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머니 느낌 물씬! 뉴트럴톤 하우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봄, 사이먼 허크(Simon Huck)와 필 리포텔라(Phil Riportella)는 갑작스럽게 이사를 결정했다. 재택 근무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탓이었다. 위트 넘치는 성격의 허크는 카다시언 PR 담당자로 이름을 알린 마케팅 전문가이며, 그의 파트너 리포텔라는 향수 캔들 브랜드 스니프(Snif) 공동 창립자다.
“필이 줌으로 회의하는 목소리 때문에 집을 옮겼어요.”리포텔라는 허크의 말을 ‘쿨’하게 인정했다. “제가 좀 시끄러운 편이긴 해요.” 둘은 서로의 업무가 방해받지 않도록 넓은 공간과 문으로 분리된 방을 원했다. 앱으로 소호, 트라이베카, 어퍼 이스트 사이드, 첼시 등 맨해튼 지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답은 가까운 데 있었다. 그들은 이미 살고 있던 그리니치 빌리지 건물 1층을 고치기로 결정했다. 약 230m²의 넉넉한 공간과 세 개의 침실, 집을 둘러싼 테라스까지. 1층 복층 집에는 두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이 마련돼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10년 전 쿡폭스 아키텍츠(Cookfox Architects)가 리뉴얼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상을 받은 곳으로, 타운 하우스의 프라이빗하고 널찍한 공간감과 헬스장, 수영장, 도어맨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레너베이션은 미셸 R 스미스(Michelle R. Smith)가 맡았다. 그는 〈엘르 데코〉 A 리스트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부부의 예전 아파트, 몬탁과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집 두 채, 허크의 사무실, 허크 동생의 토론토 집을 디자인한 바 있다.
“미셸은 사실상 저희 상관이나 다름없죠(웃음). 집을 보더니 어떻게 해야 할지 단번에 알겠다고 했어요.”스미스는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터치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기존 구조를 유지하되 실용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변화를 끌어냈다. 바닥부터 오피스 공간의 개방형 선반, TV를 숨긴 거실 벽까지 블론드 오크로 마감해 시각적 통일감을 주고, 드레스 룸에는 매디슨 애버뉴 부티크의 축소판 격으로 ‘워크인 클로짓’을 마련했다.
“집이 정교하게 재단된 로로피아나 코트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크림이나 화이트 같은 캐시미어 컬러가 오크와 잘 어울리죠.”풍부한 질감의 가구는 목재와 대조를 이룬다. 거실에는 포근한 느낌의 오트밀색 모헤어 소파와 거울이 더해진 칵테일 테이블을, 다이닝 룸 한편에는 초록색 벨벳 세티와 대리석 상판의 사이드 테이블을 뒀다.
뉴트럴 톤이 주를 이루지만 〈리얼 하우스와이브스(The Real Housewives)〉의 열성 팬인 부부의 취향이 묻어나는 드라마틱한 요소도 있다. 계단부터 허크의 사무실, 메인 침실까지 이어지는 이브 클랭(Yves Klein) 블루 컬러를 담은 러그가 그것. 허크가 친구 집에서 같은 색상의 러너를 보고 스미스에게 제안한 것인데, 스미스는 이 아이디어를 한층 과감하게 끌어올렸다.
공간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하는 미술품은 컬러플하고 추상적인 느낌을 염두에 두고 부부가 선별해 완성한 컬렉션이다. 주방 역시 예사롭지 않은데, 대담한 흑백 결이 살아 있는 대리석을 싱크대뿐 아니라 개방형 선반에도 사용했다. 클래식한 서브웨이 타일로 마감한 벽과 천장, 빈티지 스토브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 허크와 리포텔라에게 집을 둘러싼 테라스는 그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홈 파티가 열리면 다이닝 룸의 황동 테이블은 음식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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