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FA컵' 결승 장소 확정…제주 또는 포항에서 ‘단판승부’ [공식발표]

김명석 2023. 9.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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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준결승→4일 결승 단판 승부
전북-인천전 승리팀은 '원정 결승' 부담
사진=대한축구협회
하나원큐 FA컵 2023 4강 일정. 사진=대한축구협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올해 FA컵 결승전이 제주 유나이티드-포항 스틸러스전 승리팀 홈에서 단판으로 열리게 됐다. 원래 FA컵 결승은 홈&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대한축구협회(KFA)의 일방적인 결정 속 단판으로 바뀌었다. 4강 다른 대진에서 격돌하는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전 승리 팀은 결승전을 원정에서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KFA는 21일 "2023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이 제주-포항 승리팀의 홈 경기장에서 오는 11월 4일 단판 승부로 열린다"고 알렸다. 추첨은 최영일 KFA 부회장이 진행했고, 구단 관계자들이 줌(ZOOM)을 통해 추첨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FA컵 4강전은 11월 1일 제주-포항(제주월드컵경기장) 전북-인천(전주월드컵경기장)전으로 열리고, 사흘 뒤 4강전 승리팀끼리 제주월드컵경기장 또는 포항스틸야드에서 단판으로 결승을 치르게 됐다.

FA컵 4강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초 결승전은 11월 1일 1차전, 4일 2차전으로 홈&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결승에 오르는 팀은 무조건 한 경기는 홈에서 치를 수 있었던 셈이다. 홈경기의 분명한 이점, 결승전이라는 무대의 의미를 고려하면 홈 개최는 분명한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대회 일정이 바뀌고, 결승전이 홈&어웨이에서 단판 승부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북 또는 인천은 우승이 걸린 결승전을 원정에서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홈&어웨이였던 결승전이 단판으로 바뀐 과정은 그야말로 논란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북과 인천의 FA컵 4강전이 잼버리 여파로 연기되던 과정이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정부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케이팝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두 팀의 4강전 일정이 꼬였다. FA컵 규정에는 홈 개최를 포기할 경우 원정팀 홈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었고, 인천 구단은 이 규정에 따른 홈 개최를 주장했다. KFA 역시 콘서트 일정이 확정된 뒤 인천 구단에 홈경기 개최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북 구단이 자진해서 홈 개최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결국 전북과 인천은 중립 경기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KFA는 제3구장 개최는 홈팀·원정팀 모두 경기 개최가 불가능할 때 적용되는 조항이라는 이유로 대전 개최를 불허했다. 결국 두 구단에 공문을 통해 4강전 연기 결정을 통보했다. 인천 구단은 공식 채널을 통해 “일방적으로 경기 일정 변경에 대한 공문을 전달받아 전원 철수했다. 일방적으로 일정이 변경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KFA의 일방적인 통보에 유감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KFA는 연기를 최종 발표하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표현으로 팬들의 공분을 샀다.

잼버리 여파로 전북-인천의 FA컵 4강 일정을 연기한 뒤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냈던 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경기 연기를 알리는 제주월드컵경기장 전광판과 이 소식을 접하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 경기만이 아니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주와 포항의 경기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연기됐다. 문제는 KFA가 연기를 결정한 시점이었다. 경기 시작 1시간도 채 안 남은 시점에 연기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경기 직전 제주도에서 ‘축구경기가 열리면 안전불감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요지의 공문을 KFA와 두 구단에 보낸 게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미 정상 개최를 결정했던 경기 감독관은 KFA와 협의를 거쳐 돌연 연기를 결정했다. 이미 이틀 전 입도해 경기를 준비하던 포항 선수단은 물론, 당일 오후까지 정상 개최한다는 소식에 제주 원정길까지 오른 포항 원정팬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애초에 태풍에 대한 피해가 우려됐다면, 킥오프가 채 1시간도 채 안 남은 시점에 연기를 결정할 게 아니라 경기 전날이나 당일 오전에라도 취소를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선수단도 일찍 포항으로 복귀할 수 있었고, 포항 원정 팬들 역시 제주 원정길에 오를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연기를 결정한 시점 현장 날씨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이미 경기 감독관이 정상 개최를 결정할 정도로 태풍 여파가 적었던 상황이었는데도 돌연 연기를 결정했다. 우선 경기를 진행한 뒤 규정에 따라 날씨 상황에 따라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러나 KFA는 구단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를 내렸다.

결과적으로 FA컵 4강전은 2경기 모두 정상 개최가 가능했지만, KFA의 섣부른 판단과 일방적인 통보 속 연기됐다. 문제는 2경기 일정의 재배정이었다. KFA는 구단 고위 관계자들과 온라인 회의를 진행했다. 제주와 포항은 9월 9일 개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합의된 일정을 KFA에 알렸다. 전북과 인천 간 입장차가 관건이었다. 전북은 8월 말, 인천은 9월 9일 개최를 각각 원했다. 이견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KFA는 돌연 당초 결승 1·2차전이 예정됐던 11월 1일과 4일에 각각 4강과 결승을 단판으로 치르기로 결정해 이를 발표했다.

이 과정마저도 '불통'이었다. KFA는 최초 보도자료엔 ‘4개 구단 모두의 합의로 채택됐다’고 발표했지만, 구단들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미 9월 9일 개최로 합의했던 제주와 포항의 의견 역시 완전히 무시됐다. KFA는 슬그머니 보도자료를 ‘일정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구단에 알리고 발표했다’고 수정했다. 이번 FA컵 논란과 관련된 KFA의 행정이 어땠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결과적으로 결승전은 제주나 포항에서 단판으로 열리게 됐다. 전북이나 인천은 결승에 오르면 원정에 대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회 4강을 앞두고 결승 일정이 홈&어웨이에서 단판으로 바뀌는 촌극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제주와 포항 역시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를 본 건 마찬가지다. 결승 진출을 위해 사투를 벌인 팀들이 불과 사흘 만에 결승을 치러야 한다는 점은 모든 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FA컵 권위를 KFA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18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전 추첨식에 참가한 각 팀 감독과 대표 선수들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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