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차례상이요? 과일 4종에만 5만 원 넘게 썼다

이주연 2023. 9. 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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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물가①] 추석 장바구니 '기본'만 담아도 23만 3810원... "작년 비해 너무 올랐다"

2022년 6.3%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했다. 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세란 것이다. 그렇다고 물가 자체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뿐이다. 소비자들에게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상태다. 시민의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물가 상황을 따져봤다. <편집자말>

[이주연, 정혜원 기자]

아시아에서 사과가 가장 비싼 도시, 바로 서울이란다.

지난 11일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은 아시아 120여 개 도시 중 사과·바나나·오렌지·토마토·계란·소고기(우둔살) 등이 가장 비쌌다. 사과는 1kg에 8500원, 계란은 12알에 5300원, 소고기 1㎏은 5만 5200원으로 집계됐다.

추석 차례상에 주로 올라가는 사과·계란·소고기 등이 담긴 장바구니는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 추석 농축수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정부는 '추석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나름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큰 틀에서 보면 (추석 장바구니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역시 같은달 19일 "배추와 소고기, 명태 등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은 지난해 추석기간보다 6.1%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사과와 소고기가 가장 비싼 서울'과 '안정된 추석 장바구니 물가' 사이에 간극은 꽤나 크다. 그렇다면 실제 추석 장바구니 물가는 어떨까. 간소화된 차례상(2022년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제시한 추석 차례상 표준안)과, 전 3종에 토란국 등을 더한 기본 차례상에 올릴 재료들을 직접 구매해봤다. 이를 위해 추 부총리(17일)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19일)이 물가 점검을 위해 잇달아 찾았던 하나로마트를 지난 21일 방문했다.

성균관이 제시한 '간소화' 차례상, 재료 구매해봤습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해 9월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을 공개하며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시로 든 차례상에는 과일 3종에 깐 밤, 삼색 나물, 소고기적(산적), 김치, 송편, 술이 포함됐다. 이 '간소화' 된 차례상을 차리려면 얼마가 들까.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서 9월 13일 발표한 4인 가족 차례상 규격(g, 개, 봉지 등)을 기준으로 장을 봤다.

가장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과일부터 담았다. 사과 3개(1만 6200원), 배 3개(1만 2400원), 감 6개(9980원), 깐 밤 360g (1만 1960원). 과일 4종을 갖췄을 뿐인데 5만원(5만 540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시금치 한 봉지(4980원), 깐 도라지 400g(2만 3800원), 고사리 400g(1만 2690원). 삼색 나물에 4만 1470원이 추가됐다. 소고기적에 쓸 우둔살 600g(2만 6880원), 상에 올릴 술 한 병(4850원)을 샀다. 물김치(8000원), 송편 1kg(1만 3000원)은 방문했을 당시 하나로마트에서 아직 판매하지 않아 망원시장을 이용했다.

주재료만 14만 4470원이 들었다. 치솟은 물가탓에 적은 품목을 구매했음에도 상당금액의 지출이 불가피했다.  
 2022년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마련한 간소화 된 차례상 표준안이다.
ⓒ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2022년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의 간소화된 차례상 표준안을 장바구니에서 비조리 상태 그대로 옮겨봤다. 장바구니 물가 합계는 14만4470원이다.
ⓒ 이주연
 
여기에 으레 명절이 되면 떠올리게 되는 전 3종과 국, 북어포, 대추, 약과 등만 더했을 때는 얼마일까.

전 3종은 대구전, 두부전, 동그랑땡을 가정했다. 냉동대구포 800g(1만 7000원), 두부 3모(7500원), 간 돼지고기 380g(6443원), 계란 10개(4480원)를 구매했다. 토란국을 위한 토란 한 봉지(1만 1900원), 소고기 사태 535g(1만 8618원)에 황태포(5500원), 대추 400g(1만 2000원), 약과(4900원)를 샀다.

8만 8341원이 더해져 총 금액은 23만 3810원이었다. 여기엔 소금, 간장, 밀가루 등 기본 양념과 당근 반 개, 양파 한 개 등의 밑재료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리 노동값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로마트 계산원 최아무개씨는 "손님들이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한다"라며 "네 식구 먹을 것만 해도 30만 원은 잡아야 할 판이다, 불고기 거리 고기 조금 사도 10만 원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석에는 차례상을 차리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성균관이 제시한 '간소화' 차례상에, 명절이 되면 떠올리게 되는 전 3종과 국, 북어포, 대추, 약과 등을 더해봤다. 비조리 상태의 장바구니 물가는 23만3810원이다.
ⓒ 이주연
 
"추석 장바구니 안정? 낮아지긴 뭐가 낮아져"... 한숨 짓는 시민들

실제 마트 곳곳에서는 선뜻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지 못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작년에 비해 올라도 너무 올랐어."

쌀 가격표를 비교해 가며 한참을 들여다 보던 70대 여성은 "추석 때 올 식구가 11명이라 쌀을 사러 왔는데, 쌀 10kg에 4만 4500원이고 4kg은 2만 2000원이나 한다"라며 "4kg는 11명 먹기엔 너무 적고 10kg은 너무 비싸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올해 차례상을 차릴 예정이라는 60대 여성은 "올해 차례상 예산을 30~40만 원으로 잡았는데 마트에 와보니 물가가 많이 올라 턱도 없다"라며 "다섯 식구 먹을 탕 하나를 끓여도 양지로 사면 4~5만원 어치를 사야 한다, 아끼고 아껴도 50만 원은 나올 거 같다"라고 말했다.

"추석 장바구니가 안정됐다"는 추 부총리의 말을 전하자 배추를 고르던 한 여성은 "이 주먹만한 배추 하나에 3700원인데 물가가 낮아지긴 뭘 낮아졌냐"라며 "어제보다 오늘이 더 올랐어요, 모든 게 다"라며 따지듯 말했다. 또 다른 70대 여성도 "물가는 당연히 올랐다"라며 "나라말이 언제는 맞았냐"고 한숨 지었다.

이날 우리가 구매한 사과 한 알 값은, 54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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