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에 떡볶이집…백화점 ‘시장 맛집’ 모시기 팔 걷었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연서시장의 떡볶이 맛집 ‘떡산’은 지난 3월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에 입점했다. 부산식 가마솥 떡볶이로 유명한 가게로, 2021년 11월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 처음 입점한 뒤 월평균 매출 1억원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매출도 지난해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
백화점 업체 간 맛집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서울 연남·성수 등 상권 외에 화제성과 희소성 있는 ‘시장 가게’도 눈여겨보는 중이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와중에도 레트로 트렌드와 함께 20·30대의 영향으로 시장 맛집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유명해지는 사례가 늘어나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망원시장 맛집 ‘서울떡갈비&우이락’은 현재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에 모두 입점해 있다. ‘망원시장 고추 튀김’으로 유명한 가게다.
롯데백화점은 서울떡갈비&우이락을 지난해 10월 동탄점에 이어 올 8월 전주점, 지난달 인천점에 새로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은 목동점·천호점 등에서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강남점에 입점한 이후 입소문을 타 현재 마산점·광주점을 제외한 전 점포에 입점해 있다. 신세계에서만 매달 고추 튀김을 1t가량 판매한다.
부산 깡통시장의 맛집 ‘이가네 떡볶이’는 올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오픈했다. 2020년 첫 입점 이후 꾸준히 점포를 확대해 현재 신세계에서 5개 점을 운영 중이다. 부산 지역 명물 떡볶이를 백화점 푸드코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에는 도넛과 빈대떡 같은 시장 맛집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맛집은 지역 주민이나 그 지역에 여행 간 관광객들이 즐기는 ‘로컬 맛집’이지만, 백화점에 입점하면 더 많은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화제성 있는 로컬 맛집을 찾는 고객 수요를 맞출 수 있고, 시장 브랜드 입장에서는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일 기회다.
이색 데이트 코스를 찾는 MZ세대들에게 전통시장 맛집들이 인기를 얻게 됨에 따라 백화점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SNS에서 유명해진 망원시장·신당시장 등의 유명 가게를 찾아 입점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핫플’로 떠오른 시장 가게들은 자체 가맹 사업도 추진하는 등 유통망을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다.
지난 8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빵지순례’(빵+성지순례) 장소로 유명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오픈하자 수백 명이 줄을 서는 등 백화점 내 맛집의 모객 효과는 검증됐다. 양현모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빠르게 변하는 식음료(F&B) 트렌드를 반영해 바이어들이 매일 전국 곳곳의 새로운 맛집을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원 갤러리아백화점 바이어는 “최근에는 전통시장과 일반 로드숍의 구분 없이 SNS에서 화제성, 브랜드 희소성을 고려해 입점하는 게 트렌드”라며 “백화점이 성장 가능성 있는 브랜드들의 징검다리가 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맛집을 백화점으로 들여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고객을 만족시킬 만한 높은 수준의 위생과 서비스 관리를 갖춰야 해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바이어들이 많은 시장 맛집을 접촉하지만, 최종 입점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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