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가 온다'…푸틴 만난 김정은의 미소, 썩소 되나

강현태 2023. 9.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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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위성 기술 이전하고
北은 살상무기 제공하며
사실상 우크라戰 발 담그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모습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반 만에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러가 반미(反美)를 고리로 뭉쳐 서로의 병목에 '기름칠'을 해주기로 한 모양새지만, 자충수가 될 거란 지적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약 4시간에 걸쳐 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 '러시아가 북한 위성 제작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이 때문에 이곳에 왔다"며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들은 우주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 공중폭발로 체면을 구긴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돕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밝힌 셈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그간 '평화적 우주 이용'을 내세워 위성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해 온 만큼, 러시아도 같은 논리에 기초해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위성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동일한 원리로 발사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5월과 8월 각각 발사한 위성 1·2호기는 엔진 결함 등으로 공중폭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아 결함을 단기간 내 극복할 경우, 3차 발사 시점으로 예고한 10월에 성공을 거머쥘 것으로 관측된다.

엔진 기술 외에 위성에 탑재할 카메라, 데이터 송수신 기술 등도 러시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양자 협력의 구체적 내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지난 5월 31일 서해상에 추락한지 보름 만에 군 당국이 관련 일부 잔해를 인양해 공개한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크렘린궁, 무기거래 논의 여부 묻자
"발표돼선 안 되는 '민감분야' 협력"

러시아가 위성 기술 제공 의사를 밝힌 건, 북한의 살상무기 지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고갈 상태인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기술 이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이 살상무기 지원과 첨단기술 이전을 맞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공감한반도연구회 주관 세미나에서 첨단기술을 이전받고 싶은 북한과 전쟁에 투입할 무기가 필요한 러시아의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무기거래를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 정상의 무기거래 논의 여부에 대해 "물론 이웃 국가로서 공개되거나 발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북러 정상회담은 김정은 자충수"
NATO의 인태지역 관여 확대 가능성

하지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 관여하는 순간, 북한이 감내해야 할 '무게'도 비약적으로 늘어날 거란 지적이다.

미국이 한국·일본·호주 등 '인도·태평양 동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대표되는 '유럽 동맹'의 연맹(federate)을 꾀하며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살상무기 지원은 나토의 '맞대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자충수"라며 "통합억제에 대한 동력과 방향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러가 모이는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국가들에겐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살상무기 제공이 우크라이나 전쟁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유럽 국가들이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안보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걸 느낀다"며 "한마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가', 그 방식이 향후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테스트'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러시아 승리로 끝나면 앞으로 힘센 쪽이 승리하는 게 보편화될 우려가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결해 대응하는 이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나토 연례 정상회의가 개최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31개국 동맹 및 후보 스웨덴 등 32명의 정상들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중심으로 기념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박 교수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 무기거래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이 인태 지역에 더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고, 통합억제에 더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한미, 한미일에 대응해오던 북한이 이제는 나토와 한미일의 거대한 안보 협력체를 혼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얼마만큼 도와줄지 의구심이 든다"며 "(안보) 구조가 바뀌는 현상을 (북한)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러시아 입장에선 인태 지역에 대한 NATO의 관여 강화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에 적극성을 띠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기념품 가게에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마트료시카 인형이 판매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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