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릭 경질 독일, '선임 1순위' 클롭 위해 '투잡' 허용→'제2의 히딩크' 될까?

권동환 기자 2023. 9.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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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새 사령탑을 찾는 독일 축구대표팀이 리버풀을 이끄는 세계적인 명장 위르겐 클롭 감독을 원해 파격적인 제안을 준비 중이다.

영국 매체 '더선'은 11일(한국시간) "독일 축구대표팀은 위르겐 클롭 감독을 이상적인 타깃으로 여긴다"라며 "클롭 감독을 임명하기 위해 독일은 그에게 리버풀 겸직을 허용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독일축구연맹(DFB)은 지난 10일 연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지 플릭 감독은 더 이상 독일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아니다"라며 경질 소식을 발표했다.

플릭 감독은 2019/20시즌 바이에른 뮌헨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해 뮌헨을 이끌고 2019/20시즌 트레블(분데스리가, DFB-포칼컵, 챔피언스리그)을 달성하는 위업을 달성. 이후 UEFA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플릭 감독은 단숨에 세계적인 명장으로 떠올랐다.



뮌헨에서 보여준 지도력을 바탕으로 플릭 감독은 2021년 7월부터 요아힘 뢰프 감독의 뒤를 이어 독일 축구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부임 후 2022 카타르 월드컵 전까지 16경기에서 10승5무1패를 기록하면서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거둬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플릭 감독은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2023년 시작된 후 A매치 6경기에서 단 1승만 거뒀는데, 마지막 승리는 3월 A매치 2연전 첫 번째 경기인 페루전 2-0 승리였다. 이후 5경기 동안 1무4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결국 10일 독일 볼프스부르크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 경기 결과가 플릭 감독의 미래를 결정지었다. 이날 독일은 전반 10분 이토 준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19분 르로이 사네가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경기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독일은 동점을 만든 지 불과 3분 만에 우에다 아야세한테 다시 앞서가는 골을 내줬고, 후반 44분과 추가시간에 각각 아사노 다쿠마와 다나카 아오한테 추가골과 쐐기골까지 허용하면서 홈에서 일본한테 1-4로 완패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때 일본한테 1-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맛봤던 독일은 약 10개월 만에 치르게 된 맞대결에서도 일본을 꺾지 못하면서 설욕에 실패했다.



일본전이 끝나고 플릭 감독을 향해 질타가 쏟아졌다. 독일 방송사 'RTL+'의 한 해설자는 경기가 끝나자 "재앙이다"라고 언급했고, 독일 유력지 '빌트'는 "종말을 맞이했다"라며 플릭 감독이 끝이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도 일본전을 두고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독일 축구 팬들은 하루빨리 플릭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선임하기를 바랬다. 이는 독일이 오는 2024년 6월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를 개최하는 개최국이기 때문이다. 36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되는 유로 대회이기에 독일은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플릭 감독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우승 가능성이 점점 낮아졌다.

경기가 끝나고 플릭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팀을 갖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코치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적합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대표팀을 잘 이끌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플릭 감독은 오는 13일 홈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팀이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둬 반등을 노렸지만 인내심이 바닥난 독일축구연맹은 더 이상 플릭 감독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플릭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연맹 회장은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동의했다. 남자대표팀이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두면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고, 우린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유로를 치르기 위해선 우린 돌파구와 자신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는 내 재임 기간 동안 내가 내린 가장 어려운 결정들 중 하나"라며 "축구 전문가로서 한지 플릭과 그의 코치들에게 감사하지만 스포츠의 성공이 연맹의 최우선이었다. 그러므로 경질 결정은 불가피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플릭 감독은 독일축구연맹 123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질되는 지도자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요아힘 뢰프 감독을 포함해 플릭 감독의 전임자 10명 중 그 누구도 연맹에 의해 경질된 적이 없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도 2006 독일 월드컵에서 3위를 달성한 이후 더 이상 대표팀에 남기를 원치 않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플릭 감독이 경질됨에 따라 독일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당분간 루디 푈러가 맡기로 결정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멤버인 퓔러는 현장에서 물러난 뒤 독일 대표팀 이사직을 맡고 있었지만,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2005년 이후 무려 18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한편, 독일축구연맹이 플릭 감독의 뒤를 이어 정식으로 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누굴 낙점할지 주목된 가운데 독일 대표팀과 축구 팬들은 내심 세계적인 명장인 클롭 감독을 원했다.

클롭 감독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마침 독일 출신이기에 독일 축구 팬들은 '우승 청부사' 클롭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유로에서 우승을 노리길 바랬다.

실제로 독일 유력지 '빌트'가 지난 6월에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클롭 감독이 득표율 47%를 기록하면서 팬들이 가장 원하는 '전차 군단' 차기 사령탑으로 뽑혔다. 2위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17%)이었다.

다만 클롭 감독은 리버풀과 2026년 6월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인데다 직접 리버풀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기에 선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는 과거 독일 대표팀 부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가대표팀을 맡는다는 건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면서 "다만 문제는 내 충성심이다. 난 지금 리버풀을 떠날 수 없다. 물론 제안도 없었다"라며 리버풀과의 의리를 택했다.



이때 '더선'은 독일축구연맹이 클롭 감독을 배려해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출신 공격수이자 현재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얀 오게 피오르토프트 기자에 따르면, 연맹은 클롭 감독에게 대표팀과 리버풀 사령탑을 겸직하는 걸 허락할 생각이다.

피오르토프트 기자는 10일 SNS을 통해 "독일인의 꿈은 클롭 감독이다. 아마도 클롭 감독에게 리버풀과 독일 경기를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클롭 감독이 거절할 거 같다"라고 밝혔다.

감독이 클럽과 대표팀을 겸직하는 일명 '투 잡(Two Job)'을 뛰는 건 모든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가능하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장 대한민국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후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 감독으로 재임 중일 때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던 호주 대표팀의 제의를 받아 2005년 7월부터 클럽과 대표팀을 겸직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지도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투 잡'을 뛴 적이 있다. 스코틀랜드 클럽 에버딘을 이끌고 있을 때 퍼거슨 감독은 스코틀랜드 대표팀 수석코치를 겸직했는데,  1986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1985년 9월 스코틀랜드 대표팀 사령탑 조크 스테인 감독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임시 사령탑으로 부임해 월드컵에 참가했다.



따라서 독일은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대회를 위해 약 9개월 동안만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맡아 달라고 클롭 감독에게 요청할 수도 있다. 다만 겸직이 이뤄지기 위해선 클롭 감독은 물론이고 리버풀의 동의도 필요하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클롭 감독 외에 독일 차기 사령탑 후보로 언급되는 지도자는 지난 3월 바이에른 뮌헨에서 경질당해 무직 상태인 율리안 나겔스만, 2022/23시즌 종료 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떠난 올리버 글라스너 등이 꼽혔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 3연패(2016~18)라는 위업을 달성한 지네딘 지단도 현재 야인이기에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프랑스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임 가능성은 낮게 여겨졌다.

사진=PA Wire, DPA/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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