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경구 투여’가 뭐예요?
의약품의 설명서를 보면 ‘경구 투여’라는 말이 적힌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무슨 뜻일까?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 자체로는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경구(經口)는 약 등이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감을 뜻하고, 투여(投與)는 약 등을 환자에게 복용시키거나 주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1회 2정 경구 투여’는 한 번에 두 알씩 먹으라는 얘기다. ‘경구 투약’ ‘경구 치료제’ ‘경구 투여제’ 등의 용어도 쓰이고 있다.
상처 등에 바르는 연고제를 보면 ‘하루 3회 도포하시오’라고 적혀 있는 것도 있다. 무슨 의미일까? 요즘 글자를 줄여 쓰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도포’가 ‘도로포장’의 줄임말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도포(塗布)는 약을 피부에 바르는 것 등을 뜻하는 한자어다. 그러니까 ‘하루 3회 도포하시오’는 하루 3회 피부에 바르라는 이야기다.
국립국어원은 ‘경구 투여’의 쉬운 우리말로 ‘복용’ ‘약먹음’ ‘복약’ 세 가지를 선정했다. 도료·방수제 등의 부재를 겉에 바름을 뜻하는 ‘도포’의 표준화 용어로는 ‘바름’을 정했다. 또한 ‘도포하다’와 ‘도포제’의 순화어로 각각 ‘바르다’ ‘바르는 약’을 선정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 고시 제정안’을 발령했다. 이때 ‘경구 투여’의 표준화 용어로 ‘먹는 약’을 선정했다. 10개 용어를 표준화했는데 그 가운데는 객담 → 가래, 예후 → 경과, 수진자 → 진료받는 사람, 수검자 → 검사받는 사람, 자동제세동기 → 자동심장충격기, 홈 닥터 → 가정 주치의 등이 포함돼 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기가 무슨 동창회입니까” 재판장도 웃게 한 尹의 호통 ⑯ | 중앙일보
- 가을태풍 3개 한꺼번에…"9호는 中, 10호는 日 향해" 韓영향은 | 중앙일보
- "소주 2병요? 1병만 드세요"…암 환자에도 금주 안 권하는 명의 | 중앙일보
- '추석 6일연휴' 찬성하는 재계…인건비만 4.3조 더 드는데, 왜 | 중앙일보
- 끝내 이루지 못한 챔피언 꿈...'좀비' 옥타곤 떠나다 | 중앙일보
- 정율성·홍범도 논란 이렇게 풀라…이종찬이 수긍한 '尹의 힌트' | 중앙일보
- 15명 죽인 사형수 석방될 뻔…한동훈이 띄운 '가석방 없는 무기형' | 중앙일보
- "장기 매매도 OK"…돈 찍다 폭망한 아르헨, '전기톱맨' 떴다 | 중앙일보
- 지하철 뒤흔든 엄마의 비명…승객들 온몸으로 4살 아이 구했다 | 중앙일보
- 신도시·교통망 늘렸다고? '출퇴근 지옥'만 넓힌 30년 정책 역설 [출퇴근지옥⑦]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