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와 시상대 오르는 상상"…이호준의 희망은 현실이 됐다
"둘이 같이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을 상상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죠."
이호준(22·대구시청)은 27일 오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0)와 함께 각각 3위와 1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한 뒤였다. 그는 "경쟁자들이 다들 기록이 좋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들이라 내가 도전하는 입장이다. 내 최고 기록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다 보면 메달도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연했던 이호준의 희망은 약 8시간 뒤 현실이 됐다. 그는 이날 밤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5초56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가 1분44초40의 대회 신기록으로 가장 먼저 들어왔고, 이호준이 2위 판잔러(중국·1분45초28)에 이어 세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 단일 종목에서 두 명의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2002년 부산 대회 남자 자유형 1500m의 조성모(은메달)와 한규철(동메달)이 마지막이다. 200m 결선에 나란히 출격한 황선우와 이호준이 21년 만에 항저우에서 태극기 두 개를 나란히 걸었다.
이호준은 경기 후 "개인적으로 1분44초대 진입을 목표로 했는데, 이루지 못해 기록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동메달로 나의 한계를 다시 한번 뛰어넘었다는 점에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첫 50m 지점을 3위로 통과한 뒤 100m 지점부터 2위로 올라섰다. 150m 지점에서 세 번째 턴을 할 때도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마지막 50m에서 뒷심이 떨어지면서 판잔러의 추월을 허용했다. 이호준과 판잔러의 최종 격차는 0.28초였다.
이호준은 "(옆 레인에 있던) 선우가 오전부터 페이스가 좋았고, 몸도 괜찮아 보였다.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선우를 따라 레이스를 하면 1분44초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안 좋게 작용해서 마지막에 판잔러 선수에게 따라잡힌 것 같다"고 복기하면서 "역시 둘 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이고, 둘 다 멋진 레이스를 펼쳤다. 나도 그들을 따라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결선에 오른 뒤엔 '선우와 같이 시상대에 올라갈 수만 있으면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은메달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며 "동메달을 따면서 금·은·동메달을 하나씩 가져가게 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호준과 황선우는 이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을 모두 마쳤다. 내년 2월 도하 세계선수권과 7월 파리 올림픽을 향해 다시 맹훈련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이호준은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많은 국제대회가 있고, 이루지 못한 목표가 많이 남았다. 더 열심히 해서 차근차근 이뤄보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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