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 수학여행, 무더기 취소되나…법제처 "노란색 스쿨버스 빌려야 한다" 유권해석

황기현 2023. 8. 2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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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교육과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비상시적 어린이 이동, '어린이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
"어린이들이 전세버스 이용해 수학여행 떠날 때도 노란색 스쿨버스 빌려야 한다"는 의미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 운행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 포함…관련 규정 맞춘 차량 거의 없어
수학여행 대목 기대 부풀었던 사업자들 울상…같은 법 놓고 해석 갑자기 뒤바뀌어 업계는 혼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gettyimagesbank

초등학생 등 어린이들이 전세버스를 이용해 수학여행을 떠날 때도 노란색 스쿨버스를 빌려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자 전국 초등학교의 올가을 수학여행(테마학습여행)이 무더기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 운행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관련 규정을 맞춘 차량을 구하기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2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제주교육청은 법제처에 "현장체험학습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통학버스 이용 대상에 해당하느냐"고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는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 등 관련해 교육과정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비상시적인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은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경찰청은 이를 근거로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비정기적인 운행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교육부와 전세버스조합연합회 등에 규정 준수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어린이들이 전세버스를 이용해 수학여행을 떠날 때도 노란색 스쿨버스를 빌려야 한다는 뜻이다.

전세버스를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려면 차량 전체를 황색으로 칠해야 하고 어린이 탑승 안내 표지를 설치해야 하며 어린이 체형에 맞춘 안전띠 설치, 운전자의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 이수 등이 필수다.

문제는 해당 조건을 채우는 전세버스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각 시도 교육청은 이런 지침을 교육부로부터 받고 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가을부터 각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예정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실어 나를 버스가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경우 규정에 맞는 버스가 도내 10대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올해 2학기 각 초등학교가 계획한 현장학습과 수학여행이 1460건인 것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세종시에는 통학 차량 규격에 맞춘 전세버스가 총 6대뿐이다. 대구에서는 지금 당장은 경찰이 단속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 현장 학습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으리라고 파악했지만, 경북에서는 사실상 다음 학기에 모든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소풍 등을 전면 취소하는 분위기다.

광주의 경우 전세버스는 850여대로 추산하는데, 통학버스 규격에 맞춘 차량은 5%대인 40∼50대에 불과해 사실상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울산교육청은 일단 관련 내용의 공문을 학교로 내리는 것을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본다는 견해다.

부산도 숙박형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학교는 190여 곳이며 교육청 신고사항이 아닌 1일형 현장체험학습까지 포함하면 수천 건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지침에 따른 버스는 170대에 그쳤다.

각 시도 교육청과 직속 기관이 운영하는 스쿨버스도 대부분 학생 등하교 용도로 운행해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최근 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업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 해제 이후 모처럼 수학여행 대목에 기대가 부풀었는데 학교로부터 예약 취소가 줄을 잇자 다시 울상이 됐다.

실제로 강원 원주의 한 업체가 9월 수학여행 운행을 위해 학교들과 계약한 버스 중 64대가 예약 취소됐다. 그렇다고 당장 지침에 맞는 버스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어린이통학버스에 맞게 버스를 개조하려면 좌석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등 1대당 500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버스는 어린이 사용이 없을 때 통근이나 관광 등 다른 용도로 빌려줄 수 없어 업계는 영업 손실을 이유로 개조를 꺼리고 있다.

업계는 같은 법을 두고 해석이 갑자기 뒤바뀌어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경찰청은 어린이 주거지와 교육시설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통학을 어린이통학버스로 규정했기 때문에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적인 운행의 경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경찰청이 바뀐 지침을 내리자 수학여행 손님을 다 놓칠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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