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편집 '스우파', 이러려고 글로벌 팀 섭외했나

고은 2023. 9. 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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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net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2>

[고은 기자]

 스트릿우먼파이터 크루 포스터. 왼쪽부터 '잼 리퍼블릭', '츠바킬'
ⓒ CJ ENM
Mnet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2>(아래 <스우파2>)의 여정도 이제 중턱을 넘어섰다. 첫 대면 자리에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는 약자지목 배틀, 메인 댄서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계급 미션, 대중 점수가 처음으로 반영되는 K-pop 안무창작 미션이 마무리됐다.

프로그램 포맷은 전작인 <스우파1> <스맨파>와 동일하다. 시즌2를 맞이하면서 제작진이 공들인 차별화 지점은 다른 곳에 있는데, 바로 '글로벌팀' 섭외다.

<스우파2> 글로벌 존중 없는 글로벌 방송

<스우파1>이 한국의 멋진 여성 댄서들을 조명하는 무대였다면 <스우파2>는 그 판을 키웠다. 영미권 댄서들의 프로젝트 그룹 '잼 리퍼블릭'과 일본 댄스 크루 '츠바킬'이 합류한 것이다. '잼 리퍼블릭'의 리더 커스틴 도젠(Kirsten Dogen)은 세계적인 댄스팀 '로열패밀리' 메인 댄서다. 츠바킬의 리더 아카넨(Miyoshi Akane)은 한국 댄서들이 그의 수업을 듣기 위해 일본에 직접 갈 정도로 댄서들 사이에서 유명한 실력자다. 인지도와 실력을 모두 겸비한 글로벌 팀들을 섭외해 한 발짝 더 도약해 보려는 Mnet의 야망이 읽히는 대목이다.

글로벌 팀의 압도적인 춤 실력과 인지도, 다양한 장르의 춤을 보여주며 이전 시즌을 능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면, 제작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는 단 하나다. 글로벌팀의 역량, 한국팀과의 교류를 읽는 문화적 식견과 그에 맞는 윤리적 창작이다.

조회수를 빨아들이는 악마의 편집으로 악명 높은 Mnet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걸까? <스우파2> 4회 동안 Mnet은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우파2> 제작진이 '글로벌팀'을 이용해 만드는 서사 

<스우파2>에는 총 8팀이 참가했고 이 중 두 팀은 글로벌 팀이다. 국적이라는 차이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이지만 팀들의 갈등 구도는 이미 훤하게 그려진다. <스우파>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약자 지목 배틀에서 한국 댄서와 일본 댄서가 만나면 '한일전' 문구를 가져다 놓는다. 

한편, '잼 리퍼블릭'의 춤이 한국 댄서들은 소화하지 못할 스타일과 퀄리티로 표현될수록 영미권 팀은 한국이 넘어야 할 과제가 된다. 만약 한국팀이 우승한다면, 결국 영미권팀을 꺾는 '국뽕' 서사로 편집 노선을 잡지는 않을지 의심스럽다. 

약자 지목 배틀이 끝난 후 모든 미션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계급 미션'이 시작됐다. '리더', '부리더', '미들', '루키' 계급으로 진행되는데, 메인 댄서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총괄 디렉터로서 안무, 동선, 자리 배치 등을 결정하고 다른 팀의 점수를 50점 깎을 수 있는 '워스트 댄서' 지목권을 쓸 수 있다. 다들 '워스트 댄서'로 지목돼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다.

어떤 이는 뇌물성 의도를 담은 선물을 준비하거나 메인 댄서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나서서 도와주는 식이다. 물론 이 중에는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댄서 또한 있을 것이다. 

여자 댄서는 질투와 욕심? <스우파2>에서도 유효하다
 
 <스우파2> 유튜브 캡처본
ⓒ Mnet
 
<스우파2> 제작진은 어떻게든 출연진들이 의견 충돌과 감정적 소모를 보여주도록 판을 짰다. 이에 더해 이번 시즌에서는 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자리 구성 변경'을 할 수 있다는 룰을 새로 추가했다. 이는 메인댄서가 아닌 댄서들에게도 권한을 주는 듯 보이지만 제작진은 의견을 개진하는 개인, 리더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 온도 차로 편집해 해외 팀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방송에서 루키 계급의 메인댄서(일본팀) '레나'는 다른 댄서의 자리 바꾸기 제안에 정색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레나가 무표정이었다가 웃는 장면을 거꾸로 재생해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들 계급에선 일본팀 댄서 두 명이 뒤쪽에 배치되어 화면에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메인 댄서에게 "우리가 필요해요?"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제작진은 순간 어두운 배경음악을 깔아 이들이 현장 분위기를 망친 것처럼 만든다. 

<스우파> 시즌1을 기획한 권영찬 CP는 과거 <스트릿 맨 파이터> 방송 공개를 앞두고 "여자 댄서는 질투와 욕심, 남자 댄서는 의리를 보여준다"는 성차별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논란이 되자 사과했지만 춤의 전문가인 댄서들의 갈등을 '여자들의 기싸움'으로 바꿔버렸던 <스우파> 시즌1의 흔적이 시즌2에서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흑인 여성 댄서를 향한 '피지컬' 발언, 왜 문제였나
 
 <스우파2> 3회 예고편 캡처본
ⓒ CJ ENM
글로벌팀을 섭외하기로 결정했다면 문화적 차이와 감수성을 더욱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 그렇지만 <스우파2> 3회 계급미션 도중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은 제작진의 안일한 대처가 만들어낸 허점이었다.

2회 방송이 끝난 뒤 예고 영상에서는 '마네퀸'의 레드릭이 부리더 계급의 '잼 리퍼블릭' 라트리스를 가리켜 "피지컬로 승부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의 딴에는 열심히 준비한 안무가 채택되지 못했고, 기본기 안무에 가까운 안무를 특유의 그루브로 보여준 라트리스 안무가 채택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물론 '타고난 피지컬', '피지컬이 좋다'는 말은 사실 우리네 일상에서도 많이 쓰인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어떤 맥락에서 발화하느냐에 따라 칭찬이 아니라 차별 발언이 될 수도 있다.

흑인 여성에게 '피지컬로 승부한다'는 말은 신체적 조건을 믿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고 해도 인종 스테레오 타입을 부여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으니 편집 과정에서 내보내지 않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제작진은 자극적인 장면만을 짜깁기 하는 예고편에 이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고 글로벌 해외 시청자들의 비판이 뜨거웠다. 이어 본방송에서는 해당 발언이 편집되었다.

<스우파2>의 여정, 그럼에도 함께하고 싶은 이유

왜 <스우파2> 제작진들은 글로벌팀을 섭외하고도 갈등에 초점을 맞춰 방송이 가진 자원을 낭비할까. 앞선 방송에서는 '라트리스'와 '레드릭'의 고조되는 갈등을 공들여 빚었지만, 4회에서는 부상당한 두 사람이 우연히 응급실에서 만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화해하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안심시킨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장면은 라트리스가 부상으로 안무 카피 부분을 소화할 수 없게 되자, 라이벌 팀인 '마네퀸'이 흔쾌히 안무를 수정해 주는 것과 같은 댄서의 품격이 아닐까. 첫 번째 탈락 크루가 된 '츠바킬'에게 찾아간 '울플러', 눈물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격려와 응원에 더 눈이 가는 건 국경을 초월한 춤의 교류가 경쟁 이후에 오는 화합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댄스팀'의 합류가 시청자에게 기대를 심어주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춤'으로 소통하고 한국이 아닌 공간에서도 멋진 여성 댄서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시청자들이 <스우파2>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유를 제작진 또한 알 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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