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권선징악도, 해피엔딩도 없네요

정지현 2023. 9. 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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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OTT 복합 문화공간이길 기대해 봅니다

[정지현 기자]

 MBC 드라마 <연인> 스틸 이미지
ⓒ MBC
 
지난 2일 종영한 MBC 드라마 <연인> 파트1의 마지막 회차를 보며 아쉬움이 컸다. 시작부터 뭔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배우들의 연기가 엇박자를 내며 사극인지 아닌지, 로맨틱 코미디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좋아하는 배우 남궁민이 나온다는 이유로 시청을 이어갔을 뿐 큰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긴장감과 특유의 유머러스한 남궁민의 연기에 흥미를 찾았고, 마지막 화까지 시청을 이어갔다. 하지만 마지막 회에서 전개된 이야기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과거 드라마에는 권선징악, 해피엔딩이 있었다

과거 드라마를 살펴보면 주인공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고생하며 시련을 겪을지라도 언젠가는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게 보통이다. 아니 시청자들에게 행복감을 주며 방송은 종영되어 왔다. 장르 불문하고 모든 드라마에서는 선이 악을 이기고, 주인공은 늘 행복하게 끝나는 게 국룰이었다. 늘 조바심을 보며 드라마를 시청하더라도 마지막 행복해질 주인공들의 모습을 알기에 시작한 드라마의 시청을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0년대의 인기 드라마만 살펴봐도 <시크릿 가든> <파스타> <최고의 사랑> <별에서 온 그대> <여왕의 교실> <주군의 태양> <굿닥터> <직장의 신> <태양의 후예> <김과장> 등 다양한 드라마가 방영됐고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런 드라마 속에서도 인기 드라마들은 대부분 우리가 아는 권선징악, 해피엔딩을 기대했고,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이런 사정은 조금씩 달라졌다.
 
 tvN 드라마 <시그널> 중에서
ⓒ tvN
 
열린 결말의 등장

최근에는 많이들 익숙해진 단어지만 2010년대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종영 방식이었다. 주인공이 죽어서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드라마들은 가끔 있어왔다. 하지만 모든 결말을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종영 방식은 너무도 낯설었다.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열린 결말 흥행의 시작은 <시그널이지 싶다. 최고의 장르물 드라마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있는 드라마다. 김은희 작가의 이름을 단숨에 스타 작가로 만든 드라마다. 시그널이 시작하던 2016년만 해도 장르물이라는 장르도 낯설었고, tvN같이 지상파도 아닌  예능, 드라마에만 편중된 방송 채널에서 인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도 평균 시청률은 10퍼센트를 넘었고, 최고 시청률은 15퍼센트로 종영됐다. 소위 얘기하는 대박 흥행이었다.

극 중 긴장감, 흥미, 배우들의 연기, 잘 짜인 각본과 연출, 신선한 소재 등 모든 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드라마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바로 마지막 결말의 신선함이었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주인공 이재한(조진웅 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살아있는 모습이 나온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어떻게 살아있게 됐고 박해영(이제훈 분), 차수현(김혜수 분)과 만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극 중 결말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가장 가까웠던 친구와 만나게 될지, 아니면 뜻밖의 위험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것도 모른다."
 - tvN 드라마 <시그널> 중에서 -

주인공 박해영의 내레이션과 미소로 끝을 맺는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즌2를 기다리는 이유다. 말 그대로 드라마의 끝을 알 수 없는, 아니 다음을 기대하는 종영 방식이었다.

새드엔딩, 열린 결말, 이도저도 아닌...

최근 드라마들은 새드엔딩도 아니고 열린 결말도 아닌 말 그대로 이도저도 아닌 방식의 종영이 많다. 도깨비도 마지막은 다시 태어난 지은탁(김고은 분)과 만나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정말 지은탁의 환생인지 아닌지가 명확하지가 않다. 다만 그럴 거라고 전개로만 합리적인 의심만 있을 뿐.
 
 tvN 드라마 <도깨비>와 MBC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중에서
ⓒ tvN / MBC
 
2021년 <옷소매 붉은 끝동> 드라마도 이런 유사한 형태다. 크게 기대받지 못했던 사극이라는 장르에 많은 드라마에서 쓰였던 정조 이산의 이야기가 시대적 배경이라는 점은 조금 식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준호, 이세영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캐스팅까지 크게 기대하지 않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회차가 거듭할수록 인기몰이는 제대로였다. 우리 집만 해도 둘이나 제대로 팬층을 확보해 본방사수를 했던 드라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제한과 원작의 틀이 있었다. 마지막은 성덕임(이세영 분)의 이른 죽음 뒤에 정조 이산(이준호 분)의 죽음을 암시하는 결말이 그려졌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확실히 매듭지어진 명확한 결말은 아니었다.

최근 드라마의 결말은 열린 결말을 지향하는 추세다. 예상할 수 있는 시청자의 상상 범위 속에 열린 결말들이 많았지만 간혹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최근 트렌드에 맞게 시즌 형식으로 방송되고 있다. OTT에서나 나오는 형식의 시즌 형태의 드라마가 요즘은 지상파에서도 일반적이 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낭만닥터 김사부>도 벌써 시즌 3까지 나올 정도니 인기 있으면 꾸준히 서사를 만들어 이어가는 방식이 맞는 듯하다. 다양하게 선택적 콘텐츠가 많은 지금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방식이지 싶다.

지난 금요일 방송됐던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에서는 주인공 진호개(김래원 분)의 사망이 그려졌다. 안 그래도 시즌 1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봉도진(손호준 분)이 일찍 사고 사망으로 하차해서 말들이 많았는데 이런 전개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물론 마지막 회에서는 부검까지 마무리된 진호개의 죽음이 사실이 아닌 함정수사임을 밝혀졌지만 최종회 방영 전의 전개는 아쉬움이 컸다. 아무리 극 중 진행과 결말은 작가와 연출가의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시청자도 이런 한 편의 창작물을 만드는 데 빠질 수 없는 한 축을 차지한다. 

최근 쏟아지는 OTT들 콘텐츠를 들여다보면 따뜻한 감성이나, 가족애,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 현저히 줄었다. 지독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주제와 스토리의 작품이 인기 있는 작품의 상위를 차지한다. 가끔은 무차별적 자극, 반전보다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뻔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표현의 자유라고 하지만 반전도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그려지면 어떨까 싶다. OTT는 말 그대로 대중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 복합공간이다. 모두 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일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은 가끔 감동적이고, 따뜻하고, 큰 웃음을 선사할 작품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런 날 옛날 드라마가 생각나지 않게 뻔하더라도 사람 냄새 가득한 드라마 한, 두 편 정도는 찾아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이면 어떨까. 내가 아쉬운 이유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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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연재 후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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