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에서 ‘핫템’으로 [웹소설 전성시대①]

류지윤 2023. 9.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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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시장, 잠재력 아직도 무궁무진"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김비서가 왜 이럴까', '사내연애',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작이 웹소설이다.

웹소설이란 종이책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연재되는 소설을 일컫는다. 종이책을 디지털화한 전자책과 개념이 다르다. 편당 5000자로 내외로 , 5분 내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구성됐다.

◆ 웹소설 즐기기 최적화된 환경

과거 웹소설은 B급 문화로 취급됐다. 인터넷 소설가로 유명한 귀여니는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을 히트시키고 이후 출간한 '도레미파솔라시도', '다섯 개의 별' 등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귀여니의 소설을 문학작품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소설 자체는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지나친 이모티콘과 맞춤법을 경시한 구어체 사용 등으로 작가로서 자질을 비판하는 의견이 항상 뒤따랐다. 이로인해 2004년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으로 성균관대 예술학부에 합격과, 2011년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방송구성작가예능학부 겸임교수로 임용됐을 당시에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웹소설가는 실명보다는 필명을 주로 사용했고, 독자들 역시 ‘웹소설 독자’임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0년대 스마트폰 탄생 이후 빠르게 성장했고, 네이버 웹소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더욱 빠르게 독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업계는 웹소설의 성장 이유로,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와 모바일, 웹 기술의 발전, 일상에서 빠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등장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이브는 그룹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웹소설을 만들었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NCT 세계관의 옴니버스 웹툰 'NCT: 드림 콘택트'와 신인 그룹 라이즈 성장사를 담은 '라이즈 앤 리얼라이즈' 웹소설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 영상 업계 “웹소설 원작 있나요?”

최근에는 인기 원작을 영상화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면서 콘텐츠 업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촉각을 곤두세워 웹소설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은 지난해 6000억 원대로 성장했다. 이는 2013년 규모인 100억 원의 60배다. ‘2020년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평소 이용하는 디지털 콘텐츠 중 웹소설이 73.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웹소설은 IP 2차 창작의 원천으로 꼽힌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누적 다운로드 1억 5400만 회인 '전지적 독자시점'은 2020년 네이버 웹툰에서 웹툰으로 만들어졌으며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손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앞서 언급된 작품들도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 대중에게 통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새 작품을 만들 때 시나리오를 가져오면 '원작이 있느냐'부터 확인하는 시대가 됐다. 앞서 한 번 검증된 작품들을 만들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다"라고 전했다.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천지혜 작가는 "아직까지 웹소설을 순수문학처럼 알아주지는 않는다. 본명보다 필명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건 분명하다. 순수문학 작가들도 웹소설 작가들의 수익을 알면 깜짝 놀란다. 순수문학이 각종 상이나 문학성을 통해 사회적 명예를 가질 수 있지만, 종이책 출판계 시장이 어렵다 보니 인세로 큰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반면 웹소설은 잘 만하면 다양한 IP로 '조용한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노블코믹스 기획도 많아진 것 역시 웹소설 시장의 달라진 위치를 보여준다. 웹소설을 쓸 때 함께 기획된 웹툰을 가리킨다. 웹소설을 보지 않는 대중까지도 품기 위한 콘텐츠 확장이다.

웹소설 프로듀서 북마녀는 “과거에는 잘 된 작품만 웹툰으로 만들어졌는데 요즘에는 웹툰 계약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웹소설을 안 보는 사람도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 웹툰은 재미있게 보질 않나. 웹소설에서 그려지는 서사 자체는 대중이 원하는 스토리라는 것은 입증이 됐다"라고 말했다.

북마녀는 웹소설 시장 자체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북마녀는 "웹소설을 한 번 보고 '재미없다'라고 이탈하는 독자도 물론 있다. 그런데 흥미롭다고 느낀다면 그 독자는 코어 독자가 돼 계속 결제한다. 중요한 건 웹소설 독자는 하나의 웹소설만 읽지 않는다. 동일 기간에 여러 작가의 작품을 결제한다. 독자 모두가 코어 독자라고 보면 된다. 너무 중요한 부분이다. 독자는 ‘1인 1계정’으로 돌려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웹소설 매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2차 IP로 확장되는 시점과 맞물려 웹소설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 웹소설 관계자는 "최근 웹소설 IP 영상화에 대한 문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웹소설에서 펼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스토리 팬덤의 힘이 커진 시대가 됐으며, 이 코드가 대중에게도 통하고 있다"라며 "웹소설 시장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내수시장의 성과에 집중했지만, 아직 글로벌 진출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잠재력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 등이 웹소설의 인기 장르지만, 조금씩 기존 장르에 변화도 생기고 있다. 이 변화도 웹소설의 청신호다.

북마녀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최근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웹소설 공모전을 열었다. 이 장르 장체는 웹소설에서 크게 수요는 없지만, 호러와 연결을 시킨다든지, 현대 판타지로 추리소설을 해결한다든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퓨전, 융합, 복합적인 장르들의 도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웹소설이 뻗어나갈 여지가 아직도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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