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돌에 깃든 창조섭리 ‘탄성’… 귀성길 수석박물관 들러볼까

윤중식 2023. 9.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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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세계수석박물관을 가다
박병선 관장이 19일 전남 순천시 상사면 순천세계수석박물관 내 기독관에 전시된 열두 제자를 닮은 수석 앞에서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눅 19:40)는 말씀을 인용해 박물관을 만든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성경에는 돌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성경 속 돌에 관한 이야기의 결론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예수님이 구원의 반석이시요 신약 교회의 머릿돌이며 보배로운 산 돌이 되신다는 말씀이다. 둘째는 예수님의 교회는 반석 위에 세워져야 하고 산 돌로 지어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다. 성경은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께서 반석이라고 못 박고 있다.(마 7:24, 16:18, 고전 10:4) 바로 그분만이 영원한 생명수를 제공할 수 있는 영원한 반석이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에 가면 바람과 비와 눈 등 자연이 만든 다양한 종류의 수석(壽石)을 볼 수 있다. 수석은 인간의 말과 글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얼마나 오묘한지를 한눈에 경험할 수 있다. 한가위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19일, 최근 문을 연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을 찾았다. 순천시 상사면 구 미림수목원 자리에 있는 수석박물관은 10만㎡(3만250평) 부지에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할 만큼 지구상에서 희귀하고 가치 있는 수석들로 가득 차 있다.

1관인 풍경관을 시작으로 애국관 음식관 식물관 폭포관 동물관 민속관 기독관 등 12개의 수석전시관과 성예술 특별관으로 부부행복관 다산 소망관 14개 테마와 쥐라기 정원, 민속마을 정원, 비너스 정원 폭포, 호수 등 총 30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박향미(40) 행정실장은 “정식 오픈 전인 지난해부터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지난달 3일 개관한 이래 벌써 2800여 명이 박물관을 다녀갔다”고 밝혔다.

박물관 내부에는 순천만 갯벌과 철새,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는 모습,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 나는 장면, 각종 과일 문양, 강태공이 낚시하는 형태 등 경이로운 수석들로 가득 차 있다. 테마별로 나뉜 돌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수석은 문양이 선명해 아이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성인들만 볼 수 있는 ‘19금’ 수석도 300여 점 있다. 애국관에 전시된 한반도 모양의 수석, 태극기와 역대 대통령 모양의 수석들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만난 관광 통역사 박경미(53)씨는 “마치 그림을 그리듯 각종 문양이 새겨져 있어 믿기지 않을 만큼 신기하다”며 “전국에서 소문난 관광지를 다녀봤지만, 여기처럼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움을 주는 곳은 흔하지 않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순천세계수석박물관 음식관에 먹음직스럽게 한 상 가득한 수석들.


자신을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한 이상수(55)씨는 1~12관을 다 둘러본 소감을 한마디로 말해줬다. “수석박물관은 예술혼이 살아있는 곳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힐링 공간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11년째 순천만 국가정원 1호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희(58)씨는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은 박병선 관장의 혼이 담겨있는 공간이지만 28만 순천 시민의 자랑거리임이 틀림없다”면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산 교육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순천만국가정원과 함께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은 순천의 보물이고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을 세운 이는 교회 장로인 박병선(73) 관장이다. 박 관장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불신자였다. 그는 27년간 순천시청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2002년 명예퇴직하고, 이후 시의원에 출마해 전남 최다 득표로 순천시 의원에 당선돼 순천시 기독교 성지화 조례안을 한국 최초로 통과시켰으며 순천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힘쓰기도 했다.

공무원 퇴직 후 부인 정은숙(66) 권사의 전도로 처음 교회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순천시 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전도는 제가 선거는 하나님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4개월 동안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 믿으라고 전도해 5개월 만에 350명을, 1년에 750명을 예수 그리스도의 품으로 인도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반평생 동안 모은 8000점 중 1500점의 명석을 골라 12관을 구성했다. 박물관에는 한 개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수석부터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수십억 년의 시간이 만든 종유석, 누구나 웃게 만드는 재미있는 형상의 수석 등이 전시돼 있다. 공원식 정원으로 만든 관람 코스 덕분에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하고 어른들은 여유 있게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순천세계수석박물관 입구에 있는 대형카페 ‘오곡’(OGOK)도 덩달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박 관장은 박물관 건립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회고했다. 무엇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서울 인천 대전 전주 여수 광양 등 전국 지자체들이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수석박물관 유치를 수없이 건의했지만 전부 거절했다”며 “순천을 세계적 관광 명소로 만들어가는 데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 고향 사랑에 남다른 애정을 피력했다.

박물관 외부 전경 모습.


박 관장은 “제주가 돌 바람 여자라는 ‘3다(多)’ 섬이라면 순천은 순천만의 물과 정원박람회의 나무, 수석박물관의 돌이 어우러진 ‘3보(寶)의 고장’”이라면서 “순천이 가진 최고의 보물들이 1000년이 지난 후에도 순천과 대한민국의 보물로 남을 수 있도록 보존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50여년 전 강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돌멩이 하나가 인생을 바꿨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며 “돈도 많이 들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순천과 대한민국에 뭔가 보람된 일,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박 관장은 한때 기독교계 안팎에서 이른바 ‘진돗개 전도 왕’으로 불리며 전도에 힘썼다. 또 자타가 공인하는 수석(壽石) 전문가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 수석박물관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세상의 희귀한 돌들을 수집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보여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수석 기인’ ‘명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박 관장은 수석 구매 비용과 좌대 제작 비용 200여억원을 포함해 350여억원에 달하는 순수 민간 자본을 투자해 건립했다. 박물관은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제정원박람회(다음 달 22일까지) 장소와는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 순천만 습지,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이 순천의 3대 관광명소로 각인돼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박 관장은 신장 160㎝에 태권도 공인 3단으로 기독교계 안팎에서 그를 모르는 이가 드물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권투선수처럼 샌드백을 치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이팔청춘 못잖다. 그는 말도 아주 빠르다. 그래서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순천고와 광주대를 졸업한 박 관장은 공무원으로 임용돼 순천시청에서 5급 사무관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박 관장은 수많은 수석 애호가들이 탐석(探石) 후에 얻어지는 기쁨의 소산이 바로 ‘일생일석’(一生一石)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말 못 하는 돌이지만 물속에서 닳고 닳은 시련기를 거쳐 새로운 광명의 세계로 나와 참된 주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호가 운산(雲山)인 박 관장은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눅 19:40)는 성경 말씀을 한시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로 가는 예수님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수석을 크게 조각한 작품.


박 관장은 일생일석 뛰어난 수석을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는 “세상의 모든 모습이 돌에 표현돼 있다”며 “아무 움직임도 없는 단순한 돌이지만 우주 만물을 보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관장은 남은 생애를 순천세계수석박물관 관람객들에게 천지를 창조하시고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일에 몰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수석에 새겨진 숲의 향기는 시들지 않고 변함없이 항상 그 모습대로 있다”며 “우리도 소처럼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계를 향해서도 부탁을 전했다. “순천세계수석박물관 주변이 초·중·고교생들의 자연생태학습 체험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개발 호재를 이용한 무분별한 유흥업소가 난립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박 관장은 순천만국가정원의 ‘꽃과 나무’, 순천만의 ‘물’과 함께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의 ‘돌’이 순천의 3대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박물관 주변은 작은 천국이다. 현재 야외 공원에는 조각 작품 300여점과 300년 넘은 백일홍 나무, 500년 넘은 산수유나무, 관상수 1000여 그루 등이 식재돼 있다. 이른 봄부터 여름, 늦가을까지 계속 꽃이 피고 겨울엔 설화가 만발하는 등 아름다운 수석 동산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가위 명절 연휴 고향길을 오가는 길목에 ‘돌들이 증언’하는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을 찾으면 어떨까. 이곳엔 천지창조와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하나님의 숨결과 살아계심을 체험할 수 있다. 올 추석엔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와 창조주 하나님의 숨결과 지문이 돌판에 담겨있는 일생일석을 만나보자.

순천=글·사진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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