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랜드 검은 그림자…'청소년 사냥꾼' 감옥 보낸 박사 화났다

김민주, 안대훈 2023. 8.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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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에서 박용성 센터장이 가출플랫폼화 된 서면 게임랜드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음주ㆍ흡연이 손쉽고 숙소 구하기도 편한 이 오락실 주변으로 가출청소년이 모여듭니다. 이 아이들을 대상 범죄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 박용성(51·부산가정법원 위탁 보호 위원ㆍ교육학 박사) 센터장은 지난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소문난 가출플랫폼이 돼버린 이 일대를 정비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호통판사 만나 시작, ‘청소년 사냥꾼’ 잡아넣었다


박 센터장은 본래 청소년 선교 활동을 했다. 이때 가출청소년을 자주 만나 사연을 듣고, 때론 밥값을 주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다 ‘호통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 재판을 2014년 부산지법에서 접하면서 가출ㆍ비행 청소년을 학교로 복귀시키는 일에 뛰어들었다.

박 센터장은 “천종호 판사는 법정에 선 부모와 자식에게 서로 ‘미안하다’라거나 ‘고맙다’고 말하게 시켰다. 부모와 자식 관계 문제가 가출 등 청소년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어긋난 가족 관계 때문에 집을 나왔다가 각종 범죄에 휘말리는 10대를 많이 봤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지법 천종호 부장판사. [중앙포토]

그는 위기 청소년을 보호하고 학교 복귀를 돕는 사단법인 틴스토리에 소속돼 2017년부터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틴스토리가 센터를 위탁운영하는 구조다. 활동 기간 청소년 비행ㆍ탈선 요인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땄고, 부산가정법원 위탁 보호 위원 등 직책을 함께 맡게 됐다.

그가 법원으로부터 배정받아 위탁ㆍ보호 중인 청소년 숫자는 100명을 넘는다. 박 센터장은 "아르바이트와 출석 근태, 학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듣고 이를 해소해주는 게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범죄에서 보호하는 것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2020년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범행을 일삼던 ‘가출청소년 사냥꾼’ A씨(당시 21) 사건을 경찰에 알린 것도 박 센터장이었다. 부산 번화가인 서면 B게임랜드 일대에 몰려든 가출청소년에게 식사ㆍ숙소 등을 미끼로 접근해 이들을 성폭행하거나 협박ㆍ폭행한 사건이다.

박 센터장은 “청소년 성범죄 사건에선 피해자를 확보하고 수사 과정에서 신빙성 있는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어렵다”며 “부산진경찰서에 알렸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청소년강력팀이 생긴 남부경찰서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2020년 11월 청소년 12명을 강간ㆍ폭행ㆍ협박한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검거만으론 불충분, 플랫폼 갈아엎어야”


박 센터장은 A씨 사건이 가출플랫폼화 한 B게임랜드 주변에서 일어나는 범죄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그는 “B게임랜드 일대로 모여든 가출청소년을 성폭행하거나 협박해 가출팸에 편입시키고, 이들을 성매매 등 다른 범죄로 내모는 일이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발적으로 단순 가출했던 청소년이 이런 일을 당하면 회복이 어렵다”며 “실제 A씨 피해자들은 구금보호시설을 거쳐 학교로 복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출ㆍ실종 청소년 신고 건수가 2021년 2만1551건에서 지난해 2만6416건(경찰청)으로 늘어난 만큼 가출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 대상 범죄도 심화하고 있을 거란 게 박 센터장 생각이다.

지난 22일 밤 10시쯤 방문한 부산 서면 B게임랜드. 최근 5, 6년사이 전국 가출청소년이 몰려드는 플랫폼으로 변질돼 인근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김민주 기자

박 센터장은 “지자체와 경찰 모두 B게임랜드 일대에서 일어나는 가출청소년 문제를 알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순찰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계도 활동만 해도 청소년에게 술ㆍ담배ㆍ숙소 등을 제공하는 업소가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가출 쉼터 등을 이곳에 설치하면 가출청소년을 조기에 파악해 복귀시키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으며 청소년 정책을 조율, 총괄할 컨트롤타워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주ㆍ안대훈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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