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늦게 가라"…'아들 둘' 학군 전문가, 충북 이사 간 이유

정선언 2023. 8.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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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군지, 일찍 갈 이유가 없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가도 충분합니다. 더 늦어도 돼요. 늦게 가서 문제가 아니라 일찍 가서 문제에요. "
지난 23일 만난 심정섭 더나음연구소장은 “언제 학군지로 이사를 하는 게 좋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치동 아이들도 10명 중 2명은 학업 성취도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는다”며 “학군지에 간다고 다 공부 잘하는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심정섭 더나음연구소장은 "학군지에 가는 게 모든 아이에게 맞는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 성적에 따라 학군지에 가는 게 오히려 불리한 아이도 있다는 얘기다.


대치동에서 20년 가까이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 심정섭 소장은 『대한민국 학군지도』로 유명한 학군 전문가다. 양육자 사이에서 알음알음 읽히던 이 책은 2018년 부동산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그가 책이 나온 지 3년 만인 2019년 개정 증보판을 낸 이유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 안에서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는 hello! Parents는 지난 23일 그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 초대했다. 지난 5월 발행된 그의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3170)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1시간여의 방송에서 오간 독자들의 질문과 그의 답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23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아래가 심정섭 소장이다.

Q : 학군지에 너무 일찍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A : 어릴수록 1등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신감이 생기죠. 학군지는 기본적으로 과밀학급입니다. 한 반에 서른 명 안팎의 아이가 있어요. 그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교사의 관심을 받고, 잘한다는 인정을 받기가 힘들죠. 비학군지에선 그런 경험을 하기 더 쉽고요. 저는 6살, 4살 두 아들을 키우는 양육자인데요. 제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충북 증평으로 내려온 이유기도 합니다.

Q : 그렇다면 언제 가야 하나요?
A : 초등학교 5, 6학년 때 가도 충분해요. 이유가 있어요. 그 나이는 되어야 공부 머리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거든요. 공부 머리가 있는 걸 확인한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아요.

Q : 공부 머리가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요?
A : 제가 권하는 공부 머리 테스트가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예로 들어볼게요. 서울 목동으로 이사를 하려고 한다면, 해당 지역 중학교 1학년 국어 과목 내신 시험 문제를 구하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이 시험을 두 번 보게 합니다. 한 번은 시험처럼 제한 시간을 두고 풀게 하세요. 그리고 또 한 번은 제한 시간 없이, 오픈 북 형태로 풀게 하세요. 첫 시험보다 두 번째 시험에서 성적이 높은 경우, 특히 후자의 시험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한 경우라면 이사를 하셔도 아이가 적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거예요.

Q : 학군지로 이사 가는 게 결국 공부를 잘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는 건가요?
A : 학군지는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많아요. A 등급 비율이 50%에서 많게는 60%에 달합니다. 현재 성적이 C, D 등급이라면, 이사를 가봐야 아이의 자존감만 떨어질 뿐입니다.

Q : 공부를 잘 못 하는 아이일수록 학군지에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학군지의 경우 사교육 환경이 워낙 좋아, 수준에 맞는 학원을 찾기 쉽다는 이유에서요.
A : 제가 강연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학원 다녀서 점수는 올릴 수 있지만, 등급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면서 깨달은 사실입니다. 71점인 학생을 잘 가르쳐서 79점을 만들 순 있어요. 하지만 학원과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80점을 넘을 수 없어요. 결국 아이에게 달렸어요.

Q : 자녀가 2명인데, 한 아이는 공부를 곧잘하는데 다른 아이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이런 질문도 정말 많이 받는데요. 이렇게 묻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학군지’로 대치동이나 목동을 떠올린다는 겁니다. 저는 한 번에 최상위 학군지로 진입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이렇게 두 자녀의 성적이 갈리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죠. 찾아보면 가성비 좋은 학군지가 있어요. 잠실로 바로 가지 말고 강동으로 먼저 가서, 두 아이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세요. 거기서 잘하면 그때 잠실로 가도 늦지 않습니다. 잠실에서도 잘하면 대치동으로 가도 좋고요.

Q : 소위 비학군지에 사는데, 아이가 공부 머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종이나 천안, 청주 등지에 사는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A : 세종은 초등학생 때까지는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 성적이 좋은 중·고등학교가 두텁지가 않아요. 신도시가 대체로 이렇습니다. 좋은 학군이라는 건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떨어져도 갈만한 일반고가 많은 곳을 뜻해요. 세종은 그렇지 못해서, 대전 서구 둔산으로 이사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군지로의 이사 외에 다른 전략이 없는 건 아니에요. 천안에 사는 분이라면, 공주 한일고 같은 지역의 명문고를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죠(※공주 한일고는 농어촌에 있는 일반고 중 학사 운영 등에 자율성을 부여 받은 농어촌 자율고에 해당한다.) 이런 학교는 해당 지역 학생을 별도로 뽑는 경우가 많아 유리하거든요.

Q : 대치동 같은 최상위 학군지로 이사를 하는 게 면학 분위기나 학습 효과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려는 양육자의 바람도 투영되어 있습니다.
A :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제 대학 과 선배 중엔 이름만 들으면 아는 재벌 3세가 있어요. 동기 중에도 제법 큰 기업의 4세가 있고요. 그런데 제가 그분들한테 전화를 걸 수 있을까요? 대치동에 가서 여러분이 아이에게 만들어 줄 네트워크도 그런 겁니다. 아이가 성공하면, 성공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의대 낭인’이 되고 말 뿐입니다. 왜 의대 낭인이 될까요? 나보다 공부 못하던 애가 재수하고 삼수해서 의대 갔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뭔가 하면서 사수, 오수를 하는 겁니다. 대치동이 아니었다면, 좋은 대학 공대 가서 건실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심정섭 소장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집중하기보다 내 아이에 집중해야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정섭 소장은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특정 연령이 되면 유명 학군지로 이사를 하는 현상도 ‘정답’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맞는 길이 내 아이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아이라면, 대치동보다 시골이 유리해요. 농어촌 전형을 통하면, 전국 50위권 대학에 갈 성적으로 25위권 대학까지 노려볼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내 아이의 기질과 성향입니다.”

■ hello! Parents가 추천하는 양육 비법

「 ①“대한민국 좋은 학군은 여기” 대치동 전문가가 콕 집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3170
②설명 말고 “그냥 해” 하세요…30년 육아고수의 반전 훈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0585
③ 집안일 안 해도 이건 꼭 했다, 세 딸 하버드 보낸 ‘母의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9051
④ 월 200만원 챙긴 ‘왕의 DNA’…교육부 5급 부모는 왜 속았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5936
⑤ “습관 만들려면 이사 가라” 스탠퍼드 교수의 강력 한 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5371
⑥ 공부 잘하던 아들이 변했다, 대치동 엄마 ‘결정적 실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5010
⑦ “맘카페 수다쟁이 멀리하라” 성적 올리는 ‘의사의 교육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4938
⑧ 요즘 아무도 읽지 않는 시대…문해력 부진, 범인 밝혀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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