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오늘 파업…출근길 열차·화물 수송 차질 불가피
코레일, 고속열차 68%·새마을호 58%·화물열차 27% 수준 운행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4일간 한시 파업에 나선다.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2019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파업이 개시되면 고속철도(KTX)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의 운행량이 20~60% 줄어들게 되면서 시민들 불편과 산업계 운송 차질이 우려된다.
14일 코레일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에 시작된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투입과 4조2교대 전면 시행, 임금 인상 등을 두고 최종 교섭에 나섰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노조는 이날 정오 서울역 1호선 3번 출구에서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출정식을 여는 등 서울·부산·대전·영주·호남지방본부 5개 본부별 출정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 백원국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했다. 파업기간 1170편의 열차 운행계획을 취소하는 등 감차가 불가피하지만, 기관사와 승무원 등 4950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해 열차 운행률을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광역전철의 경우 운행률을 평시 대비 75% 수준을 유지하되, 출퇴근 시간 교통 대란 해소가 중요한 만큼 출근 시간에는 90%, 퇴근 시간에는 80%까지 높일 방침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공동으로 운행하는 광역전철 1·3·4호선 열차 운행을 하루 18회 늘려 혼잡도를 낮추기로 했다. KTX 또한 운행률을 68%(SRT 포함으로는 76%)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기간으로 예매된 승차권은 환불 수수료 없이 취소 처리된다.
윤석열 정부 첫 파업이자 4년 만에 파업을 벌이는 철도노조는 철도 공공성 확대와 민영화 저지를 위해서는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국토부가 SR이 발주한 차량 14편성의 정비를 코레일 대신 민간업체 맡기는 등 이런 정부의 움직임이 결국 철도 쪼개기를 통한 민영화 수순이라는 것이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경쟁체제 유지냐 아니면 국민 편익 확대냐의 싸움"이라며 "정부와 사측은 국민 편익이 아닌 경쟁 체제 유지를 선택했다.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운행과 철도 통합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직무급제 도입 철회 △성실 교섭 촉구·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SR이 운영 중인 SRT(수서고속철도)의 노선이 지난 1일부터 경전·전라·동해선으로 확대되는 반면 경부선 주중 운행이 축소된 점을 철도 민영화의 수순으로 보고 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수서~부산 좌석을 하루 최대 4920석을 감축했다. 시민 불편을 초래한 것은 국토부"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토부는 "노조가 주장하는 철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며 KTX와 SRT의 철도 통합 또한 장기간 논의를 거쳐 현 경쟁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철도노조는 "노조가 주장하는 세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한다는 메시지를 주면 파업 철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노사 교섭사항 외에 정부정책 사항은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번 파업이 1차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노조는 14일 시작되는 총파업이 '1차 총파업'이라며 정부의 반응에 따라 2차 총파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파업 당시에는 화물열차 운행률이 20.7%까지 떨어지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한 바 있다. 추석을 앞두고 파업이 길어지면 물류 차질에 따른 경제적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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