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 넘게 野의원 만났는데…" 해임안에 허탈한 한덕수
더불어민주당이 해임을 요청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정부 인사 중 사실상 야당과의 유일한 소통 통로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도 한 총리의 인선에 대해 “협치를 염두에 뒀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한 총리는 다수 야당 의원과 친분이 있는 편이다. 한 총리는 월 1회 이상 야당 의원을 관저나 외부 식당으로 초청해 비공개 오·만찬을 해왔다고 한다. 지난 1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총리의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6월 한 총리와 저녁을 먹었다. 참모 배석을 최소화 한 일대일 만찬에 가까웠다고 한다. 복수의 총리실 관계자는 “참모들의 요청 전에, 이미 한 총리와 박 원내대표가 따로 소통해 일정을 잡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뿐이 아니다. 한 총리는 지난 18일과 오는 20일에도 야당 의원과 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이른바 ‘김건희법’이라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 논의를 위해 민주당 박홍근·한정애 의원, 국민의힘 이현승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만나는 3당 협의 모임도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요구로 직전에 취소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협치 노력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해임 건의안을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정부질문 때마다 한 총리를 몰아붙이는 야당 의원들이지만, 한 총리에게 지역 민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강병원·한준호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월 한 총리를 찾아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을 건의했다. 의원들은 한 총리와 면담 뒤 찍은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 총리가 국회를 찾을 때마다 사용하는 3층 접견실은 한 총리와 야당 의원 간의 소통 공간으로 불린다. 총리실 관계자는 “일정 때문에 미룬 경우는 있어도, 한 총리가 야당 의원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야당의 해임 요구로 한 총리와 야당 의원 간의 식사와 면담 등 개별 접촉 일정은 모두 취소된 상태다. 한 총리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모든 절차가 있을 테니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참모들에겐 “초심을 잃지 말고 일만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하지만 이번 해임건의안에 대해 내부에선 허탈한 분위기도 상당하다. 소통 노력 등이 모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진영논리가 모든 정치 현실을 압도하고 있다”며 “협치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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