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오승환과 함께 달라진 불펜 투수의 위상, "일간스포츠 덕이죠"[창간 54]

윤승재 2023. 9.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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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IS포토


“일간스포츠 덕을 많이 봤죠.”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과 본지 창간 특집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KT 위즈 투수 박영현(19)이 찾아왔다. 박영현은 어렸을 때부터 오승환을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왔던 선수. 어린 선수들에게 롤모델을 물어보면 선발 투수나 홈런 타자의 이름만 나왔던 이전과는 달리, 이젠 박영현처럼 ‘제2의 오승환’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이 제법 많아졌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오승환은 “일간스포츠의 덕을 봤다”라고 말했다. 일간스포츠가 조아제약과 공동 주관하는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을 말한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1994년부터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불펜 투수에게 ‘최고구원투수상’을 시상하고 있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인 오승환도 이 상을 5차례(2006·2008·2012·2013·2021년)나 수상했다. 오승환은 2021년 수상 당시 “요즘 불펜 투수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불펜 투수의 활약을 조명하는) 최고구원투수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최고구원투수상을 수상한 삼성 오승환. IS포토
지난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박영현(왼쪽)과 오승환(오른쪽). 어느덧 '제2의 오승환'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수원=윤승재 기자


   불펜 투수 위상 높인 선수와 신문

오승환은 “최고구원투수상 덕분에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조명을 받는다. 상을 통해 불펜 투수의 가치가 높아지고, 목표 의식도 생기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힘이 많이 된다. 또 상을 받는 모습과 선수들의 수상 소감까지 더해지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목표를 심어주는 것 같다. 상 덕분에 불펜 투수의 위상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오승환은 이전부터 불펜 투수가 저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해 왔다. 2021년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거론됐던 오승환은 “불펜 투수가 얼마나 잘해야 MVP가 될 수 있을까. ‘구원 최초의 MVP’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보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생각은 같다. 오승환은 “야구장에서 뛰는 선수들 누구 하나 안 힘든 선수가 없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은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라고 힘줘 말했다. 

삼성 오승환. 삼성 제공
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2사 2루 이형종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오승환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4.18/


  마인드 컨트롤과 에이징 커브

한 번의 실수로 패배하면 비난이 집중되는 보직이 불펜 투수다. 잘해야 본전인 게 마무리 투수의 숙명이다. 그만큼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프로 19년차 베테랑이자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오승환도 마인드 컨트롤은 여전히 어렵다. “못한 날이면 나도 괴롭다. 그날은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고 화도 난다”는 그는 “공 하나에 운명이 갈리는 것이 불펜 투수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크다.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중요한 보직이다”라고 말했다.

오승환도 이번 시즌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전반기 26경기에 나와 2승 3패 2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4.80로 부진했다. 투구 페이스를 찾기 위해 프로 데뷔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고, 2군도 두 차례 다녀왔다. ‘돌부처’라는 별명답지 않게 경기 중 화를 표출하는 일도 있었다. 오승환은 “아쉬움이 많았던 전반기였지만 다시 반등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준비했다”라고 돌아봤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승환은 “지금의 나는 한 경기 안 좋을 때마다 나이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은퇴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매번 잘할 순 없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려고만 하니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럴수록 나는 내 일에만 집중했다. 나를 믿고 (부진했던 전반기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남은 시즌을 임하고 있다”라고 말한 그는 우려의 시선을 극복하고 후반기 24경기 2승 2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3.09로 부활했다.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오승환이 2011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포수 진갑용에게 안겨 기뻐하고 있다. IS포토


   400세이브와 ‘선동열 방어율’

어느덧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까지 단 6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미 KBO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2위(손승락·271개)와도 100개 이상 큰 격차로 앞서 있다. 그러나 오승환은 안주하지 않는다. 400세이브를 향해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있다. 오승환은 “사실 숫자에 연연하는 편은 아닌데, 400세이브가 눈앞에 다가오니 앞자리 숫자를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야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다”라며 대기록을 향한 각오를 드러냈다. 

1점대 평균자책점(ERA, 방어율)을 향한 여정도 이어간다. 오승환은 지난해까지 통산 1.93의 ERA를 기록 중이었으나, 올 시즌 부진으로 통산 기록이 2.08까지 치솟았다. 그는 선동열(1.20) 전 국가대표 감독에 이어 1점대 통산 ERA를 기록할 유력 후보였다. ‘선동열 방어율’은 야구 용어를 너머 난공불락의 관용적 표현이 됐다. ‘1점대 방어율’을 꿈꾸는 이유다.

하지만 오승환은 덤덤했다. 그는 “아직 (커리어가) 끝난 게 아니지 않나”라면서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오승환은 “지금으로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내는 것이 내 목표”라면서 대기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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