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무인도에 영빈관 짓자"…충북 땅인데 주소는 대전, 운명은

최종권 2023. 10.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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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대전 동구와 충북 옥천 경계인 식장산 정상서 바라본 대청호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김영환, 대청호 ’무인도‘에 영빈관 제안


김영환 충북지사가 대청호 안 무인도에 영빈관(迎賓館) 건립 구상을 내놓으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 앞에 있는 큰섬을 충북 레이크파크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 20여년 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청남대 앞 큰섬과 작은섬을 레이크파크와 연계한 대표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며 “이곳에 영빈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대청호 큰 섬과 작은 섬 개발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와 예술가를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할 계획이다. 영빈관 외에도 어린이 박물관을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청남대 앞 큰섬은 청남대 초가정에서 430m 정도 떨어진 섬이다. 면적은 70만9423㎡에 달한다. 춘천 남이섬(46만㎡) 보다 1.5배 정도 크다. 큰섬 옆에는 17만2757㎡ 크기 작은섬이 있다. 둘 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무인도다.

대청호 무인도 2곳은 충북 땅이지만, 행정구역은 대전시 대덕구다. 신재민 기자


남이섬 1.5배 대청호 큰섬…20년 방치


섬 소유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가, 2003년 청남대 개방으로 상당 부분 충북도로 넘어왔다. 홍수위 때 물에 잠기는 섬 테두리 땅 일부가 국유지와 사유지로 구성돼 있다. 청남대 안 골프장 부지와 초가정에 서면 무인도 2개를 볼 수 있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큰섬과 작은섬은 청남대가 대통령별장으로 쓰이던 시절 내부 보안을 위해 통제됐던 곳”이라며 “섬에 아무 시설이 없다 보니 청남대 개방 이후 20년간 방치된 상태”라고 말했다.

충북도가 무인도 개발 구상을 발표했지만, 겹겹이 쌓인 환경규제는 난관이다. 섬이 있는 자리는 수도법상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건물을 짓는 등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 지역이자, 국토계획법상 자연환경보존지역으로 묶여있다.

건물을 지으려면 섬을 연결하는 가교 설치나 수목 제거, 굴착 등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무인도에 잠을 자는 공간을 꾸미려면 최소한의 취사 시설이나 수도관, 폐수 처리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정우용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장은 “상수원관리규칙상 숙박업이나 음식점·관광시설· 육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건설은 현재 법상 만들기 어렵다”며 “공공목적으로 설치가 불가피한 건축물이나 문화재 복원 목적으로 지은 시설은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26일 대청호 무인도 개발 구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환경규제에 대전시 협의, 환경단체 반발 난관


대청호 무인도는 충북 땅이지만, 행정구역은 대전시(대덕구 황호동)에 속한다. 개발행위 관련 인허가는 대전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대덕구 관계자는 “아직 충북도로부터 무인도 개발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큰섬과 작은섬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협의할 예정”이라며 “환경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교육원이나 박물관·미술관·도서관 건립 등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무인도 활용을 반대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일 성명에서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를 오염시키는 무인도 개발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영환 지사는 환경부 규제 검토나, 대전시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인도 개발을 제안했다”며 “대청호 섬 개발 외에도 김 지사가 추진하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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