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무사관후보생 병적 편입 '현역'이나 '징집' 아냐"

최석진 2023. 8. 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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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이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된 것을 병역법상 '징집'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후보생을 중도에 포기한 현역 입영 대상자가 다시 신체검사를 받을 수 있는 지가 문제된 사건인데, 대법원은 마지막 현역 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4년이 지났다면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33)가 경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낸 현역병입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90년생인 A씨는 2008년 1월 제1국민역에 편입된 후 2009년 10월 징병검사를 받고, 신장 167cm, 체중 46kg, 체질량지수 16.4로 측정돼 신체등급 3급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병역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2012년 11월 13일까지 대학 재학 중이라는 사유로 징집을 연기받았다.

2013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에 입학한 A씨는 대학원 재학 사유로 다시 징집이 연기됐다가, 법무사관후보생에 지원해 같은 해 4월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됐다. 법전원 재학 중 법무사관후보생으로 선발되면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되지만 바로 입영하지는 않고, 법전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법무장교 등으로 선발돼 군에 입영한다.

그런데 A씨는 2019년 6월 7일 병무청에 법무사관후보생 포기신청서를 제출했고, 서울지방병무청은 같은 달 11일 A씨를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서 제적했다. 당시 A씨는 법무사관후보생 포기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병역법 제14조의2를 근거로 재병역판정검사를 신청했지만, 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 담당자는 2019년 6월 26일 A씨에게 재병역판정검사 신청 대상이나 병역처분변경의 대상이 아니라고 회신했다. 병무청은 A씨가 법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된 것을 병역법상 '징집'으로 봐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병역법 제14조의2(재병역판정검사)는 현역병입영 대상자 또는 보충역으로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이 그 처분을 받은 다음 해부터 4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징집 또는 소집되지 않은 경우 지방병무청장이 5년이 되는 해에 재병역판정검사를 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에 앞서 경인지방병무청장은 같은 달 18일 A씨에게 현역병입영 통지를 했다.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서 제적돼 그 신분이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복귀했으니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경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현역병입영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병역법 제14조의2에 따라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역병입영 대상자 또는 보충역으로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일 것 ▲그 처분을 받은 다음 해부터 4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징집 또는 소집되지 않았을 것 등 2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A씨의 경우 2009년 10월 5일 3급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병역처분을 받았으므로 첫 번째 요건 충족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재병역판정검사를 받기 위한 두 번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에 따를 때 법무사관후보생이었던 A씨는 병역법 제2조(정의 등) 1항 4호의 '군간부후보생'에 해당하고, 병역법 제5조(병역의 종류) 1항은 군간부후보생을 현역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역법 제2조 1항은 '징집'을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군간부후보생은 현역의 신분으로서 '현역병입영 대상자' 또는 '보충역'의 신분과는 구분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원고가 2009년 10월 5일 3급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병역처분을 받은 후 그 처분을 받은 다음 해부터 4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 이전인 2013년 5월 군간부후보생(법무사관후보생)으로 현역으로 징집된 것"이라며 "원고는 병역법 제14조의2 1항의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취소를 구한 경인지방병무청장의 현역 입영처분 중 2020년 5월 1일자 처분의 경우 독립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했다.

1심 재판부의 집행정지결정에 따라 경인지방병무청장이 이전 입영처분의 입영기일을 연기하고 다시 입영기일을 정해 A씨에게 통지한 것은 의무이행기일을 정해 알려주는 연기 통지에 불과하지 별도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재판부는 "원심은 법무사관후보생은 병역법상 군간부후보생에 해당하는데, 병역법 제5조에서 군간부후보생을 '현역'으로 분류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1항은 '징집'을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2013년 4월 26일 법무사관후보생으로 선발돼 그 병적에 편입된 것은 병역법상 병역준비역인 '현역병입영 대상자'에서 현역인 군간부후보생으로 징집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라며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된 것만으로 병역법상 '현역'으로 볼 수 없고,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된 것을 병역법상 '징집'으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18조 1항 본문이 현역은 입영한 날부터 군부대에서 복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교 등이 현역으로 분류됨에 있어 임용 또는 선발된다는 점에서 병과 차이가 있을 뿐 입영해 복무한다는 점에서는 병과 차이가 없다"라며 "특히 법전원 등에서 정해진 과정을 이수하며 법무사관후보생에 선발되는 경우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되고, 정해진 과정을 마치고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면 국방부장관에 의해 신체등급, 성적 등을 기준으로 법무장교로 선발된 후 현역입영 통지서를 송달받아 군부대에 입영해 군사교육을 마친 다음날 법무장교로 임용돼 법무장교 병적에 편입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적어도 법무장교로 선발돼 군사교육을 받기 위해 입영하기 이전 단계로 단순히 법무사관후보생 병적에 편입돼 있는 사람을 병역법 제5조의 '현역'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병역법 제2조 1항은 '징집'을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현역은 입영해 복무하는 것이므로, 징집처분은 '입영', 즉 '병역의무자가 징집·소집 또는 지원에 의해 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이 수반된다"라며 "그런데 법무사관후보생 병적 편입 자체로는 군부대에 들어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입영'이 존재하지 않아 이를 두고 병역법상 '징집'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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