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노화 방지 기술 비즈니스에 대한 단상

2023. 10. 5.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안 외모’는 아주 오래전부터 관심 주제였다. 고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는 매끈하고 젊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우유 목욕을 했다고 알려져있다. ‘방부제 미모’란 별명의 박소현은 적게 먹고 꾸준히 스트레칭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딸과 자매처럼 보이는 엄마, 최소 15살 이상 어려보이는 아저씨 등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거나 또래보다 신체 역량이 뛰어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출연해 그 비법을 알려주는 TV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어왔다. 이때 보통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나 꾸준한 운동, 특수 팩을 활용한 피부 관리 등의 생활 습관 노하우를 공개하곤 했다. 이제 첨단 과학기술이 등장했다. 올해 초, 미국 억만장자의 회춘 노력은 놀라웠다. 죽을둥살둥 일에 매진해서 돈을 왕창 벌고 난 후, 그 돈으로 다시 젊음을 산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매년 200만달러(약 25억원)를 투자해 현재 40대 중반이지만, 18세 젊은 날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30명의 의료진과 철저한 관리 속에 수십가지 영양제,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화제의 인물인 그는 회춘 관련 컨퍼런스에도 참여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신의 실험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 투자와 노력의 결과로 인해 그는 전체적으로 생물학적 나이가 5살 젊어졌다고 밝혔다.

회춘(回春)은 글자 그대로 ‘봄이 다시 돌아옴’이란 뜻이다. ‘도로 젊어짐’이라는 말로도 쓰인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고령화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보니, 전세계 회춘 비즈니스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늙은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생명공학 기술, 새로운 장기를 이식하는 기술, 건강 식음료 기술 등 글로벌 장수 연구 투자비는 7조원에 가깝고, 산업 전체 크기는 그 100배가 넘는다고 한다. 빅테크 기업, 억만장자가 떠받치는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인의 투자가 활발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항노화 바이오 기업인 ‘앨토스 랩스’에 다른 투자자와 공동으로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장기와 세포의 생체 시계를 되돌리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또,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노화 방지와 관련된 미국 대학 및 스타트업에 ‘헤볼루션 재단’을 통해 매년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앨리슨 역시 노화 방지를 연구하는 과학자 등에 4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샘 올트먼 ‘챗 GPT’ 개발자나 빌 게이츠도 바이오 사이언스 관련 분야에 큰돈을 투자 중이다.

일본은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 박사의 유도 줄기세포 연구가 유명하다. 불치병 환자를 치료하고자 주로 쥐를 통해 실험했던 망막 세포 연구에서 출발했다. iPS(유도 줄기세포) 세포 분화는 노화된 세포를 되돌리고자 하기 때문에 고령화나 퇴행성 질환과 연결된다. 파킨슨병, 혈액, 연골 등 응용 치료의 범위로 넓혀가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에도 차병원의 안티에이징 연구소가 있다. 난치병과 노화를 풀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제대혈을 비롯한 갖가지 세포를 보관하자는 바이오 뱅크를 주장한다. 면역 관리를 하는 것처럼, 골수나 헌혈처럼 일반화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노령층의 질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이 외에도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편집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가위 연구, 인공 관절 대신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연골 실험, 혈액 속의 단백질 ‘GDF11’ 연구 등 다채로운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미국 스타트업 ‘암브로시아’는 지난 2018년 16~25세 젊은 청년들의 혈액을 받아서 35세 이상 신청자들에게 수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회당 100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나 2019년 FDA(식품의약국)은 혈장 수혈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체 거부 반응이나 감염 등 치명적인 위험을 경고했다. 또 정확한 연관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수혈자 중 사망자도 나와 이 사업은 중단됐다. 서두의 백만장자 브라이언 존슨 역시 17세 아들의 피를 뽑아 수혈받는 실험을 했다. ‘혈장 교환(plasma exchange)’이라는 이 시술을 6회 진행하고, 실제 효과가 없다며 중단하기도 했다. 억만장자 중에서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회춘 비즈니스에 회의적이다.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돈을 쏟아붓지만, “사람들이 너무 오래 살거나 죽지 않으면, 낡은 생각에 갇히게 되고 사회는 진보하지 못한다”고 했다. 신비의 ‘불로초’를 찾아 헤맨 중국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해 애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꿈꾸던 영원한 삶 대신 잘못된 복용 습관으로 인한 수은 중독으로 BC 210년 5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게 살기 위한 노력과 기술의 발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나이보다 건강하고 젊어보이는 것이 나쁠 일은 아니다. 다만, 회춘 트렌드가 신체적 노화를 극복하는 데서 나아가 젊은 세대에게 정신적으로 더 좋은 본보기로써 용기와 자신감, 배려 등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나이 들수록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조화가 아닐까?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