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도 ‘범죄’에 푹…다양해지는 활용법 [범죄와 콘텐츠①]

장수정 2023. 9.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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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등 표현 수위 높은 다큐부터
실화 소재로 복수 쾌감 극대화한 ‘모범택시’ 시리즈까지.
콘텐츠 속 다양하게 등장하는 사건·사고들

예능부터 드라마, 다큐멘터리까지. ‘범죄’를 다루는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사, 교양의 영역을 벗어난 이 콘텐츠들은 한층 수위 높은 표현으로 대중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가 하면, 현실감을 배가하며 몰입도를 높이기도 한다. 범죄 콘텐츠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은 반갑지만, 예능적 재미 또는 드라마적인 쾌감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없지 않다.

ⓒ넷플릭스, SBS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는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조성현 PD가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을 비롯해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 자신을 신격화한 이들의 실체를 8회에 걸쳐 파헤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3년 첫 방송을 시작한 KBS ‘추적 60분’, 1990년 5월부터 시청자들을 만나기 시작한 MBC ‘PD수첩’, 1992년 후발주자로 출발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지상파가 선보이는 시사 프로그램과는 비슷한 듯 다른 전개를 취했었다. 정명석을 비롯해 김기순의 악행에 대해선 ‘PD수첩’을 비롯해 그간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이미 다뤘었지만, 넷플릭스로 무대를 옮기면서 제작 기간과 표현의 수위에 구애받지 않고 적나라하게 그들의 행각을 다룬 것이 차이점이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의 큰 분노를 끌어내면서 OTT표 다큐멘터리가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신이다’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넷플릭스는 ‘레인코트 킬러 : 유영철을 추격하다’(2021년), ‘사이버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2022년) 등 실제 사건, 사고 또는 인물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범죄 다큐멘터리들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사건을 공론화해 사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화두를 던지거나, 1998년 방송된 ‘공개수배 사건 25시’처럼 제보 등을 통해 실제 사건에도 도움을 주는 등 ‘공적인 역할’이 핵심인 것은 공통점이다. 다만 OTT로, 또 예능으로 범죄가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PD들이 직접 실제 사건, 사고들을 다룬 교양형 예능을 연출하며 범죄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웨이브에서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 사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냈던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배정훈 PD를 비롯해, 드라마보다 극적인 논픽션의 순간을 라디오 드라마로 풀어낸 JTBC ‘듣고 보니 그럴싸’의 김규형 PD도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이었다.

경찰 출신 권일용 교수와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 등 전문가들도 이에 가세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권일용 교수가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범죄와 싸우는 형사들의 사건 일지를 다루는 프로그램 ‘용감한 형사들’이 세 시즌째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풀어파일러’ 시리즈, ‘블랙: 악마를 보았다’ 등 범죄 관련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시리즈에는 권일용, 박지선 교수가 모두 출연해 물리학 박사 김상욱, 소설가 장강명 등과 함께 범죄에 대한 여러 시각들을 아울렀으며,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교묘하게 진화하는 범죄의 현장 속,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수사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KBS ‘스모킹건’도 있다.

연예인들의 입담을 통해 내용을 더욱 재밌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찍는 콘텐츠도 없지 않다. 지난 2020년, 연예인 이야기꾼들이 어떤 실제 사건, 사고에 대해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전달하는 콘셉트의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시즌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끝에 정규 편성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범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꼭 알아야 할, 또는 흥미를 느낄 법한 실제 사건들을 일대일로 드라마틱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실제 사건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 또는 인물, 특정 범죄를 깊이 있게 파헤치는 영화와 달리,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감을 높이고, 나아가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는 사적 복수 대행극 SBS ‘모범택시’ 시리즈가 ‘버닝썬 게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클럽 블랙썬’ 에피소드,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설정 등 실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복수의 쾌감을 강조했었다. 지난해 방송된 권일용 교수가 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SBS 드라마에도 사이코패스 유영철과 정남규 등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가 담긴 바 있으며, 넷플릭스 ‘소년심판’ 역시 일부 에피소드를 실화 바탕으로 구성하며 진정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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