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덕 교수의 바이블 디스커버리] <13> 예수님의 식사자리

2023. 9. 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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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잔치 비유(마 22:8∼14)처럼 회식에는 옷차림이 중요했습니다.

예의 바른 손님이라면 말석, 그러니까 문 옆자리에 앉은 채 자리를 배정받을 때까지 대기하기 마련이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한 여인이 예수님 발에 눈물을 떨구고 머리털로 닦았습니다.

예수님은 다른 손님들처럼 긴 침대 의자에 모로 누운 채 다리를 뻗고 식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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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잔치 비유(마 22:8∼14)처럼 회식에는 옷차림이 중요했습니다. 성경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지만 로마인들은 만찬 성격에 따라 복장을 달리했습니다. 격식 있는 만찬 케나(cena)는 신테시스(synthesis)라는 튜닉, 단출한 음식에 술을 곁들인 심포지움은 평범한 튜닉을 입었습니다. 손님이 도착하면 종들이 달려가서 샌들을 벗기고 발을 닦았습니다.(창 18:4, 요 13:3∼5) 계속해서 손님 머리에 향유를 발라주고 마실 물을 내왔습니다. 이 물 한 잔은 각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방문한 손님에게 마실 물을 대접하는 게 우정의 표시이자 평온하게 맞이하겠다는 뜻으로 여겼습니다.(창 24:17, 49)

회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적절한 자리 배치였습니다. 집주인 동생이나 자식, 종들이 손님을 음식이 마련된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그곳에는 신분에 따라 앉는 자리가 미리 정해져 있었습니다. 문 옆자리는 비중이 가장 낮았고, 그 맞은편에는 주인과 가까운 사람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예의 바른 손님이라면 말석, 그러니까 문 옆자리에 앉은 채 자리를 배정받을 때까지 대기하기 마련이었습니다. 만일 연장자거나 지위가 높으면 언제라도 상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가서 끝자리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벗이여 올라앉으라 하리니.”(눅 14:10)

신약시대에는 트리클리니움(triclinium)이라는 식당이 본격 도입됐습니다. 연회장 중앙에 낮은 식탁을 놓고 식탁을 중심으로 3명이 충분히 오를만한 침대 의자를 삼면에 배치했습니다. 의자 사이로 식사를 돕는 종들이 드나들며 음식을 나르고 빈 그릇을 치웠습니다. 긴 의자들을 사용하다 보니 트리클리니움은 마가의 다락방처럼 규모가 커서 사치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침대 의자에서 식사하려면 머리를 식탁으로 향하고 앞으로 몸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왼쪽 팔꿈치 밑에 푹신한 쿠션을 받친 채 상체를 지탱하고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었습니다. 이런 자세로는 칼을 사용할 수 없어서 음식은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미리 잘려 나왔습니다.

언젠가 바리새인 시몬이 예수님을 초대했습니다.(눅 7:36∼50) 식사하는 동안 한 여인이 예수님 발에 눈물을 떨구고 머리털로 닦았습니다. 흠정역(KJV)은 예수님이 “바리새인 집에서 식탁에 앉았고” 그 여인은 “그 뒤에 발치에 서 있었다”고 번역합니다. 이런 번역으로는 실제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예수님의 발을 닦으려면 여인은 허리를 굽힌 채 좁은 식탁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상당히 어색합니다. 중세의 성화에는 그렇게 묘사한 그림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 장면은 침대 의자를 떠올리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예수님은 다른 손님들처럼 긴 침대 의자에 모로 누운 채 다리를 뻗고 식사했습니다. 바로 그때 여인이 다가와 발을 닦고 향유를 부은 겁니다.

여인과 관련해서 짚고 넘어갈 게 더 있습니다. 여인은 시몬의 집에서 예수님을 정성껏 수발 들었습니다. 덕분에 시몬은 기껏 손님을 대접하면서도 옹색한 처지에 놓이고 맙니다.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향유를 내 발에 부었느니라.”(눅 7:44~46) 그런데 정식으로 초대받지 않은 여인이 어떻게 트리클리니움에 들어왔을까요. 이것은 손님이 종과 함께 회식에 참석한 것을 고려하면 설명이 됩니다. 종은 초대받은 주인 뒤에 섰다가 급한 심부름을 하거나 귀가 때 밤길을 안내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향유를 담은 옥합을 소지한 채 예수님 뒤에 선 여인을 당연히 의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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