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금빛과녁 뒤에는 代 잇는 현대차 양궁 지원
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 39년 후원
국내 단일종목 체육단체 후원 중 최장 기간
과학기자재·체계적 훈련·육성체계 등 도입
우리 양궁 국가대표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땄다. 양궁 대표팀이 거둔 성과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땀 흘린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39년간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후원도 적잖이 기여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1997년까지 협회장을 네 차례 연임했다. 정 명예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재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현대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는 개최지 맞춤형 훈련을 비롯해 첨단 기술기반 훈련 장비 개발, 대회 기간 선수단 컨디션 관리 등 전폭적으로 후원했다. 정의선 회장은 항저우 대회 경기장에 직접 들러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으로 리커브 종목 개인전 시상도 직접 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경기장에서 3㎞ 정도 떨어진 호텔에 전용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선수가 경기 전후 충분히 쉬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휴게공간에서 물리치료, 샤워를 했고 다양한 간식과 음료를 구비해뒀다. 현지 한식당과 계약을 맺어 경기 기간 선수들이 점심으로 한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대회 준비도 살뜰히 했다. 국가 대표 선수들이 모이는 진천선수촌에 항저우 양궁 경기장을 그대로 본뜬 경기환경을 조성, 실전 적응훈련을 도왔다. 선수들이 올해 상반기 열린 국제대회에서의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8월 열린 정몽구배 양궁대회를 최대 규모로 열기도 했다.
여기에 회사 차원에서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을 비롯해 점수 자동기록 장치,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개발해 과학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3D프린터로 선수 손에 최적화한 맞춤형 그립을 만들기도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4년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 사장 시절 양궁과 연이 닿았다. 당시 LA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걸 지켜보면서 양궁을 육성하기로 했다. 스포츠 과학 기자재를 도입하거나 연구개발을 독려한 체육단체는 당시 양궁협회가 처음이었다. 전 세계 양궁인이 한국산 장비를 선호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선수 연습량·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당시 개발됐다.
관중이 가득한 야구장에서 활쏘기 연습을 시작한 것도 정 명예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한국 양궁이 각종 대회를 독식하자 세계양궁협회는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했다. 정 명예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끄러운 곳을 찾아 훈련해보길 제안했다. 사물놀이 장소나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훈련하던 게 야구장까지 이어졌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협회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꿈나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비롯해 저변 확대, 지도자·심판 자질 향상, 양궁을 통한 스포츠 외교력 등 다방면으로 살폈다.
통상 체육단체 안팎으로 잡음이 불거지는 것과 달리 원칙을 중심으로 한 협회 운영이 눈길을 끈다. 양궁협회는 지연·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 없다. 선수 발탁을 둘러싸고 부조리한 일이 생기는 일이 자주 있는데 양궁협회는 그렇지 않다. 명성이나 과거 성적보다 현재 성적이 가장 중요한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다. 이번 항저우 대회 역시 1년 연기되자 선발전을 다시 치렀다. 지난해 선발된 선수가 있지만 원칙에 따라 올해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가 나가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소년부터 국가대표까지 연령대별로 나눠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했다. 국제대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영어교육도 무료로 하고 국제심판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세미나 참가도 지원한다.
선수들이 최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도 신경 쓴다. 2016년 브라질 리우 대회 때 경기장 인근에 휴게실과 물리치료실, 샤워실을 갖춘 트레일러를 마련한 것을 비롯해 이동 시 안전을 위해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년간 女 5명과 결혼·동거…"드라마도 이렇게 못 써" - 아시아경제
- 김종국, 조나단에 "축의금 얼마 하지도 않고 겁나 먹더라" 조롱 논란 - 아시아경제
- "내가 밤일한다니 억장 무너져"…'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가짜뉴스에 분노 - 아시아경제
- "아이에게 아침식사로 ‘이것’ 주면 큰일"…암 발병 위험 높여 - 아시아경제
- 빅뱅 대성 '유흥업소 논란' 빌딩, 654억 '대박' 터졌다 - 아시아경제
- "이걸 엉덩이에 넣는다고?"…매달 '이것 정액 주사'에 1800만원 쓴다는 브라질 모델 - 아시아경제
- 4억 들인 헬스장 '전세사기'…양치승 "보증금 한 푼 못 받았는데 무혐의" 격분 - 아시아경제
- "'깨'인 줄 알고 먹었는데, 충격"…닭한마리 국물에 벌레 '둥둥' - 아시아경제
- 얼굴은 홀쭉한데 남산만한 배…비만인 줄 알았는데 50㎝ 거대 악성종양 - 아시아경제
- 스타벅스 아니었네…출근길 필수템 '아메리카노' 가장 비싼 곳 어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