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못 고친 내 습관, 이 앱이 고쳐줬어요” ... 160만명 몰렸다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이지홍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8@mk.co.kr) 2023. 9. 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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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대한민국 일반 성인은 1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을까?

평균 4.5권 정도 된단다.

그런데 한 앱에서는 반강제(?)로 책을 읽게 만들고 있었다. 책의 속지를 촬영하거나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필사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었다.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데다, 심지어 참가비까지 건다. 목표를 달성하면 돌려받고, 그렇지 못하면 못 받는다.

이런 미션에 무려 5000명이나 참가하고 있다.

‘챌린저스’ 앱에서 전개하는 ‘오독완 독서 챌린지’다. ‘내 습관 고치는데 돈도 내야하는 앱’인 셈이다.

‘이런 사업모델이 될까?’ 싶은데 매출은 계속 늘고 심지어 올해 5월부터 흑자전환도 했다. ‘챌린저스’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화이트큐브’는 그 덕에 2019년 1월 서비스 시작 후 올해 9월까지 도전자만 160만명, 목표금액은 4400억원을 넘겼다.

이 중 91%가 자기가 건 돈을 돌려받고 본인 습관을 고쳤다. 어떤 회원은 ‘20년 넘게 어머니도 못 고친 내 습관을 바꿔줘 감사하다’라는 리뷰를 달기도 했다. 이처럼 창업 초창기부터 입소문이 나다 보니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1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올해 5월부터는 흑자가 나기 시작, IB(투자금융) 업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 (화이트큐브 제공)
창업자는 최혁준 대표.

서울대 공대 학·석사 졸업 후 취업 대신 세계 일주를 택한 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그는 당시 세계적인 창업자를 만나거나 그들의 인생 스토리를 접할 일이 많았는데 모두 자기만의 문장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됐다. 그도 세상 바꾸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스타트업에 몸담으며 조직 생활을 익힌 뒤 ‘모든 사람들이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신념 하에 대학교 선후배와 의기투합,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최 대표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 사업 모델이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이런 사업모델을 만들게 됐나.

‘작심삼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습관 고치기를 힘들어하면 이런 말이 있겠나. 이 말을 곰곰이 따져보니 사업 기회가 보였다. 사실 야채 골고루 먹기, 피트니스 센터 안 빠지고 가기 같은 일들은 연초면 누구나 한다. 그런데 잘 안 지키게 된다. 그래서 챌린저스에 목표를 설정하고 참가비를 책정하게 했다. 물론 달성하면 돌려받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달성가능한 목표인가다. 그래서 기간 설정,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케 했다.

Q. 그랬더니?

사람들이 약 1000만건의 목표에 도전, 90% 이상 성공하더라.

Q. 돈을 잃을까봐?

이용자 얘기들을 들어보면 그냥 ‘자신과의 약속’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일단 돈이 걸려 있으니 안 잃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다 자연스레 습관을 고치게 되고 인생도 바뀌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때 가장 뿌듯하다.

챌린저스 앱에 올라간 다양한 도전과제. (화이트큐브 제공)
Q. 앱을 둘러보다 보니 기업 이벤트도 보이던데.

개인 습관 고쳐주는 앱이라고 입소문이 났는데 기업 담당자들 중 일부가 신기하게 봐줬다. 기업 HR 담당 직원들은 어차피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지 여부를 따지지 않나. 이런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는데 ‘챌린저스’가 딱이라고 했다. 그길로 아모레퍼시픽, 미래에셋,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에서 팀 혹은 부서 차원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단체 단위 챌린지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Q. 목표달성률이 90%에 달한다는데 그럼 남는 게 없지 않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면 보상한다’는 대원칙 아래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보강하고 있다. 기업 제휴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의 매장을 방문한다든지, 자사몰에 리뷰를 확보한다든지, 브랜드 캠페인이나 앱다운로드를 유도하는 챌린지에 참여하면 참여자에게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챌린저스가 기업 마케팅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말이다. 목표 달성률이 98%에 달하다 보니 기업도, 참여자도 모두 만족하는 이벤트이자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기업이 후원 혹은 상금을 걸고 하는 이벤트도 성업 중이다. (화이트큐브 제공)
Q. 앱을 둘러보니 ‘랜선대회’라는 이벤트도 보이던데.

이건 주최가 챌린저스다. 걷기, 잠자기, 운동하기 류의 랜선대회를 연다고 하면 신제품 소개 등을 하고픈 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자연스레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을 알리게 되다 보니 기업 참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덕에 챌린저스 누적 거래액은 4400억원을 최근 돌파했다. 회원 수도 9월 기준 160만명, 올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기대하게 됐다.

Q. 어느 플랫폼 기업은 ‘계획된 적자’ 얘기를 많이 한다. 사업 초창기엔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화이트큐브도 적자를 내다가 최근에서야 흑자 전환했다. 수익성의 증명의 시대가 됐다는 말에 동의하나.

기업은 수익을 만들기 위한 조직이라기보다는 고객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수익을 내야만 존속할 수 있고, 그래야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수익성은 너무나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외부 회계 기준 흑자보다는, 관리 회계 기준 흑자를 더 높은 기준으로 잡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이 어떻게 보이는가보다 실제로 기업의 내실이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최대한 빨리 성장하려고 도전하고 있다. 스타트업인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일부 내부 서비스는 빠르게 접고 좀더 뽀족하게, 더 잘되는 분야에 집중하려고 한다.

챌린저스 참가자들의 생생한 후기. (화이트큐브 제공)
Q. 주변에서 ‘상장 안 하느냐’란 말도 많이 듣겠다.

60억원가량 투자유치를 했다. 현금흐름이 나쁘진 않지만 좀 더 외형 성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2027년에서 2028년 사이가 될 것 같다.

Q. 향후 어떤 회사로 기억되게 하고 싶은가?

세상을 업그레이드 한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려면 ‘10억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국의 첫 번째 글로벌 서비스 회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팀원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될 때까지 도전해서 결국 해내는 문화를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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