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빛낸 송강호·주윤발…내홍 딛고 닻 올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28th BIFF]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 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영화제 내홍과 참석하기로 했던 배우들의 연이은 불참으로 인해 위기 속 출발을 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문을 열었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에 이르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위기가 있었다. 지난 5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이후 영화제 직원 성폭력 의혹에까지 휩싸이며 '영화제가 열릴 수 있냐'라는 의문의 시선들이 이어졌던 것. 이후 이용관 이사장까지 물러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현재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영화제를 이끌고 있다.
이렇듯 어렵게 문을 연 부국제지만, 관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올해도 영화의 전당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배우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축제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국내외 스타들도 레드카펫을 밟으며 분위기를 달궜다. 올해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배우 주윤발을 비롯해 판빙빙, 송중기, 한효주, 임수정, 정수정, 전종서, 김지훈, 이충현 감독, 오정세, 이준혁, 유연석, 이성민, 이정은, 홍석천,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국내외 스타들이 참석해 영화제를 빛냈다. 호스트로 나서 손님을 맞은 송강호는 주윤발과 밝게 웃으며 포옹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레드카펫 행사 이후 박형준 부산시장의 개막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그는 "영화인 여러분, 그리고 영화 팬 여러분 반갑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오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특히 오늘 개막식의 호스트를 맡아 주신 송강호 배우님께 감사드린다"라며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역대 가장 풍성한 영화제로 만들어 주신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부산하면 요즘은 바다와 영화를 떠올린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의 도시가 되도록 이끌어 주신 팬들과 영화인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영화는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풍성한 영화제를 통해 삶의 굴곡과 찬란함을 함께 느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당초 이제훈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그가 허혈성 대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게 돼 불참하면서 단독 진행을 맡게 된 박은빈은 떨리는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안정적인 진행을 선보였다. "10월인데도 이곳 부산은 열기로 가득하다. 첫 단독 사회를 맡게 돼 떨리지만 이제훈의 응원과 여러분들의 뜨거운 에너지를 받아 힘차게 진행을 해 보겠다"라고 긴장감을 드러낸 박은빈은 이후 안정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고(故) 윤정희는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이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씨에게 상을 전달했다. 이 감독이 "윤정희 선생님은 수많은 별 중 가장 아름다운 별이었다. 10대 때부터 내 마음의 별이었던 윤정희 선생님과 영화 '시'를 찍었던 것은 참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윤정희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영화공로상이라는 영광스러운 상을 백진희 씨에게 드리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님께서 엄마를 얼마나 지극히 돌봤는지, 또 하지 않아도 될 마음고생을 겪은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 영광스러운 상이 따님에게는 위로가 되고,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신 윤정희 선생님께도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진희 씨는 "이 감명 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가 어렸을 때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부모님과 함께 영화제 탄생을 축하하며 행복해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여러분들은 윤정희를 사랑해 주셨다. 어머니는 매일의 생활 속에서도 환상 세계와 현실의 만남을 겪으셨다. 마치 '시'의 미자처럼요. 지난 십여 년은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영화 '시'와 여러분의 이런 애정이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은 "1973년 배우를 시작했는데, 올해 딱 50년이 됐다. 50년은 확실히 긴 세월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면서 "홍콩 영화계에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싶다. 제가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해 주셨다. 앞만 보고 연기에 집중을 할 수 있게 해 준 아내에게도 감사하다. 의미 깊은 상을 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감사하다. 긴 시간 응원을 해 준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역가와 함께 무대 위에서 즉석 셀카를 찍으며 영화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막식 이후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가 상영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고아성도 부산을 찾아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었으나, 천추골 골절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부터 13일까지 열흘 간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269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폐막작은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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