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성상, 바티칸 대성전에 설치된다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조각상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다. 이곳에 동양인 성상이 설치되는 건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오는 16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설치 기념 미사와 축복식이 거행된다고 6일 밝혔다.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은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 사제)의 주례로 거행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하여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이 참석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축복식이 끝나고 한진섭 작가가 별도로 제작한 성 김대건 신부 성상 모형 원형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한 작가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이탈리아 카라라 지역에서 조각에 쓸 만한 좋은 대리석을 찾아다녔고, 지난 1월부터는 이탈리아 서북부 피에르타 산타에 머무르며 조각상을 제작했다. 8개월에 걸쳐 완성된 조각상은 피에르타 산타에서 400여㎞ 떨어진 바티칸까지 손상 없이 조심스럽게 운반돼 공개를 앞두고 있다.
377㎝ 크기의 김대건 신부 조각상은 갓과 도포 등 한국 전통 의상 차림으로 두 팔을 벌리고 있다. 두 팔을 벌려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조각상의 위치는 성 베드로 대성당 우측 외벽 벽감(벽면을 움푹 파서 만든 공간)이다. 이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출구 인근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목이다. 주변에 세워진 프란치스코, 도미니코 성인 등 기존의 유럽 수도회 설립자들의 성상과 다른 외관인 터라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1821년 충남 당진 솔뫼의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1836년 신학생으로 발탁돼 마카오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동양경리부에서 철학과 신학을 배웠다. 1845년 중국 상하이에서 페레올 주교의 집전 아래 한국 최초의 사제 서품을 받았다. 조선으로 돌아온 김대건 신부는 활발히 전교활동을 펼치다 체포돼 1846년 9월 25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인 1984년 시성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난해 마무리하면서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억하고자 그동안 성상을 제작해왔으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며 결정됐다. 한국 천주교 16개 교구가 성상 제작비를 지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 성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24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한국 순교자들처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자”며 김대건 신부를 언급하기도 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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