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네 각자도생’ 조정선 작가가 보여주는 ‘주말극’의 매력 [작가 리와인드(98)]

장수정 2023. 10. 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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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약국집 아들들’→‘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등
다수의 주말극으로 시청자 만나 온 조정선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조정선 작가는 ‘솔약국집 아들들’, ‘사랑을 믿어요’,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등 다수의 주말 드라마를 집필하며 따뜻한 가족애를 전달해 왔다.

이번에는 KBS2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삶을 희생해 온 효심이(유이 분)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하면서, 독립적 삶을 영위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크미디어

◆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조정선 작가의 ‘가족 드라마’

‘학교4’의 공동집필로 시청자들을 만난 이후, KBS2 ‘며느리 전성시대’로 주말 드라마에 도전장을 내민 조 작가는 이 작품에서 환경이 다른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다뤄 호평을 받았다.

족발집 아들 복수(김지훈 분)와 결혼한 신세대 며느리 미진(이수경 분)이 겪는 고부갈등을 무겁지 않게 포착하는가 하면, 인우(이필모 분), 복남(서영희 분)이 결혼을 하면서 겹사돈이 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으며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이 훈훈하게 그려졌다.

물론 이 드라마가 방영된 2008년에도 다소 가부장적인 시각이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세대별 고민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이해도를 높이고, 서로 다른 세대가 접점을 찾아 나가며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은 의미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 KBS 주말 드라마의 특성상, 이미 예고된 해피엔딩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화합하며 끝을 맺는 결말은 알고 봐도 따뜻한, 홈드라마의 매력이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 4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솔약국집 아들들’ 또한 명랑함과 따뜻함이 어우러진 KBS 주말 드라마 특유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다. 혜화동 솔약국집을 배경으로, 장가를 가지 못해 부모 속을 썩이던 네 형제가 각자의 인연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시한부, 출생의 비밀 등 주말 드라마 클리셰들이 총집합한 작품이기도 했지만, 약간은 부족한 주인공들을 애틋한 시선으로 품어주는 조 작가 특유의 따뜻함이 빛나는 작품이었고, 이에 ‘착한 드라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개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진풍(손현주 분), 대풍(이필모 분), 선풍(한상진 분), 미풍(지창욱 분) 등 네 명의 주인공 모두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동시에 각 커플들의 개성도 놓치지 않으며 흥미를 배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진풍-수진(박선영 분)의 순수한 사랑이 주는 감동부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극에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은 막내 미풍(지창욱 분)-수희(강은비 분) 커플까지. 공감도, 재미도 놓치지 않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내며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4남매를 출가시키고 이제는 자신들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부부에게 어느 날 4남매가 집으로 동시에 유턴해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네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등 대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별 고민을 들여다보는 전개는 계속됐었다.

최근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자랑하던 KBS 주말 드라마도 20%의 벽을 넘기가 힘들어지면서 ‘위기’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시기 조 작가는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통해 ‘가족’을 위한 희생이 아닌, ‘나’를 먼저 사랑하고 싶은 효심이의 이야기를 통해 요즘 시청자들의 공감을 저격하고 있다. 물론 그간 KBS 주말 드라마가 그려 온 ‘가족애’라는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는 파격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세대 간 격차가 심화되는 이 시기, 조 작가가 그간 전해 온 세대 간 화합의 메시지가 더욱 의미 있게 측면도 있다. 조 작가 특유의 긍정적 메시지와 새로운 변주가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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