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위해 20장 PPT 직접 만들어 모든 세대 ‘말씀 잘 들리게’

장창일 2023. 9.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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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원 남양주 빛과소금교회 목사
김한원 빛과소금교회 목사가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교회에서 자신이 설교를 위해 만든 PPT 자료를 테블릿PC에 띄워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빛과소금교회(김한원 목사)는 최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 1월 김한원(59) 목사가 위임을 받아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생긴 변화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회에서 12년 동안 담임목사로 사역한 김 목사는 이 교회 청빙을 받았을 때 13가지 제안을 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10여 년 담임목회를 한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목회 인프라를 갖추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했다”면서 “다행히 전임 최삼경 원로목사님과 당회원들이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위임과 동시에 꿈꾸던 목회를 곧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제안은 예배 순서와 주보 바꾸기부터 목사 가운 벗고 설교하기와 청년과 다음세대를 위한 4부 예배와 제자양육반 신설, 그림으로 교리를 배우는 교회학교와 영어예배 신설, 교회 카페 오픈 등이었다. 교계에서 이런 제안이 한꺼번에 수용되는 건 이례적이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꺼리는 교인들의 정서 때문이다.

김 목사는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가 주보를 바꾸기 위해 회의만 하다 긴 세월 보내는 일이 실제 있는데 이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기 목회’를 할 시간을 놓칠 수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안정적으로 목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07년 찰스 클라크 선교사가 세운 교회의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빛소(빛과소금) 성경대학’와 교구별로 운영되는 ‘빛소 북클럽’이 새로 생겼다. 금요기도회를 통해서는 3대가 함께 말씀의 은혜를 나누고 있다. 총출석 주일과 집중 새벽기도회도 교인들을 복음 안에 한 데 묶고 있다. 성찬식도 매달 한 차례 진행하고 있다.

변화의 결실은 교세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0여 명의 장년 교인이 늘었다. 교회학교 학생도 85명 새롭게 등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김 목사는 ‘가고 싶은 교회’, ‘머물고 싶은 교회’를 만드는 게 목회적 바람이라고 했다.

“보통 가까운 교회 담임목사가 바뀌었다거나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는 등 변화가 있으면 ‘한 번 예배드려 볼까’라는 생각으로 찾는 ‘손님 교인’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한동안 교회를 다니지 않던 ‘가나안 교인’도 있고 이사 온 뒤 교회를 찾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에게 매력적인 교회가 되는 게 성장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김 목사는 작품과 같은 예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설교를 위해 20여 장의 PPT를 직접 만들어 ‘잘 들리는 설교’를 전하는 게 핵심이다. 설교를 외워서 전하는 김 목사는 교인들과 눈을 맞추며 메시지를 전하고 교인들은 설교자의 눈과 대형 LED 모니터에 나오는 시각자료를 번갈아 보며 설교에 집중할 수 있다. 교회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2007년에 설치한 파이프오르간 연주도 교인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장로회신학대에서 예배설교학 전공으로 목회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목사는 “전통적 형식의 예배가 지니는 강력한 힘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교회에 모이기 시작한 교인들에게 예배를 통한 감동을 줘야 건강한 교회, 성장하는 교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교회는 교회학교 설교 본문에 장년 예배 설교 본문을 맞춘다. 전 교인이 하나의 본문으로 설교를 듣는 셈이다. 이 본문을 바탕으로 가정예배 자료도 제공한다. 교회학교와 장년 예배, 가정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다.

취재차 교회를 방문한 날에는 마침 본당 바닥 공사를 마친 뒤 새 의자가 들어왔다. 목재로 마감된 예스러운 본당 분위기와 새 바닥과 의자가 조화롭게 보였다. 김 목사는 “장로님을 비롯해 몇몇 교인들의 헌금으로 내장공사를 할 수 있었다”면서 “100살이 넘은 교회가 복음의 열기로 가득해지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반색했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회가 되려는 교회는 수시로 이웃을 찾는다. 매달 70가정에 김치 배달부터 수리봉사팀을 꾸려 퇴계원읍사무소와 협력해 방수·도배 등 집수리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시작한 토요대안학교에서는 기독교세계관과 성품, 비전찾기 등을 교육한다. 김 목사는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 세상에서 구별되고 각자 소명을 찾은 뒤 리더로 양육하기 위해 만든 학교”라면서 “유치부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신청할 수 있고 등록 학생들의 어머니는 자모회에 가입해 봉사에 참여하도록 하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고 소개했다.

빛과소금교회는 선교지향형 교회로 나아가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지난 26일까지 선교훈련을 했다. 이 기간 김 목사를 비롯해 권성찬 한국해외선교회 대표와 유병국 WEC 국제선교동원 디렉터, 손창남 죠이선교회 대표 등 국내 선교 지도자들이 강사로 나섰다.

김 목사는 “선교지향형 교회가 돼 교회의 힘과 자원이 교회 밖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국내외 선교에 방점을 찍은 선교적 교회로 가꾸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남양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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