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외면하는 공기업, 황당한 일의 자초지종 [넥스트브릿지]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이주원 기자]
▲ 2023년 5월 14일 탄탄주택협동조합 사업설명회 |
ⓒ 탄탄주택협동조합 |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소극적인 정부 대책으로 피해의 구제는 더뎌지고, 고통은 오로지 피해자들의 몫이 돼버렸다. 정부의 피해 구제를 기다리기 보다 전세사기 피해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역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탄탄주택협동조합(이하 탄탄쿱)을 결성하여 피해를 이겨내고 있다.
그런데 자구적인 청년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공기업이 있다. 허그는 전세사기 피해를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협동조합 조합원인 청년들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하 전세금반환보험)의 가입을 보류, 거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탄탄쿱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이하 임대보증보험) 가입도 막고 있다.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인대보증금 보증 비교 |
ⓒ 이주원 |
[#1] 전세사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지난 6월 1일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은 실효성 있나?
전세사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일어난 사회적 재난이다. 전세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전세사기의 발화 요인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몇몇 조건들이 맞으면 대규모 전세사기로 폭발하는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기에 '무자본 갭 투기'가 가능해져서 한 사람이 몇백 채씩 매입할 수 있었다.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정부 정책이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부동산시장 활성 대책 차원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도 임대주택등록제 도입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을 주었다. 그런데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가 나왔고 전세사기로 발전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6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법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최우선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근저당 설정 시점이나 전세계약 횟수와 관계없이 경·공매가 이뤄지는 시점에 '최우선변제금' 범위에서 대출해 주겠다는 것이다.
소액임차인 보증금 범위와 최우선변제금 기준은 각각 ▲서울 1억 6500만 원 이하에 5500만 원 이하 ▲인천을 비롯한 과밀억제권역과 용인ㆍ화성ㆍ세종ㆍ김포는 1억 4500만 원 이하에 4,800만 원 이하 ▲광역시와 안산ㆍ파주ㆍ평택 등은 8500만 원 이하에 2800만 원 이하 ▲그 밖의 지역은 7500만 원 이하에 2500만 원 이하
[#2] 동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 어떤 협동조합인가?
전세사기 가해자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 일원의 오피스텔 건물 총 311채의 소유자였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전세사기 가해자(구속 중)는 2020년 무렵부터 최근까지 약 300명의 임차인과 오피스텔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임차인들로부터 총 약 250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받았다.
[탄탄주택협동조합 현황]
(조합원) 당사자 조합원 24명, 일반조합원(창립발기인) 7명(총 31명)
(협동조합 인수 오피스텔) 당사자 조합원 24명 중 현재 21명의 오피스텔 인수
* 협동조합 인수 금액 : 29억 2750만 원
(협동조합과 조합원 전세 계약 및 출자금 전환) 협동조합에서 인수 후 조합원과 시세의 90%로 전세 계약, 시세의 10%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전환하여 피해 전세보증금 평균의 약 93.57% 보전
[#3] 탄탄쿱은 주택협동조합인데 사업모델은 어떠한가?
탄탄쿱의 사업모델은 전세사기 가해자에게 협동조합이 오피스텔을 소유권 이전받아 임대사업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를 치유하는 모델이다. 탄탄쿱의 사업구조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전세사기 가해자에게 협동조합이 주택(조합원이 전세사기 가해자와 전세계약을 한 오피스텔)을 '소유권 이전' 방식으로 인수한다. 협동조합은 인수한 주택을 장기임대주택(10년)으로 등록하고 임대주택사업자가 된다.
2. 협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과 시세의 90% 이하로(시세기준 1순위 KB시세, 2순위 홈텍스-공시지가의 140%) 전세계약을 신규 체결한다. 시세기준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허그의 전세금반환보험이나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보증에 가입하면 만에 하나 협동조합이 문제가 생기더라도 조합원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3.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된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은 협동조합의 주인(조합원)이자 협동조합의 주택을 임차한 세입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유지한다. 또한 조합원 임차인(피해 당사자들)은 거주 안정성과 사업자금 확보 차원에서 계약일로부터 최소 1년은 '전세'를 유지한다. 단, 결혼·질병·이직 등의 사유로 이주하는 경우 1년 전세 유지를 안 해도 된다.
탄탄쿱이 전세사기 피해조합원의 피해금을 자체 분석한 결과 피해전세금의 평균 93%까지 피해복구가 가능했다. 이는 '전세사기 특별법'에 의한 피해복구보다 효과적이다.
▲ 지난 6월 20일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금융위원회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 피해를 방치한 금융위에 대한 감사원의 공익감사’와 ‘새임차인의 피해와 금융기관 및 보증기관의 부실을 야기하는 임대인 보증금반환대출 확대 방안 철회’를 촉구했다. |
ⓒ 권우성 |
[#4] 탄탄쿱 조합원들이 정부의 지원 없이 전세사기 피해를 이겨내려 하는데, 왜 허그는 전세금반환보험이나 임대보증보험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인가?
탄탄쿱은 전세사기 가입자로부터 오피스텔을 인수한 후 전세사기 피해자를 조합원 세입자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전세금반환보험에 가입하려 하였으나 허그는 가입을 거절하였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추진 현황]
○ '23.05.12.(금) 탄탄주택협동조합 창립총회 및 설립 신고
○ '23.05.23.(화) 탄탄주택협동조합 법인 등기 완료
○ '23.06.09.(금)~06.17.(토) 조합원 전세계약
○ '23.06.12.(월) 조합원 중 일부 HUG경기남부지사 전세금반환보험 가입 신청서 제출
○ '23.06.26.(월) 탄탄주택협동조합 주택임대사업자등록
○ '23.06.27.(화) HUG경기남부지사 방문 "탄탄주택협동조합 설명"
협동조합이 임대인인 경우 전세금반환보험 가입 사례 없어 본사 검토 중
○ '23.08.18.(금) HUG에 전세금반환보험 가입 상황 회신 공문 발송
○ '23.09.22.(금) HUG는 전세금반환보험은 물론 임대보증보험 가입도 거부한 채 묵묵부답 중
[#5] 허그가 보증 가입을 거부한 이유가 정당해 보이지 않는데, 탄탄쿱이 보기에는 수긍이 가는 거부 사유인가?
탄탄쿱은 허그의 보증 가입 거부 이유에 수긍할 수 없다. 허그의 가입 거부 논리가 타당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탄탄쿱과 전세사기 피해자가 동일인이라는 점(소유자 협동조합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탄탄쿱과 그 구성원인 전세사기 피해자(조합원)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주체이므로 양자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다. '협동조합기본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법인"이고, 법인과 그 구성원의 법인격은 별개의 것이다.
2. 탄탄쿱의 보증 가입을 승인할 경우, 보증보험가입 제도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허그는 보증의 가입 신청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승인해 주지 않아도 된다. 허그는 재량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은 작다. 탄탄쿱의 보증 가입 신청을 승인하더라도 향후 보증제도를 악용하려는 자가 가입 신청을 하는 경우 재량적 판단하에 그 신청을 거절할 수 있다. 즉 보증제도가 악용될 위험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6] 허그는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 등 주택임대사업자에게도 탄탄쿱과 같은 이유로 보증 가입을 거절하는가?
허그는 주식회사 등 법인 소유 주택 임차인의 전세금반환보험 가입을 막고 있지 않으며 임대보증보험도 받아주고 있다. 유독 협동조합만 보증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허그는 탄탄쿱을 "협동조합을 결성해서 주택 소유권 넘기고 돈 빼돌려 협동조합을 고의로 부도내어 해산시킨 뒤 전세금반환보험 신청"을 하는 사기 집단으로 보는 것 같다.
물론 허그가 전세금반환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논리인 '고의 부도'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실제 시장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허그의 쓸데없는 걱정은 방안을 만들어서 예방하면 된다.
우선, 협동조합이 고의 부도를 낸다면 조사 후 형사고발 및 처벌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 된다. 둘째, 협동조합이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임차인이 전세금반환보험 가입 시 일반 임대사업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되 매년 총회 직후 협동조합의 자산상태를 허그에 신고하도록 하면 된다.
[#7] 허그의 보증 가입 거절은 탄탄쿱 조합원에 대한 역차별인데, 상급 부처인 국토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에 다양한 통로를 통해 '허그의 보증 가입 거절 갑질'을 고발했다. 탄탄쿱이 민원이 전달했기 때문에 국토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국토부는 허그의 보증 가입 거부를 묵인한 채 방관하고 있다.
허그가 제도악용을 우려하여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역차별이다. 주택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임대인(소유자)이자 임차인(사용자)이며,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임대인 등이 임차인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보증 가입을 막는 것은 어이없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주민부처인 국토부, 특히 전세사기피해지원단이 방관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 행정, 방관행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스스로가 피해를 구제하려 한다. 그런데 허그의 비협조와 국토부의 방관으로 협동조합 조합원들을 심리적 재정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몰리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청년들을 위해 국토부와 허그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요구한다.
필자 소개 : 이주원은 세종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학 박사과정 수료를 하고 도시와 주택문제를 화두로 살아온 도시재생과 주택정책 전문가입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으며, 현 사)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과 탄탄주택협동조합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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