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은 언제 써야 할까요

이준만 2023. 10. 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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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만 기자]

삼십 년 넘게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 퇴직했다. 돌이켜보면, 교직생활 구비구비마다 회한이 쌓여 있다. 후회스러운 점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번번이 대학 입시라는 턱에 걸려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수행평가 등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맞춤법이 엉망인 글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사이시옷'에 관해서는, 맞춤법에 맞게 쓴 글을 찾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럴 수밖에. 가르친 적이 없으니 말이다.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퇴직한 데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담아, 언제 '사이시옷'을 써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사이시옷'을 언제 써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었다. 제대로 가르친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이준만
 
한글맞춤법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원칙'으로 한다고 했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소리 나는 대로 적기 때문에 우리말을 글로 나타내는 데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그래서 영어 사용권에서는 종종 실시하는 철자법 대회가 우리나라에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지는 않기에 한글맞춤법에 딱 들어맞게 글을 쓰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를 돌이켜 보면, 학생들이 한글맞춤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중 하나가 '사이시옷' 받쳐 적기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이시옷'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한글맞춤법에서,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쓰는 'ㅅ'의 이름.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따위에 받치어 적는다, '아랫방', '아랫니', '나뭇잎' 따위가 있다. 
 

좀 알기 쉽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우선 기억하면 좋을 점은, 여러 가지 조건들을 충족할 때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는 사실이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 순서에 따라 조건들을 살펴보자.

맨 처음 나오는 조건은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이다. 여기에서는 '합성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게 관건이 될 성싶다.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머리만 아플 테니, 그냥 '두 낱말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 정도로 이해하자. '아랫방'은 '아래'와 '방'이라는 두 낱말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므로, '합성어'이다. 반면 '나비'는 '나'와 '비'라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 아니므로, 합성어가 아니다.

두 번째 조건은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이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앞말에 받침이 없는 경우이니 말이다. '아랫방'과 '나뭇잎'에서 앞말을 이루고 있는 '아래'와 '나무'에 받침이 없다. 다시 말해 앞말이 모음으로 끝났다.

세 번째 조건은 세 가지 경우로 나뉜다. 그 첫째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이다. 된소리는 한자말로 경음(硬音)이라고 하는데 'ㄲ', 'ㄸ', 'ㅃ', 'ㅆ', 'ㅉ' 따위의 소리를 일컫는 말이다. 둘째는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이고, 셋째는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이다. 둘째와 셋째 경우를 굳이 구분해서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는 없던 'ㄴ' 소리가 한 번 또는 두 번 새로 생겨나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 다시 말해 세 가지 조건 중 그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지 말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살펴보자.

     (가) 치과 vs 칫솔
     (나) 머리말 vs 머릿돌
     (다) 나루터 vs 나룻배
     (라) 해님 vs 햇빛
     (마) 전세방 vs 전셋집

(가) ~ (라) 모두 한글맞춤법에 딱 들어맞는 표기이다. 어떤 경우는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표기가 맞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잘 적용해 보면 '아하,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가) '치과'는 '치(齒)'와 '과(科)' 모두 한자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지 않는다. 소리가 [치꽈]로 나더라도 말이다. '칫솔'은 '한자어+순우리말' 합성어이고 소리가 [치쏠]로 나므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어야 한다. 

(나) '머리말'과 '머릿돌' 모두 '순우리말+순우리말' 합성어이다. 그런데 '머리말'은 [머린말]이 아니라 [머리말]이라고 소리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지 않는다. '머릿돌'은 [머리똘/머릳똘]이라고 소리 나므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어야 옳은 표기이다.

(다) '나루터'와 '나룻배' 모두 '순우리말+순우리말' 합성어이다. 그런데 '나루터'는 [나루터]라고 소리 나므로 위에서 살펴본 세 번째 조건의 어떤 경우도 충족하지 못한다.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지 말아야 한다. 반면 '나룻배'는 [나루뻬/나룯빼]라고 소리 나므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어야 한다.

(라) '해님'은 우선 합성어가 아니다. 파생어이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인 경우에만 받치어 적기로 했으므로 '해님'을 '햇님'이라고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으면 맞춤법에 어긋나게 된다. 단어를 이루는 두 낱말 모두 각각 문장 내에서 홀로 쓰일 수 있으면 합성어, 그렇지 않으면 파생어이다.

'햇빛'의 '해'와 '빛'은 각각 문장 내에서 홀로 쓰일 수 있지만, '해님'의 '님'은 문장 내에서 홀로 쓰이지 못한다. '해님'의 '님'은 '앞말에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 것으로 문장 내에서 홀로 쓰일 수 없다.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 '님'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님'의 '님'과는 완전히 다른 단어이다. 요즈음의 규범 표기는 '임'이다.

(마) '전세방'은 '전세(傳貰)'와 '방(房)'이 합쳐진 말로, '한자어+한자어' 합성어이다. 그래서 [전세빵/전섿빵]이라고 소리 나도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지 않는다. '전셋집'은 '한자어+순우리말' 합성어이고 [전세찝/전섿찝]이라고 소리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고, 적지 않는지 어느 정도 이해되었을 듯하다.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한자어+한자어' 합성어인데 예외적으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경우가 딱 여섯 개 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찻간'은 '기차나 버스 따위에서 사람이 타는 칸'을 일컫는 말이고, '툇간'은 '안둘렛간 밖에다가 딴 기둥을 세워 만든 칸살'을 일컫는 말인데, 요즈음 그리 많이 쓰이는 낱말이 아니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터이다. '곳간', '셋방', '숫자', '횟수' 네 개만 잘 기억하자.

끝으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어야 하는 낱말들 몇 개를 나열해 보겠다. 약간 생소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잘 눈여겨보기 바란다. 이렇게 써야 하니까 말이다.

장맛비 감잣국 북엇국 만둣국 등굣길 하굣길 최댓값 최솟값 저잣거리 막냇동생 솟과 고양잇과

이 중 가장 어색한 낱말은 '솟과', '고양잇과'일 것이다. '솟과'는 '영양, 소, 들소, 물소, 염소, 양' 따위의 동물을 통틀어 가리킬 때 '솟과 동물'처럼 쓸 수 있는 말이고, '고양잇과'는 '살쾡이, 스라소니, 호랑이, 표범' 따위의 동물을 통틀어 가리킬 때 '고양잇과 동물'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요즈음을 1인 미디어 시대라 불러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터이다. 개인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매우 커졌다. 글의 내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지만 맞춤법까지 신경써서 글을 쓴다면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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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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