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삶이 단 한 점의 그림이라면

2023. 10.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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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은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을 찬미했다.

이처럼 환란의 시대를 살았던 샤갈이 그의 나이 77세에 그린 'La Vie(삶)'는 인간 삶의 대서사를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투영해 표현한 작품이다.

삶이 단 한 점의 그림이라면 나는 어떤 색의 물감을 들어 어떤 존재와 풍경을 그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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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마르크 샤갈은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을 찬미했다. 가족, 친구, 동물 등 자신을 둘러싼 존재들을 다정하게 표현하며 그들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담아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그림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유대인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겪었다. 나의 영혼이라 부를 만큼 사랑했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수년간 붓을 놓았고,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자 시민권을 박탈당해 미국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환란의 시대를 살았던 샤갈이 그의 나이 77세에 그린 ‘La Vie(삶)’는 인간 삶의 대서사를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투영해 표현한 작품이다. 그림은 결혼하는 부부, 랍비, 음악가, 곡예사 등 다양한 캐릭터와 상징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어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랑스 국보이기도 한 ‘La Vie(삶)’를 원화로 감상할 수 있었던 건 대구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해외 교류전 덕분이었다. 406㎝에 달하는 압도적 크기의 그림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숨이 멎는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삶이 단 한 점의 그림이라면 나는 어떤 색의 물감을 들어 어떤 존재와 풍경을 그리게 될까. 작업실에서 떠오르는 인상들을 의식이 흐르는 대로 그려나갔다. 종이 위에는 엄마의 코스모스, 황금들녘, 책, 망치와 조각도, 잎이 무성한 자작나무가 있었다. 이다지도 귀하고 애틋한 것이 나와 내 삶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사실에 감격했다. 풀지 않은 보따리 같은 미래 속에서 앞으로 어떤 추억을 손에 쥐고 그림으로 옮기게 될는지. 남아 있는 종이의 여백도 오래오래 공들여 채우고 싶어졌다. “내 작품은 꿈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실제의 추억들일 뿐이야.” 샤갈의 말을 오래도록 곱씹어본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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