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보고서]나 자신이 궁금해…생기부 조회에 유전자 검사까지

허미담 2023. 10. 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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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생기부' 관련글 유행
스타일 컨설팅·유전자 검사도 인기
'셀프 분석' 트렌드와 연관 분석도

"남을 배려하는 성품을 지닌 학생으로서 창의적인 사고를 하며 글짓기에 대한 관심과 재능이 돋보임. 수업 시간에도 교과담임의 수업을 적극적으로 들어 긍정적인 학급 분위기를 이끎.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학생임."

4년 차 직장인 김모씨(28)는 최근 자신의 학창 시절이 궁금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조회했다. 김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자존감이 낮아졌는데, 생기부에 적혀 있는 좋은 평가들을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다 됐는데 어릴 적 성격과 지금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담임 선생님이 나의 학창 시절을 세세하게 기록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몇 년간 성격 유형 검사(MBTI)가 인기를 끈 가운데 최근에는 '생기부 인증' 열풍이 불고 있다. 담임 선생님이 성격 특징이나 행동 특성에 대한 의견을 써놓은 부분을 찍어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식이다. 이는 자신의 성향이나 특성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젊은 세대의 특성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기부 보고 내 장점 깨달아"…인스타그램에 잇단 인증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정부24와 무인 민원창구 등을 통해 발급된 학생부는 148만38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만6182건)에 비해 3.2배 늘었다.

생기부에는 성적을 비롯해 출결 사항, 수상 경력 등 다양한 항목이 기록돼 있다. 이중 젊은층이 주목하는 부분은 담임교사가 기술한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항목이다. 예컨대 '재치가 있는 학생으로 급우들과 잘 어울리는 성실한 학생임' 등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이 기재돼 있으며, 담임 선생님의 눈에 비친 학생의 학창 시절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생기부 열풍은 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생활기록부'와 '생기부'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각각 1만1000여개, 1만6000여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문학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생기부를 보니 잊고 지냈던 학창 시절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도 몰랐던 내 장점을 발굴해준 생기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셀프 분석'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젊은층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표현해내려는 욕구가 강하다. 즉, 자신의 가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젊은층에게 생기부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 셈이다.

'셀프 분석' 위해 과감히 투자하기도

서울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화장품을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또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 체형·헤어 컨설팅 등 유료 서비스에 적극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신과 어울리는 색을 찾아주는 퍼스널컬러 검사가 유행이었으나, 최근 스타일 컨설팅에서의 종류가 더욱 세세해지고 다양해졌다.

5만원이 넘는 비용을 주고 메이크업 컨설팅을 받았다는 직장인 이모씨(28)는 "화장을 아예 못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컨설팅을 받고 나서 얼굴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게 됐다"며 "화장할 때도 단점은 가리고 장점을 살리게 돼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학내일'의 뉴스레터 '캐릿'이 지난 8월 Z세대 1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셀프 분석 관련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자는 91.3%를 차지했다. 그중 유료 서비스를 직접 결제하여 이용했다는 응답자도 44.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도 인기…다양해진 '셀프 분석'

이외에도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유전자 검사는 집으로 배송된 검사 키트에 타액을 담은 후 검사기관으로 보내면 끝난다. 간단한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유전적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어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의 경우, 2021년 10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매일 무료 선착순 신청이 빠르게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 8월까지 약 25만 명이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또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이 지난 6월 출시한 DTC 유전자 검사 플랫폼 '젠톡'은 2개월 만에 누적 방문 100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젠톡 관계자는 "주 고객층은 20~30대"라며 "2030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탈모 관리 패키지이고, 수면 건강 패키지, 운동 관리 패키지가 그다음"이라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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