있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로 ‘복강경 경복강 경항문 직장-에스결장절제술 및 결장항문문합술’이라는 복강경 수술을 이용한 항문보존술을 성공, 복강경 술기와 항문 보존술 분야에 있어 국내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복강경 경복강 경항문 직장-에스결장절제술 및 결장항문문합술’은 항문을 통해서 직장을 자르고 빼내는 것이 핵심 술기다.

항문 괄약근을 최대한 살려 항문 기능을 보존하는 ‘괄약근간 절제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항문관 주변엔 장에서 내려온 근육이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이다. 내괄약근 주변으로 외괄약근이 감싸는 형태인데, 암을 절제할 때 내괄약근과 외괄약근 사이로 들어가서 암을 잘라내고 괄약근은 최대한 살린다. 일반적으로 암과의 간격 1cm를 한계치로 여기는데 우리 병원은 5mm의 괄약근만 남아도 성공적으로 항문을 보존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95%의 환자가 항문을 없애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문 절제 수술까지 해야 하는 경우는?
암이 외괄약근 침범했다면 항문을 없애야 한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항문은 대부분 살릴 수 있다. 다만 항문을 살려도 항문이 제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수술 후 배변장애 등 후유증은? 
직장은 변을 저장했다가 배설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문을 보존했다 하더라도 항문괄약근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환자의 60~90%는 수술 후 변실금, 잦은 배변, 급박변 등의 배변장애를 겪는다. 배변장애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다. 장루(직장암 등으로 장을 절제해 정상적인 배변이 불가능한 경우, 복부 표면에 장을 노출시켜 배변을 하도록 구멍을 낸 인공항문)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직장암 수술 후 배변장애, 대표적인 것이 저위전방절제증후군인데, 병명 등록이 안됐으며 장애 등급도 받지 못한다.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직장·항문 검사실에선 무엇을 하나?
직장암 수술 환자는 그 자체로 배변장애 고위험군이다. 수술 후엔 배변 기능 검사를 해서 환자 상태를 평가를 해야 하고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런데 환자 삶과 직결되는 이런 배변장애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우리 병원은 대학병원급에서는 유일하게 대장항문외과에서 관리하는 전문적인 직장-항문 기능 검사실을 갖추고 있다. 직장암 환자의 수술 후 후유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항문괄약근 기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시행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항문괄약근의 압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케겔 운동, 바이오피드백 요법, 약물치료 등을 시행하게 된다.

-바이오피드백 등은 수술 후 배변 기능을 되돌리는데 도움이 되나?
보존적 치료법 중 특히 바이오피드백 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피드백 요법은 직장 내 압력이나 괄약근이 수축·이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생체 신호를 모니터를 통해 육안으로 보면서 환자 스스로 괄약근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일종의 훈련 치료다. 비침습적이며, 부작용이 없고 치료 효과도 높은 편이라 직장암 수술 후 환자들의 변실금 후유증을 줄여주는데 효과가 높다. 얼마 전엔 관련 연구 결과를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보존적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천골신경자극술 등의 수술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직장암 수술 후 식사는 어떻게 하나?
직장을 제거하고 나서 배변 조절 기능이 약해지고 배변이 잦다면 식이조절을 해야 한다. 배변을 덩어리지게 하는 목적으로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과 지사제가 권장된다. 기름기나 조미료가 적은 음식도 장 운동이 증가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항문괄약근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 항문의 자극과 염증을 줄이는 좌욕 등을 하는 것도 좋다.

-직장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배변 활동을 잘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육류 등 단백질에 편중된 식사는 좋지 않다.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와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삼가고 특히 금연은 반드시 해야 한다.

-직장암 환자에게 한 말씀 
직장암 진단받으면 환자들의 걱정이 너무 크다. 암은 둘째치고 일단 항문이 없어질 걱정부터 한다. 직장암은 진행성 암이라도 5년 생존율이 70~80%에 달한다. 수술을 잘 받고 관리 잘하면 병으로부터 해방이 될 수 있다. 변실금, 잦은 배변, 급박변 등 배변기능에 장애가 생겨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식이요법, 약물요법, 바이오피드백 등 재활훈련을 열심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주치의와 툭 터놓고 상의를 하는 것이 좋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계봉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계봉현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이자 대장암센터장이다. 직장암 최소침습수술의 권위자로 복강경과 로봇을 이용한 항문 보존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수술 후 환자들의 배변 기능 등 삶의 질까지 책임지고 관리하기 위해 대학병원급에서는 유일하게 전문적인 직장-항문 기능 검사실을 마련했다. 외과 전문의 고시를 수석합격한 경력이 있다. 2020년 직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단기 방사선요법과 장기 방사선 요법 시행한 후 환자 예후에 대해 살피고 큰 차이는 없다는 결과를 발표해, 대한대장항문학회 최우수 연구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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