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 사랑의 중심에서 지킨 '폭로' [D:인터뷰]

류지윤 2023. 9. 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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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나, 배우로서 더 기대돼"

'폭로'는 그야말로 배우 유다인의 단단한 내공이 집결된 작품이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본드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된 성윤아. 어딘가 기댈 곳 없는 인생이기에 고요하게 휘몰아치는 성윤아의 삶은, 유다인에게서 손끝에서 피어났다.

성윤아란 인물에 대한 설명은 크게 필요 없었다. 유다인의 메마른 표정과 둘 곳 모르는 눈동자는 성윤아가 살아온 인생을 말해주고 있었다. 흔들림과 체념을 오가는 성윤아의 자백과 번복은 사건에 혼란을 준다. 그렇지만 '폭로'는 진범의 정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성윤아가 무엇을, 왜 숨기고 싶어 하는지를 바라봐야 영화가 더 풍성해진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들어맞을 땐, 숨기는 것이 아닌 지키려 했던 성윤아의 필사적인 사투였음이 드러나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유다인이 '폭로'에 끌린 이유는 그 안에서 짙게 베여 지워지지 않는 사랑을 봤기 때문이다. 사건 중심이었던 시나리오는 유다인의 제안으로 인물 간의 관계와 사랑의 비중을 키웠다.

"처음 이 시나리오 끌린 게 사랑이야기였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캐롤'을 좋아해요. 그런 몰입도가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더라고요. 처음 감독님 만났을 때는 사건 중심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보다 조금 더 사랑 이야기가 깊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시나리오가 조금 바뀌었어요."

사실 유다인은 '폭로'의 성윤아 역을 고사하려 했었다. 영화 '야행'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도망 다녀 재판을 앞둔 여자의 연기를 이제 막 끝난 터였다. 그러나 남편 민용근 감독이 시나리오를 읽은 후 적극 추천해 줬다.

"직전에 비슷한 결의 연기를 했는데 또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이 시나리오를 보고 그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너무 다른 이야기라고 말해줬어요. 하길 잘한 것 같아요."

단편영화 '배심원들' 연출과 각본, '증인', '침묵' 각색에 참여한 홍용호 감독은 '폭로'로 장편 영화에 데뷔했다. 홍용호 감독은, 영화 일 외에도 변호사로서 기업 자문, M&A 자문이나 국제중재 및 소송 등의 업무와 국내 영화사의 해외 증시 상장 업무를 하고 있다. 유다인은 홍용호 감독이 뚝심 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태도를 보고 현장에서 신뢰감을 더 키워나갔다고.

"홍 감독님은 굉장히 젠틀하고 차분해요. 기복이 별로 없으시더라고요. 막히거나 방해는 순간이 있을 텐데 전혀 흔들림이 없어요. 타협할 부분은 하고 고집 부려야 할 부분은 고집스럽게 신을 만들어가시더라고요. 본인이 변호사고 자기의 전문분야다 보니 자기 생각대로 끌고 갈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점이 전혀 없고 배우들을 배려해 주셨어요."

'폭로'는 국내 개봉 전, 보스턴국제영화제 최고 스토리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배우 유다인은 자신이 감독님에게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였다면 하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혼자 영화제 알아보시고 출품 하시면서 발로 뛰니 안쓰럽고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배우가 조금 더 유명한 사람이었다면 영화가 더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배두나 선배님이 '다음 소희'에 출연하면서 영화가 눈길을 끌었잖아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작품의 첫 공개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뤄졌다. 한국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상영돼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작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유다인에게는 자신의 선택이 역시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 받은 자리였다.

"남편이 원래 칭찬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전주에서 함께 본 후 영화가 너무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당황까지 했어요.(웃음)그 때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관객 분들께서도 칭찬해 주셔서 너무 좋았죠. 입소문을 타고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지만, 요즘 워낙 예상할 수 없는 시장이니까요."

영화 속 성윤아는 인생에서 가장 고된 침잠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런 성윤아를 연기하는 유다인도 힘들지 않았을까.

"'폭로' 전에는 캐릭터의 감정을 잡고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놓치면 실수할까봐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했죠. 그런데 '폭로' 때는 가자마자 컵라면 먹고, 사람들과 수다 떨다가 우는 신 찍고 그랬어요. 이제 그게 되더라고요. 그 기점이 결혼 후인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을 많이 타는 사람인가 봐요.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판사 최은주 역을 맡은 공상아와의 호흡은 서로 많은 말이 필요 하지 않았다. 틀에 갇히지 않은 채 동물적으로 연기했고, 미세하게 달라진 지점은 본능적으로 캐치해 서로를 받아냈다. 그렇게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법정신이 완성됐다.

"둘 다 낯을 많이 가려서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상황에 몰입했죠. 언니도 그랬던 것 같아요. 마지막 재판에서 언니 얼굴을 보는 진짜 속이 너무 상하더라고요. 사실 울면 안되는 부분부터 제 코는 빨개져 있었어요. 컷하고도 울음이 그치지 않더라고요. 감정이 드는 걸 자각한 후 깜짝 놀랐어요. 언니가 대사를 담담하게 할 줄 알았는데 세심하게 감정을 표현하더라고요. 언니가 그렇게 연기를 하니 저도 달라지더라고요. 그 장면은 한 번에 원테이크로 찍었어요. 제일 어렵게 찍었고 좋아하는 신이에요."

유다인은 지난 4월 엄마가 됐다. '폭로'는 엄마가 되기 전 찍은 작품으로, '출산 후 찍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때는 짐작만 했던 감정을 실제로 매일 확인하고 있으니 잘 표현할 자신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앞으로 엄마 역할을 많이 할 거예요. 아이를 낳고 '이 친구를 위해 내가 여태까지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못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아요. 이런 경험과 감정을 겪고 있는 저의 앞으로가 기대 돼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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