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 세균에 병원균이 많은 5가지 이유 [건강의 시작, 입속 세균관리부터 시작하세요.]

헬스조선 편집팀 2023. 10. 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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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선 새벽 양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벽 양치의 목적은 밤새 입 속에 증식한 세균들을 씻어내는 것이다. 밤새 증식한 입 속 세균들은 양이 많을 뿐 아니라, 우리 몸에 독성을 주는 유해균일 가능성 또한 높다. 실제 많은 의과학 문헌에서 구강 세균이 몸의 다른 부위에 비해 병원균이 많은 것을 우려하고 있다.(Kitamoto, Nagao-Kitamoto et al. 2020)

입 속 세균에 병원균이 많은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첫째, 입 속 세균들은 ‘위산(gastric acid)’이라는 우리 몸 한 가운데 검색 장치를 거치지 않았다. 과거엔 위산이 소화 효소인 펩신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역할도 있다. 그러나 위산이 소화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진화적으로 굳이 우리 몸을 녹일 만큼 강한 염산을 가슴 한 가운데 품진 않았을 것이다. 유전자를 통해 미생물을 분석하는 21세기 마이크로바이옴 혁명은 위산의 ‘살균 기능’을 오히려 더 강조한다. 어마어마한 양과 종류의 미생물이 공기, 음식물 곳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미생물들과 우리 몸이 공존하는 방법이 주요 관심사가 됐다. 동시에 위산이 음식, 공기 등에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미생물을 살균·검색하는 장치라는 사실도 새롭게 주목하게 됐다.

다양한 세균들은 역할 또한 다양하다. 김치에도 좋은 유산균만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구강을 통해 김치와 함께 들어온 김치 속 여러 세균은 위산에 의해 한 번 걸러진 뒤 소장·대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장 속으로 향하는 장내 세균들은 상대적으로 유해균보다 공존세균들이 많다. 이들은 장 환경을 개선할 뿐 아니라, 병원균과 경쟁하고 면역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구강 세균은 아직 위산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양이 많고 종류 역시 774종에 달한다. 위산이라는 검색 장치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몸과 공존·공진화 여부도 판별되지 않은 상태며, 상대적으로 장내세균보다 유해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많은 연구들이 구강유해균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 암, 치매 등 중대 질환의 위험요소로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Loughman, Adler et al. 2023) 병원에서도 늘 입 속 세균관리를 건강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장 건강, 구강 건강의 핵심은 구강 세균관리다.

두 번째 이유는 ‘치주 포켓(periodontal pocket)’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숙변보다 더 오래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치주 포켓이다. 이와 잇몸 사이에는 작은 홈으로, 보통 어린 시절 이가 잇몸을 뚫고 나오면서 만들어진다. 육안으로 볼 땐 작지만, 미생물 입장에서는 서식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다. 홈이 깊어지면 안쪽 산소가 희박해져 혐기성 세균을 포함하고 더 다양하고 유해한 세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한 60대 남성이 치아를 뽑게 된 이유는 뿌리 끝까지 파고든 치석 플라크 때문이다. 처음 치주 포켓에 끼였던 하얀 치석 플라크가 잘 안 닦여 쌓이면 시간이 지나 누런 치석이 된다. 치석 플라크 세균에 의해 발생한 염증은 점점 잇몸 뼈를 녹이고, 치주 포켓 또한 더 깊어지게 한다. 결국 세균들이 치아 뿌리 끝까지 파고든다. 위 사진 속 치아의 주인공이 60대라면 10대 때 치아가 구강으로 나온 후 50년가량 세균 덩어리가 묵은 셈이다. 숙변보다 훨씬 오래된 세균덩어리가 치주 포켓 안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뿌리 끝에 붙어 있는 세균덩어리가 잇몸병, 치주염만 유발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수많은 문헌들이 혈관을 막는 플라크를 떼보면 그 속에서 구강 세균이 발견된다고 보고한다. 양치하다가 잇몸에서 피가 나면 세균들이 열린 혈관을 뚫고 심혈관으로 들어가고, 이를 장 누수와 같은 ‘잇몸 누수’ 현상으로 본다.(Park, Park et al. 2022) 숙변을 걱정한다면, 치주 포켓 속 묵은 플라크 역시 더 걱정해야 한다. 건강의 시작은 입 속 세균관리다.

<우리 피부와 점막의 산성도>

세 번째는 타액의 ‘산도(acid)’와 관련돼 있다. 세균 증식에 산(acid)은 중요한 변수다. 실험실에서도 세균을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하려 할 때 산에 견디는 내산성(acid tolerance)을 시험한다. 이는 위산이 몸 한 가운데, 소화관 중턱에 버티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와 점막은 대부분 산성이다. 여성 질 점막의 경우 위산 다음으로 산성이 강해 PH4 정도다. 질은 곰팡이 등이 서식하기 쉬운 공간으로, 산성 환경이 스스로를 보호하려 한다. 특히 질에는 내산성이 강한 유산균이 90% 정도로 산성 환경이 이뤄져 다른 유해균들을 억제한다. 이밖에 피부, 땀, 소장 대장 등도 모두 산성이다.

반면 구강은 중성에 가깝다. 타액의 산도가 PH7 정도로 중성인 구강은 검색 능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세균이 살 수 있고 유해균들도 많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호흡기 세균은 구강으로부터 들어온다. 구강과 코가 합쳐지는 구강 인두 부위에는 세균의 양이 가장 많다.>

네 번째 이유는 구강이 우리 몸에서 미생물의 입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전세계 대부분 의과학자들은 건강한 사람의 폐를 ‘무균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의학미생물학 교과서에도 그렇게 실렸다. 그러나 21세기 미생물학에서는 구강과 대장보다 세균의 양이나 밀도는 떨어지지만 건강한 사람의 폐에도 세균이 정상적으로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세균은 어디로 들어올까? 정답은 구강이다. 숨 쉬는 동안 타액이 미세하게 흡인되면 구강 내 세균이 폐까지 빨려 들어간다.(Segal, Clemente et al. 2016) 공기나 점액·타액이 폐로 들어가는 길목인 목 뒤쪽 인두 부위에서도 코와 구강이 합해지는 구강인두에 세균이 가장 많다. 코의 세균은 피부 세균이 옮겨온 것인데, 그 밀도가 낮다가 구강에서 오는 입 속 세균이 합류하면서 전체 세균 군집 모양이 구강 세균과 비슷해지고 양도 대폭 늘어난다. 이 세균들 역시 미세흡인을 통해 폐로 유입된다. 구강은 음식과 공기의 입구일 뿐 아니라, 우리 몸 전체로 들어오는 미생물의 입구기도 하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유해균들이 처음 입장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는 평소 사용하는 구강 위생제품들에 있다. 우리는 하루 세 번 칫솔질을 한다. 거품 가득한 화학적 계면활성제 치약을 사용하고, 알코올이 함유된 가글로 수시로 입안을 씻어내기도 한다. 세상 모든 동물 중 입안을 이렇게 닦아내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다만 필자가 보기엔 이 위생 활동이 다소 과하다.

화학적 계면활성제나 알코올 가글은 모두 세균을 박멸하려 한다. 흡사 항생제와 역할이 비슷하다. 입속세균이 하루 세 번 또는 수시로 항생제에 노출된다고 생각해보면, 항생제 내성, 항생제 저항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강한 항균물질에 자주 노출된 입 속 세균은 스스로 강하게 진화할 것이다. 강한 유전자를 나눈 세균들은 필요한 유전자를 또 다시 실시간으로 나눠 가진다. 결국 입 안에는 강한 세균, 유해하기 쉬운 세균들이 많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순한 치약, 가글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진료실에서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헥사메딘과 같은 강한 항생제 가글보다 순한 무알콜 천연 가글을 처방하고 있다. 위생활동이 과하면 오히려 피부나 장의 상주세균을 박멸하고 유해균을 증식시켜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구강 위생활동 또한 보다 순한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입 속 세균박멸이 아닌, 입 속 세균 ’관리’를 강조하고 싶다.

/기고자: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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