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베트남서 韓 스타트업이 영어 교육을?...에듀테크 ‘호두랩스’ 해외 진출기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김소은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9@mk.co.kr) 2023. 9. 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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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랩스 베트남 론칭 행사 현장. (호두랩스 제공)
베트남에서 러브콜이 쇄도하는 기업이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호두랩스’다. 지난 8월 29일 호두랩스는 베트남 최대 미디어 그룹 VTC온라인과 손잡고 자사 영어 교육 서비스 ‘베티아 잉글리시’를 베트남 현지에서 출시했다. 론칭 행사 때 베트남 교육부는 물론 20여개 현지 유력 언론이 참석,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실적 역시 곧바로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론칭한 지 일주일도 안 돼 5000여명의 현지 유료 회원을 모았을 정도. 국내 교육 대기업도 하지 못한 일을 후발 주자 스타트업이 해낸 셈이다.

호두랩스는 이미 일본 교육업계에서 나름 유명한 회사다. 닌텐도와 손잡고 베티아 잉글리시를 게임팩처럼 팔고 있기 때문. 지난해 첫선을 보인 후 이미 6만개 이상 팔려 나갔다.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 (호두랩스 제공)
창업자는 김민우 대표.

영어 교육업에 10년 이상 종사한 그는 애초 웅진그룹 소속으로 교육 산업에서는 드물게 실리콘밸리 AI 기업의 아시아 대표까지 역임한 인물.

당시 몸담고 있던 키드앱티브가 호두잉글리시 사업부 손을 떼려 하자 본인이 직접 시드 투자를 유치해 인수, 오늘에 이른다.

그는 “NC소프트에서 개발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키드앱티브(Kidaptive)에서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던 호두잉글리시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며 “직접 인수해서 모바일 버전으로 바꾸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가설이 맞아떨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호두잉글리시, 베티아 잉글리시는 구글플레이에서 창구 프로그램 게임 1위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영어 스피킹 교육이 너무 사람 의존적이라 발생하는 교육 격차를 해결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시작한 사업, 과연 그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일본에 ‘닌텐도 버전’으로 진출한 ‘베티아 잉글리시’. (호두랩스 제공)
Q. ‘게임처럼 공부한다’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은 다른 교육 업체도 다 추진하고 있다. 호두랩스의 게이미피케이션은 여타 교육 업체와 어떤 점이 다른가.

‘게임’이 주는 친근함, 그리고 ‘기술’로 형성된 데이터로 차별성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이전부터 교육에서 게임과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에듀테인먼트가 아이들에게는 교육으로 엄마들 눈에는 엔터테인먼트로 보여서 양쪽 모두에게 호응받지 못했다.

이에 비해 호두잉글리시는 NC소프트에서 직접 200억원 이상 투자해서 만든 서비스다. 실제 게임 개발자들이 기획하고 그래픽을 만들고 사운드까지 제작했으며, 할리우드 성우들이 직접 NPC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만들어진 ‘하이 퀄리티(High Quality)’ 게임이다.

아이들이 ‘게임’으로 느끼면서도 학부모는 ‘교육’으로 인식할 수 있는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호두멤버스(학부모 앱)를 통해 학습한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게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개발한 호두 클래스에서는 학습자별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생성된 개인 맞춤형 교안을 활용한 화상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타사 대비 높은 체류 시간 확보, 학습자별 맞춤형 데이터 형성 이후 가능해진 일이다. 이런 방식은 우리 회사의 독보적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호두랩스가 생각하는 영어 교육에 대해 알려달라. 일반 공부와 비교해서 학습 효과가 어느 정도일까.

유년기 영어 교육 핵심은 아이가 영어를 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좋아하게 해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경험을 통해 흥미를 갖게 된다면 그때부터 일생 동안 영어 교육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고객들이 후기를 통해 호두잉글리시로 아이들이 이전보다 영어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얘기한다.

우리 서비스는 영어를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경쟁 서비스들 대비 사용자의 평균 체류 시간이 35분으로 길다. 그동안 발화를 100번 이상 하도록 구성돼 있어 발화량을 상당히 증가시킬 수 있다. 이렇게 사람의 도움 없이도 영어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남다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Q. 팬데믹 시대가 기업에 미친 영향이 클 것 같다. 보수적인 교육업에서 게임 기반 회사 경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나.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우리 서비스로 관심이 뜨겁게 집중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반대로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잠시 성장세가 주춤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 동안 증가한 일반 가정의 디지털 디바이스 보급률과 비대면 방식의 편의성을 경험해본 학습자들의 요구에 따른 수요는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재개방된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출시, 6만명 이상의 학습자를 만났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B2C 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다.

최근 집중하는 VTC온라인과의 협업을 통해 베트남 시장 진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게임 형태의 콘텐츠기 때문에 빠른 글로벌 진출이 가능했다. 국내 시장 위축을 만회할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해외 성장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베티아 잉글리시’를 체험해보고 있는 베트남 아이들. (호두랩스 제공)
Q.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있었다고 알고 있다. 영어 교육만 놓고 볼 때 한국 교육과 비교해볼 때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실리콘밸리는 말 그대로, 인재들의 용광로 같은 곳이라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인재가 모인 만큼 영어 발음도 다양했는데, 논리에 대한 지적은 있어도 발음에 대한 지적은 한 번도 목격한 적 없다.

우리나라는 ‘발음이 좋다’를 ‘영어를 잘한다’의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해 소통 역량에 대한 훈련은 아주 부족한 편이라고 본다. 모든 국민이 거의 12년 이상 영어를 공부하는 데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통 도구로써의 영어 학습은 매우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인재들이 저평가받고 있다. 국내 영어 교육이 읽기, 쓰기 중심에서 벗어나, ‘소통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교육적 관점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의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중요한 어젠다라고 생각한다.

Q. AI가 화두다. ‘영어 에듀테크’ 기업을 지향하는 호두랩스에 AI가 득세하면 위기 아닌가.

호두랩스도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교안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LCMS는 AI 기반이다. 아동들의 음성에 특화된 ‘음성인식 기술’과 학습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안을 자동 생성한다. 또한, 회사 절반 이상이 기술개발 인력으로 구성된 테크 중점 기업이다.

오히려 AI의 발전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AI만으로는 여전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을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게임이 제공하는 장점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AI 기술들과의 접목으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일본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한 호두랩스. (호두랩스 제공)
Q. 사실 교육업체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일본에 이어 베트남에 진출해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 진출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수 있나.

호두랩스는 ‘수평적 확장 전략’을 창업 초기부터 채택하고 있다. 교육 과정에 영향을 덜 받는 12세 미만,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전략이다.

그에 따른 성과로 지난해 몬스터 스트라이크로 유명한 일본의 Deluxe Games와 계약하며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일본에 런칭할 수 있었다. 6만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선택받았고 파트너사 Gakosho가 B2B 시장에서 4년 이상 호두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또 베트남 최대의 미디어 그룹 VTC Corporation의 게임 배급 전문 계열사인 VTC온라인과 서비스 배급 계약을 체결했고, 시장에서의 뜨거운 관심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정식 런칭한다.

게임 배급 사업 외에도, 베트남 교육부와의 협업, 글로벌 퍼블리싱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 베트남에서 학습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역량을 기반으로 더 많은 세계의 아이들을 만날 계획이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교육과 기술의 컬래버(협업)에 기여한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가 “2030년 세계에서 가장 큰 IT 기업은 ‘에듀테크’에서 나올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도 있지만, 아직 교육과 기술의 결합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질문이 존재한다.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결합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에어비앤비가 숙박업에, 우버가 운송업에 만들었던 임팩트보다 10배, 20배 큰 효과와 이익이 인류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그 첫 번째 임팩트를 세상에 전달한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러지 못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수많은 인재들이 에듀테크로 몰려오도록 영향을 준, 그런 기업이 되고 싶다.

박수호 기자, 김소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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