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동원 (1) 고생 모르고 자란 어린 시절… 과보호 속 독서에 빠져

김아영 2023. 9. 18. 0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시절 수의학을 공부한 수의사이셨다.

아버지는 해방 이전 경기도 수원 근교 오목천 화산목장(이후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목장 지배인으로 일하기도 하셨다.

이후 부친은 관공서와 중앙방역연구소 등지에서 일하시다 사설 가축병원을 운영하시기도 했다.

공교롭게 친구의 부친이 그 사건 담당 판사였기에 친구 아버지에게 우리 아버지를 선처해 달라고 엎드려 읍소한 일이 있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의사인 아버지의 장남으로 출생
조부모와 증조모 사랑 속에 자라며
운동 대신 많은 책들 마음껏 읽어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가 1947년 어머니 이봉후 권사와 함께 찍은 사진.


나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시절 수의학을 공부한 수의사이셨다. 아버지는 해방 이전 경기도 수원 근교 오목천 화산목장(이후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목장 지배인으로 일하기도 하셨다. 나는 그 목장에서 해방 직후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말을 타고 다니셨고 사냥을 즐기셨다. 내 머릿속에 남겨진 부친에 대한 이미지는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분이시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술에 취하시기만 하면 가곡 ‘아 목동들의 피리 소리’를 구성지게 부르셨다. 그러다 갑자기 내 어린 시절의 별명인 “목동아”(현재 나의 아호)라고 소리치며 부르셨다.

목장에는 소와 말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날 양이 들어온다고 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며칠간 목장에 들어온 양들을 세심하게 지켜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냄새가 지독했고 깨끗하지도 않았다. 양들은 목장 밖으로 나가면 집을 찾아오지 못했다. 후일 청년 시절 내가 예수님을 믿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런 양의 실존으로 인간의 실존을 말하는 성경의 증언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사 53:6) 양의 실존이 바로 죄인 된 나의 실존이었다. 냄새나고 더럽혀지고 길에서 방황하는 죄인 된 내 모습이었다.

이후 부친은 관공서와 중앙방역연구소 등지에서 일하시다 사설 가축병원을 운영하시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었을 때 하시던 일이 잘못되어 잠시였지만 구치소에 가시고 재판을 받는 일이 생겼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역경이었다.

공교롭게 친구의 부친이 그 사건 담당 판사였기에 친구 아버지에게 우리 아버지를 선처해 달라고 엎드려 읍소한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자존심에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느꼈다. 이후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 했다. 나는 수원이란 시골에서 비교적 명문으로 알려진 서울 경복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어린 나이에 가정교사를 하면서 내 공부도 챙겨야 하는 역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외아들인 부친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랐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조부모, 증조모와 함께한 사랑의 추억이 가득하다. 그런 과보호 속에서 나는 밖에 나가지 못했고 운동을 몰랐다. 대신 우리 가족은 내 방에 적지 않은 책들을 갖다 놓고 마음껏 읽게 했다. 삼국지와 각종 위인전, 그리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뮈의 ‘이방인’ 같은 소설책도 있었다. 나는 독서에 빠져들었다. 학교 공부보다 독서가 더 즐거웠던 나는 그때부터 책 한 권을 독파하면 맨 뒷장에 한 페이지로 내용을 요약하곤 했다. 이 습관 덕분에 이따금 독후감 대회에 나가면 입상하는 즐거움을 선물 받았다. 후일 나를 설교자가 되게 하신 하나님의 주권적 간섭이었다고 회상한다.

약력=1945년 출생, 미국 사우스이스턴침례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M.Div.),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선교신학박사(D.Miss.), 지구촌교회 창립·원로 목사, 지구촌목회리더십센터 대표,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 및 국제코스타(KOSTA) 창립, 저서 ‘너희는 광야로 진군하라’ ‘쉽게 풀어 쓴 누가의 예수 이야기 1·2’ ‘아들아, 씨유 인 헤븐’ 등.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