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연골 없다시피해도 쉽고 재미있게 운동해요”

송경모 2023. 9. 18. 04: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퇴직 공무원 장정걸(64)씨는 젊은 시절 산을 즐겨 탔다.

소백산과 지리산 등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녔다.

10년 넘게 답답해하던 그에게 시청 동료 변수옥(63)씨가 운동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그 덕에 왼쪽 무릎 연골이 없다시피 한 장씨도 무리 없이 즐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 실버스포츠] ③ 피클볼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야시골공원에서 수성구 피클볼연맹 소속 라온클럽 회원들이 복식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퇴직 공무원 장정걸(64)씨는 젊은 시절 산을 즐겨 탔다. 소백산과 지리산 등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15년 전 사달이 났다. 왼쪽 무릎 연골이 파열됐고 한순간에 취미를 잃었다. 10년 넘게 답답해하던 그에게 시청 동료 변수옥(63)씨가 운동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장씨와 피클볼의 첫 만남이었다.

피클볼은 2020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종 스포츠 중 하나다. 1965년 미국의 정치가 조엘 프리차드와 기업가 빌 벨 등이 가족을 위해 고안했다. 낡은 배드민턴 코트에서 탁구채로 구멍 난 플라스틱 공을 치며 놀았던 게 시초였다. 이후 미국 전역으로 퍼진 피클볼은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의 운동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국내엔 2016년부터 연세대·전남대 등을 통해 소개됐고 2018년 관련 협회가 생겼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규칙은 간단하다. 공을 네트 너머로 보내 상대가 받지 못하게 하는 게 목표다. 코트는 배드민턴과 같고, 규정 뼈대는 테니스·탁구와 유사하다. 코트 앞쪽에서 발리가 불가능한 등 세부 차이는 있으나 어렵잖게 익힐 수 있는 수준이다.

부상 위험이 적다는 점도 피클볼이 시니어 스포츠로 주목받는 이유다. 속이 빈 플라스틱 소재 공은 몸에 맞아도 안전하고, 라켓 또한 가볍다. 테니스나 배드민턴보다 관절에 무리가 덜 간다. 그 덕에 왼쪽 무릎 연골이 없다시피 한 장씨도 무리 없이 즐긴다.

그렇다고 마냥 노인들의 심심풀이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운동 효과는 확실하다. 반발력이 크지 않은 공을 걷어 올려 네트를 넘기려면 자세를 낮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코어 근육이 자극된다는 것이다. 날아드는 공을 맞히는 집중력은 덤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이상곤(71)씨는 “울트라 마라톤을 뛰어도 뱃살이 안 빠져 고민이었다”며 “신기하게도 피클볼을 시작하고 배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대구 야시골 공원에서 수성구 피클볼 연맹 소속 ‘라온 클럽’ 회원들을 만났다. 야트막한 경사로 너머 들려오는 ‘통, 통’ 소리를 따라가니 3면짜리 코트에서 복식 경기에 열중인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은 공원 한쪽 평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과일과 마실 거리를 나눴다. 강동영 라온 클럽 회장은 “일주일에 3번씩 모여 운동을 한다”며 “가족보다 친한 사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강미숙 연맹 회장의 권유로 라켓을 잡아 봤다. 느린 공 속도에 안심한 것도 잠시, 헛손질을 연발했다. ‘자세를 더 낮추고 공을 퍼 올린다는 느낌으로 치라’는 조언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니 금세 윗옷이 땀으로 젖었다.

한국에서 피클볼은 막 싹을 틔운 단계다. 역사가 길지 않지만 대구 등 몇몇 지역을 거점으로 퍼지고 있다. 전국대회도 열린다. 지난 6월 개최된 수성구연맹회장배가 대표적이다. 3회째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 대회엔 올해 시니어부도 신설됐다. 규칙이 간단한 데다가 장비도 저렴하니 생활체육으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장소다. 바운드가 일정해야 하기에 흙바닥에선 경기 진행이 어렵다. 전용 코트가 있는 지역은 소수라고 한다. 강 회장은 “테니스나 배드민턴을 치던 분들이 다치거나 나이 들어 ‘갈아탈’ 실버 스포츠가 마땅치 않다”며 “시설만 확보된다면 피클볼은 분명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글·사진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